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비 10%가 1시간만에…수백년에 한번 오던 폭우, 매년 온다
10일 새벽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쏟아진 시간당 146㎜ 폭우는 2년 전의 악몽을 떠오르게 했다.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기고, 신림동 반지하에 사는 세 모녀가 목숨을 잃었던 2022년 8월 8일의 집중호우다. 당시 시간당 141.5㎜의 비가 내렸는데 불과 2년 만에 이 기록이 깨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에 충청과 전북을 중심으로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극한호우는 시간당 50㎜, 3시간 누적 9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할 정도로 강하게 내리는 비를 말한다. 전북 군산시에는 한 시간에 131.7㎜의 비가 내렸다. 군산 연 강수량(1246㎜)의 10%가 넘는 비가 1시간 만에 온 셈이다. 기상청은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한 비”라고 했다.
군산 어청도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서 측정된 시간당 강수량은 146㎜에 달했다. 2022년 8월 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측정된 141.5㎜의 시간당 강수량 기록을 뛰어넘었다. 당시 서울 기준으로 500년 빈도(5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 있는)의 비가 내렸다고 분석됐는데 2년 만에 이를 뛰어넘는 물벼락이 쏟아진 것이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100년 빈도의 폭우가 30년 빈도로 나타나면서 과거 기록을 토대로 산출하는 빈도가 무의미해졌다. 올해도 2년 전 최악의 폭우가 나타나지 말란 법은 없다”고 했는데 결국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극한호우 40년 만에 2.4배 급증
기상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온이 오를수록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하는데, 지난 100년간 서울의 연평균 기온은 3도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현재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1.3도 상승했는데도 전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이 속출하는데, 연평균 기온 3도 상승은 매우 큰 수치”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온 상승으로 기압계의 변동성도 커지면서 강수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밤 남부를 강타한 저기압은 9일 오후 8시까지도 수도권을 향해 북동진하고 있었다. 그러다 북진을 멈추고 충청권과 전라권으로 방향을 틀어 물폭탄을 쏟아냈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동진하던 큰 저기압 위로 작은 저기압이 생기면서 비구름의 진로를 방해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반기성 센터장도 “국내외 모든 수치예보모델이 수도권 북동진을 예측했는데, 이런 식의 기압계 변수는 예측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변동성은 강수량 양극화도 낳았다. 중부와 남부에 걸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됐던 비구름이 아래로는 북태평양고기압, 위로는 저기압에 눌려 압축된 탓이다. 이로 인해 서울은 예상과 달리 비가 거의 오지 않았고, 남부지방은 침수된 승강기 안에서 사람이 숨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21세기 중반 100년 빈도 극한호우 46% 증가
앞으로 이런 극한호우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국립기상과학원과 APEC기후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한반도 유역별 극한 강수 변화 전망)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5-8.5)대로 갈 경우 2040~2060년 100년 빈도의 극한호우는 현재보다 46%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문 저자인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팀장은 “중요한 건 21세기 중반 이후”라면서 “탄소 중립에 성공해 저탄소 시나리오 경로로 들어선다면 100년 빈도 호우는 21세기 후반에 중반기보다 꺾이지만 고탄소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현재보다 53%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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