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관.종]삼성전자, '메모리 왕의 귀환'…HBM 납품 기대 '高高'
공급 부족에 메모리 가격 ↑
2분기 영업익 단숨에 10조 돌파
3분기 HBM 인증 여부 나올듯
HBM 납품하면 주가·실적 독주 예상
편집자주 - 성공 투자를 꿈꾸는 개미 투자자 여러분. ‘내돈내산’ 주식, 얼마나 알고 투자하고 계신가요. 정제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난무하는 온라인 환경에서 아시아경제는 개미 여러분들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돼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주 동안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의 종목 조회 수 상위권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협력사, 고객사, 투자사 등 연관 기업에 대한 분석까지 함께 전달합니다. 기업의 재무 상황과 실적 현황, 미래 가치까지 쉽게 풀어서 전하겠습니다. 이 주의 관심 종목, 이른바 ‘이 주의 관.종.’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삼성전자의 시간이 돌아왔다.'
삼성전자가 최근 52주 신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8일 삼성전자는 장중 8만8600원까지 오르며 전장에서 기록한 52주 신고가(8만7100원)를 갈아치웠다. 7월 첫 거래일 8만1800원으로 마감한 뒤 지난 5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후 이제 9만원을 넘보고 있다.
최근 한 달간(6월7일~7월8일) 주가 추이를 보면 상승세가 뚜렷하다. 8일 종가 기준 7만7300원에서 8만7400원으로 13.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조822억원, 7465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견인했다. 지난 1월 외국인(-1011억원)과 기관(-938억원)이 순매도했던 것과 대조된다.
평균 목표주가도 올라가고 있다. 평균 목표주가는 8만5238원(1년 전), 9만3083원(6개월 전), 10만9160원(7월8일 기준)으로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지난 5월 KB증권이 처음 12만원을 제시한 뒤 이달 들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도 목표주가를 현 주가 대비 약 40% 높은 12만원으로 상향했다. 불과 한 달 사이 주가와 시장의 시각이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다.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판가 ↑…환율도 우호적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바뀐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저력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10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2.24% 증가했다. 매출액은 7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1% 늘었다. 실적은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D램과 낸드의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이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수요 위주의 보수적인 판매 전략으로 출하 증가율은 D램, 낸드 각각 +5%, -2%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지만, 혼합평균판매단가(Blended ASP)는 D램, 낸드 각각 +18%, +21% 상승해 이익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즉 전체 응용제품군의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 상승 구간에서의 이익 레버리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중심의 서버 시장을 제외한 PC, 스마트폰 등 세트(Set) 수요 강도는 여전히 평이한 수준이다. 그러나 공급자 우위 환경 지속되며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의 ASP는 8~13% 상승할 전망이다. 내년 메모리 업계의 생산 증가율이 디램 기준 한 자릿수 증가율(%)에 머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급자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공급하지 않고도 2분기(10조4000억원) 영업이익 규모를 창출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엔비디아에 HBM3를 납품하지 못한 것이 주가에 악재였다면, 이제부터는 현재 실적에 추가될 수 있는 플러스알파(+α)로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HBM, 악재에서 기대로 변화…하반기 납품 여부 결정될 듯
시장이 주목하는 점은 바로 HMB 납품이다.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 가속기를 구성하는 핵심 반도체다. 반도체와 시장 전문가 모두 삼성전자의 미래는 HBM 납품 여부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세계 최대 GPU 업체인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엔비디아의 HBM 품질 인증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최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급등했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부진했다.
아이러니하게 삼성전자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배경은 엔비디아의 HBM 승인 지연이다. HBM 도움 없이 메모리 반도체만으로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한 삼성전자의 저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HBM 승인을 받으면 주가와 실적 모두 전례 없는 숫자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도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HBM 공급 업체를 늘리고 싶어하므로 삼성전자에 기회가 올 것"이라며 "3분기 중에는 엔비디아 공급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도 "2025년 D램 생산 규모의 약 30%를 HBM으로 전환하면 공급부족이 발생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밸류에이션은 내년 업황 개선을 올해 하반기부터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반도체 사이클 수혜 강도 상승과 HBM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그동안의 디스카운트 요인들이 결국 해소될 것"이라며 "특히 물량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매력 향상도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환율도 도움…실적 전망, 목표주가 상향
원·달러 환율도 삼성전자에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화 약세는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2024년 2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약 1371원이다. 이는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1분기(141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 2021년 코로나19 여파가 남아있을 당시 삼성전자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약 1조원의 영업이익 효과를 누린 경험이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 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약 3131억원 오르는 효과를 누린 것으로 추정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판가 상승과 수출에 유리한 가격(환율)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된 가운데 엔비디아의 HBM 품질 테스트 통과만 남겨둔 상황이다. 이런 시각은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에도 반영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추정치가 최근 상향되는 모습이다. 3개월 전 증권사들은 매출액 79조8574억원, 영업이익 11조1070억원을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달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81조5135억원, 11조7041억원으로 올렸다. 최근(7월8일 기준)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83조4452억원, 영업이익 13조2152억원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이유는 메모리 판매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반도체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보다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3분기 영업이익도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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