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징계안 5건…국회 윤리위, 정쟁 도구로 변질시킨 이들
#. 지난달 26일 국민의힘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일시 퇴장시키는 등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를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이유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틀 후 정 의원을 비판한 한기호·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을 맞제소했다.
#.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중순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한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필리버스터에서 나온 주 의원의 “군 장비” 발언을 박 의원이 왜곡했다는 이유다. 9일 박 의원이 주 의원에 대해 ‘순직 해병의 사망을 장비 파손에 비유했다’며 윤리위에 제소하자 맞불을 놨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 의원은 통화에서 “전체 맥락을 보지 않은 악의적 제소”라고 반발했고, 박 의원도 “주 의원은 휴머니즘이 결여됐다”고 응수했다.
22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윤리위가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여야 극한 대결 구도에서 상대 정당 의원을 제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10일 기준 국회 의안접수시스템에 등록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총 5건(정청래·한기호·정점식·김병주·주진우)이다.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지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라고 한다. 앞선 21대 국회에서는 개원 후 한 달여가 지난 2020년 7월 당시 접수된 징계안이 0건이었다.
22대 국회 들어 여야가 윤리위 제소를 남발하는 것은 여야의 강 대 강 구도와 관련이 깊다. 접수된 징계안 5건 모두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와 필리버스터에서 나온 발언·행위를 문제 삼고 있다.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놓고 정부를 압박하는 민주당과 방어하는 국민의힘의 입장이 정면 충돌하면서 양측은 윤리위 제소를 공격 수단으로 삼고 있다.
여야의 이런 모습은 1991년 윤리위 신설 당시 “국회의원 스스로 윤리의식을 높여 국민 신뢰를 높인다”는 설립 목적과 배치된다는 평가다. 특히 징계안을 심사할 22대 국회 윤리위가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들의 제소가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에서 비상설 상임위인 윤리위는 2년마다 이뤄지는 원 구성 협상에서 18개 상임위원회 배정 이후 구성된다. 조진만(정치외교학과) 덕성여대 교수는 “윤리위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소만 일삼는 건 심판이 없는데 서로 파울이라고 외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리위 제소 사유도 정치적 균형 감각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제출한 정점식 의원 징계안은 “국민은 ‘국힘당 의원님들아 국민대표라면 떳떳이 밝혀라’는 등의 반응으로 (특검법) 청문회를 높이 평가했는데 정점식 의원은 도리어 청문회를 비하했다”고 제소 사유를 밝혔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윤리위원을 지낸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과거에는 5·18민주화운동 관련 망언이나, 개인적 비리 등 비교적 분명한 비윤리적 행위로 제소됐는데, 이제는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지 못하는 사안으로 제소한다. 윤리위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만약 윤리위가 구성되더라도 우려는 여전하다. 윤리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되지만 언제든 ‘제 식구 감싸기’ 정서가 발동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8월 윤리위 윤리1소위에서 표결에 부쳐진 ‘국회의원 김남국 제명 징계안’은 총 6명의 위원 중 찬성 3명, 반대 3명으로 과반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김 전 의원의 출신 정당인 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선 국회의원 징계안 53건이 접수됐지만 이중 1건(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만 징계가 이뤄졌다.
이현우(정치외교학과) 서강대 교수는 “현재 국회의원 징계절차와 구조로는 ‘셀프처벌’은 어렵다”며 “윤리위를 국회의장 직속 기구로 만들어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효성·강보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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