尹대통령, 나토서 7개국 릴레이 정상회담…"신규 원전 수주전 총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컨벤션센터(WCC)에서 일본·독일·캐나다·네덜란드 등 7개국과 릴레이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체코·네덜란드·스웨덴·핀란드 등 4개국 정상들과 신규 원전 협력을 놓고 전방위적인 외교전을 펼쳤다. 규모가 30조원에 달하는 체코의 신규 원전 4기 건설에 대한 입찰 결과가 이달 중순 발표됨에 따라 막판 수주전에 총력을 다하기 위한 차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국과 체코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레벨에서 고위급 교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면서 "양국 간 교역 규모가 4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코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원전 사업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 능력과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체코가 추진 중인 고속철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원전 사업 수주를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이번 양자회담을 통해 원전 사업 수주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이에 파벨 대통령은 양국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왔으며, 이를 토대로 상호 관심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파벨 대통령은 "기존 협력 분야를 넘어 디지털, 사이버, 전기차 배터리, 철도, 첨단기술 등의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이날 워싱턴D.C.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시공 능력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해 금융지원도 가능하므로 대한민국이 사업자로 선정되면 체코 원전 분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우리나라의 한수원과 프랑스 전력공사(EDF) 등 2개 사가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마지막까지 경합하고 있다"며 "정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또 한 번의 쾌거를 만들기 위해 팀코리아를 구성해 긴밀히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네덜란드와 핀란드가 추가 원전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고, 스웨덴도 지난해 8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추가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인 만큼 국내 원전 사업에도 수출 기회가 늘 것이란 기대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이 테이블에 올랐다. 박 수석은 "지난해 1월 스웨덴 북부 키루나 지역에서 100만t으로 추정되는 희토류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핵심 광물의 새로운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한·스웨덴 수교 65주년을 맞이해 양국 관계가 원전, 방위산업, 핵심광물 등의 분야에서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했고,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방산과 원전 등의 분야에서 호혜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우리나라와 스웨덴은 2022년 출범한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MSP)'의 창립 멤버다.
이어 윤 대통령은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협력 제고 방안과 역내 및 글로벌 안보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수교 50주년을 기념한 양국이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과 같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 거듭나게 됐다"면서 "앞으로 방산, 원전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확대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스투브 대통령은 "지난 3월 취임 후 윤 대통령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면서 앞으로 한·핀란드 관계 강화를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양자회담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이충면 외교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워싱턴D.C.=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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