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평균 입주율 90%…비결은 소규모 프리미엄 케어"
"이번 신규 지점도 사전 청약 200%를 기록했습니다. 100세대를 넘지 않는 '소규모 프리미엄 케어'가 우리 브랜드의 강점이죠. 덕분에 올해 회사 매출은 지난해의 2배인 200억원을 넘길 예정입니다. 앞으로 전국 주요 지역별로 1개점씩 열고 싶어요."(박재병 케어닥 대표)
단국대 죽전캠퍼스 근방에 늘어선 타운하우스들 사이를 지나다 보면 '케어닥 케어홈'이라고 적힌 4층짜리 건물을 볼 수 있다. 기자가 지난 2일 방문한 이곳 '케어닥 케어홈 용인 더퍼스트점'은 케어닥이 내놓은 4번째 시니어 주거시설로, 이달 입주가 시작됐다. 판교역에서 운전 거리로 약 30분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으며, 바로 옆에는 하천이 졸졸 흐르고 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샹들리에가 '프리미엄'을 보여주는 듯하다.
용인 더퍼스트점에는 원룸 형태의 방 30개가 모여있다. 도심에서 차로 10분밖에 안 떨어져 있지만 산 뷰를 즐길 수 있고, 공용공간에는 노래방과 미용실, 재활운동기구, 목욕탕까지 마련돼있다. 그러나 이날 아시아경제와 만난 박재병 케어닥 대표(35)는 케어닥 케어홈의 강점으로 경치도, 각종 부대시설도 아닌 '케어 서비스'를 꼽았다.
2018년 요양시설찾기 플랫폼 서비스로 처음 창업한 박 대표는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주거 영역까지 진출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케어닥은 지난해 7월 1호점인 배곧신도시점을 시작으로 송추, 용인까지 1년 만에 3개 지역에 4개 케어홈 지점을 열었다. 배곧신도시점은 론칭 6개월 만에 입주율 100%를 달성했으며, 다른 지점들도 평균 90%에 가까운 입주율을 기록하고 있다. 입주자 중에는 다른 실버타운에서 점점 질이 낮아지는 돌봄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사 온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세심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광고하다가 결국 '밥 주는 아파트'로 남은 실버타운이 많다"며 "운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인 케어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는 곳들이 많은데, 우리는 오히려 '케어가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어르신들의 건강과 돌봄 필요 수준을 세분화해 시니어 주거 부문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시니어 토탈케어 서비스를 계속해서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케어닥 창업 전에는 무엇을 했나.
▲20대 중반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다. 일단 세계 일주를 해보면서 의미 있는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출국해 떠돌았다. 혼자서 '노숙자부터 대통령까지 만나자'는 기획을 하게 됐는데, 정말 노숙자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우루과이 대통령까지 봤다. 미국 대통령도 만나보고 싶어 백악관 앞에서 무작정 진을 쳤으나 결국 실패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와서는 그동안 세계 곳곳을 다녀봤던 경력을 살려 여행사에 입사했다. 그런데 적응이 좀 힘들었다. 나는 독특한 방식으로 여행을 했던 사람인데, 판에 박힌 관광상품을 팔아야 하니 재미가 없더라. 여행하면서 한 번도 호텔에서 안 자봤는데 호텔에 투숙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겠나.
-시니어 분야에서 창업해야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2016년에 독거노인 봉사단체를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노인 돌봄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느꼈다. 법에서 정한 돌봄 서비스는 어르신들을 돌본다기보다는 생존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분기에 한 번씩 쌀 5kg 포대를 주면서 안부를 확인하는 정도 말이다. 돌봄 서비스가 발전하려면 민간 영역에서 풀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케어닥 모델을 생각했나.
▲처음에는 달리기를 하면 노인들에게 기부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만드는 데 3개월이 걸렸는데, 시장의 반응이 없더라. 사업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뛰어들어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당시 알고 지내던 학교 선배가 조언하길,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는 '하고 싶은 것'보다는 '시장이 필요한 것'을 찾아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왜 사업을 하고 싶은지를 더 들여다봤다. 당시 나는 노인 시설과 기관이 너무 정리가 안 돼 있는 점과 그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미스매치가 있는 점에 착안했다. 몇천원짜리 배달 음식 하나를 시킬 때도 플랫폼으로 이 메뉴 저 메뉴를 비교하는데, 한 달에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시설을 비교하는 플랫폼이 없더라. 그래서 요양시설찾기 서비스로 케어닥을 시작했다.
-지금은 돌봄인력 매칭, 보험사 간병인 운영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 중이다.
▲요양시설찾기 서비스로 이용자는 많이 모았는데, 비즈니스 모델이 붙지 않더라. 장기요양등급 자체를 받기가 까다로운데 요양원을 찾아준들 무슨 소용이겠나. 요양시설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로 수요를 넓히니 보조금을 받지 않는 자부담 간병·돌봄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돌봄인력들이 케어닥 플랫폼에서 통해서 자신의 경력과 정보를 쌓고 수요자들과 매칭되는 방식이다. 덕분에 병원과 B2B(기업 대 기업) 사업으로도 확장할 수 있었다. 이 인프라를 바탕으로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보험사들과 간병인 보험상품을 공동출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주거 분야로 진출한 계기는.
▲노인 돌봄 산업 전체가 커지면서 정부 역할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갈 수밖에 없다. 총인구 중 노인 비율이 늘어가는데, 이들에 대한 돌봄을 세금으로 다 커버할 수는 없지 않나.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공부해보니 급격한 사회 노령화로 정부 주도의 돌봄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결국 민간시장으로 가더라. 그리고 이 부문에서 가장 유의미하게 성장한 영역이 '주거'였다. 케어닥이 가진 돌봄 인프라와 현재 우리나라 노인 주거의 실태, 회사 규모 등을 생각했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봤다.
-케어닥 케어홈은 다른 노인복지주택과 어떻게 차별화되나.
▲'케어가 있는 공간'이라는 특징을 좀 더 부각했다. 간병인 매칭, 방문요양 서비스, 생활 돌봄을 통해 그동안 축적한 전문적인 시니어 테크 노하우를 더욱 고도화했다. 전문 간병인력 제공, 케어닥 전문 교육프로그램과 간병 노하우 공유, 전문 복지용구와 소모품 공급 등 구체적인 부분을 특화해 제공한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우리는 하루 세끼를 모두 제공하는데, 배식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직접 식사를 방으로 가져다드린다. 보통 노인복지주택들은 직접 식당에 가서 식판을 들고 밥을 받아야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목이나 허리가 안 좋은 디스크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필요한 서비스다. 그분들은 이런 서비스 하나도 정말 '케어'의 관점이 많이 담겼다고 인식하더라.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올해 내 10개 지점을 더 열 계획이라고.
▲수원, 안성, 용인, 시흥 등 수도권 내에서 열 계획이다. 가족들의 접근성 차원에서 처음에는 주로 수도권에서 열겠으나, 향후에는 그 외 지역으로도 진출할 것이다. 또, 3년 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올해는 경영과 매출 증진에 집중할 예정이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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