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 웃었다!' 잉글랜드, 네덜란드 2-1 역전승…2연속 결승행+사상 첫 우승 도전 [유로 2024]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축구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종가' 잉글랜드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에 짜릿한 극장 역전골을 얻어내면서 이겼다. 유럽축구연맹(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결승에 올라 이 대회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3년 전 홈에서 이탈리아에 내준 우승컵을 이번에 들어올릴 기회를 잡았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11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 지그날 이두나 파르크(BVB도르트문트 경기장)에서 열린 유로 2024 준결승에서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의 동점포,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도움왕을 차지한 올리 왓킨스가 역전 결승포를 터트린 것에 힘입어 네덜란드에 2-1 뒤집기 승리를 챙겼다.
이날 승리를 통해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11번째 참가 만에 첫 우승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잉글랜드는 지난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한 적이 있지만 유럽축구선수권에서는 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이 한 번도 없다. 1968년 이탈리아 대회 3위, 자국에서 열린 1996년 대회 4강 등을 기록했으며 3년 전에 유럽 전역에서 열린 유로 2020에서 결승에 올랐으나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이탈리아에 승부차기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비틀비틀거리면서 경기력 논란을 불러일으킨 끝에 조별리그 1승 2무, 토너먼트 2승 1무(승부차기승)를 기록하면서 결승 무대까지 밟았다.
반면 네덜란드는 16강에서 루마니아를 3-0으로 완파하고, 8강에서 튀르키예를 2-1로 이기는 등 좋은 경기력을 통해 우승 경쟁 다크호스로 급부상했으나 엥글랜드 공격수들을 막지 못해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유럽축구선수권은 3~4위전을 치르지 않으며 준결승에서 진 팀을 집으로 돌아간다.
잉글랜드는 지난 10일 프랑스를 2-1로 누른 스페인과 오는 15일 오전 4시 독일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고 이번 대회 마지막 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잉글랜드는 사우스게이트 감독 부임 뒤 2018 러시아 월드컵 4위, 유로 2020 준우승,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 등 준수한 성적을 내더니 드디어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찬스를 만났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꾸렸다.
조던 픽퍼드(에버턴)가 골키퍼 장갑을 낀 가운데 마크 게히(크리스털 팰리스), 존 스톤스(맨체스터 시티), 카일 워커(맨체스터 시티)가 백3를 형성했다. 워커의 주포지션이 측면 수비수지만 인버티드 풀백 형태로 중앙 수비라인 하나를 꿰찼다. 미드필더 4명은 왼쪽부터 키어런 트리피어(뉴캐슬 유나이티드), 데클런 라이스(아스널), 코비 마이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부카요 사카(아스널)이었다. 주드 벨링엄과 필 포든(맨체스터 시티)가 원톱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을 바로 뒤에서 보좌했다.
로날드 쿠만 감독이 지휘하는 네덜란드는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베르트 페르브루헨(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이 문지기로 골문 앞에 섰으며, 나단 아케(맨체스터 시티), 버질 판 데이크(리버풀), 스테판 데 프라이(인터 밀란), 덴젤 둠프리스(인터 밀란)이 백4를 이뤘다. 타이아니 라인데르스(AC밀란), 사비 시몬스(PSG), 예르디 쇼우턴(PSV 에인트호번)이 미드필더를 형성했다. 코디 학포(리버풀), 멤피스 더파이(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도니얼 말런(도르트문트)이 스리톱을 이뤘다.
선제골은 네덜란드의 몫으로, 비교적 이른 시간에 터졌다. 유럽축구계 떠오르는 2선 공격수로 평가받는 초신성이 득점포 주인공이 됐다. 전반 7분 시몬스가 라이스의 볼을 중원에서 빼앗은 뒤 드리블하다가 아크 오른쪽에서 넘어지면서 오른발 대각선 중거리 슛을 날린 게 골망을 통렬하게 흔든 것이다.
적은 PSG에 두고 있으나 이번 시즌 김민재 소속팀인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의 임대 이적이 유력한 시몬스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한판 승부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알렸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전반 중반이 되기도 전에 페널티킥으로 동점포를 꽂아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결승행 의욕을 불태웠다.
전반 17분 케인이 문전에서 슈팅을 하는 도중 상대 수비수인 둠프리스가 케인의 발목을 가격하며 슈팅 방해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심은 비디오 리플레이를 통해 둠프리스의 반칙을 확인한 뒤 페널티킥을 찍었다. 페널티킥을 얻어낸 캐인이 직접 키커로 나섰다. 숨을 고른 뒤 골문 왼쪽 낮은 곳으로 찼는데 페르브루헨이 이를 알아차리고 다이빙했으나 케인의 볼 스피드가 더 빨라 골로 완성됐다.
이후부턴 전력이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잉글랜드가 볼점유율 우위를 갖고 네덜란드를 밀어붙이는 형태로 경기가 전개됐다.
전반 23분엔 포든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드리블하다가 오른발로 밀어넣었고 골라인을 통과하는 듯 싶었으나 페널티킥을 내준 둠프리스가 걷어냈다.
둠프리시는 전반 30분엔 코너킥 때 공격에 가담해 헤더슛을 날렸는데 이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땅을 쳤다. 그러자 포든도 전반 32분 아크 오른쪽 다소 먼 곳에서 왼발 감아차기를 시도한 것이 네덜란드 골문 왼쪽 모서리를 맞고 나와 땅을 쳤다.
잉글랜드는 후반 34분 사카가 오른쪽 땅볼 크로스를 문전에서 오른발로 방향 바꾸는 슛을 통해 골을 넣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취소됐다.
이후 두 팀은 연장전을 각오하는 듯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지 않았고 전후반 90분은 1-1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들어 후반 막판 극장골로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가거나 승리를 챙겼던 잉글랜드의 '꾸역승' 본능이 준결승에서도 빛을 발했다. 시계가 후반 45분00초를 가리키는 시점에 올리 왓킨스가 콜 팔머(첼시)의 패스를 받은 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터닝 슛을 날렸고 이게 골문을 출렁이면서 극적인 역전 결승포로 완성된 것이다.
잉글랜드의 승리가 99%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후반 36분 케인과 포든을 빼고 왓킨스와 팔머를 동시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케인이 핵심 공격수, 포든이 이날 경기에서 컨디션이 좋았음에도 새로운 공격수들의 투입을 통해 반전을 노렸는데 완벽히 적중했다.
잉글랜드는 추가시간 네덜란드의 공세를 잘 지켜 이겼다.
역대 메이저대회에서 잉글랜드와 스페인이 결승 격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서 열린 월드컵 땐 서독과 붙어 이겼고, 3년 전 유로 2020 결승에선 이탈리아와 싸웠다.
스페인은 유로 2008 결승에서 독일을 1-0으로 이겨 우승했으며, 2년 뒤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선 네덜란드와 만나 이겼다. 유로 2012에서 우승할 땐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와 붙었다.
잉글랜드와 스페인은 총 27차례 A매치에서 붙었는데 잉글랜드가 13승 4무 10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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