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한 양 편집" "녹취록 원본 맞다"…임성근 구명설 진실공방

양수민, 정진우, 석경민, 최서인 2024. 7.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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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연합뉴스

" 녹취록은 제가 구명 로비를 한 것처럼 만든 편집본입니다.(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이모씨) " " 편집 안한 원본입니다. 듣는 분들이 판단할 것이라 생각합니다.(A변호사) "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이모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통해 구명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10일 통화 녹음의 양 당사자인 이씨와 A변호사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며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통화 중 언급된 ‘VIP’의 정체에 대해서도 두 당사자는 전혀 다른 주장을 폈다. 중앙일보는 이날 이씨와 A변호사를 각각 접촉해 두 사람의 엇갈리는 주장을 정리했다. 이씨는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 중이다. A변호사는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녹음 파일을 제출한 공익신고자다.


“타인이 보낸 문자를 읽은 것?”…VIP는 누구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태평양국립묘지(펀치볼)를 방문,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화 녹음 중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한 “VIP한테 얘기하겠다”는 발언의 진위와 성격에 대해서부터 두 사람의 입장은 갈렸다. 이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만나 “언론에서 보도된 녹취록은 내 개인 의견이 아니라, 해병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있는 또 다른 멤버인 B가 보내온 문자 메시지를 읽은 것”이라며 “녹취록에 B가 (임성근 전 사단장에) 문자 보낸 걸 나한테 포워딩했다는 말이 그 증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녹취록을 “마치 내가 구명 로비를 한 것처럼 만든 편집본”이라고 주장했다. 이씨에게 문자를 전달했다는 B씨는 골프 모임 의혹이 나온 카카오톡 단체방에 속한 멤버로 이씨의 해병대 후배이자 전직 청와대 경호처 직원 출신이다.

A변호사는 이씨의 이같은 주장을 두고 “통화 상대방이 자기가 스스로 말을 하는지, 누구걸 읽는지 저는 모른다. 다만 녹음파일은 편집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듣고 판단하시면 그게 누구걸 읽는 건지, 스스로 이야기하는 건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도 반박했다.

앞서 공개된 통화 녹음에서 A변호사는 먼저 이씨에게 “일전에 우리 해병대 가기로 한 거 있었잖아요. 그 사단장 난리 났대요”라며 임 전 사단장을 거론한 데 대해 이씨가 “임성근이?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B가 전화왔더라고”라고 대답한다. 이어 이씨가 “그래서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 절대 사표 내지 마라”라고 말한다.

여기서 언급된 VIP의 정체에 대해서도 이씨는 “녹음파일에 나온 VIP는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 또한 B가 보내준 문자를 그대로 읽은 것이다. B는 평소에도 김 사령관을 두고 ‘해병대 VIP’라고 칭했다”고 했다. 다만 A변호사는 이씨의 주장을 듣고 “상식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그에 답을 하는 게 우스워보인다”고 맞섰다.


이씨, A변호사, 전 경호처 직원 B씨…‘멋쟁해병’ 멤버들


'채상병 특검법' 증인들. 왼쪽부터 박정훈 대령,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씨의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이 성립하려면 두 사람이 직접 어떤 형태로든 아는 사이였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씨와 임 전 사단장은 이날 모두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관계를 부인했다. 이씨는 중앙일보에 “임 전 사단장은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고, 임 전 사단장 또한 입장문을 통해 “이씨와 한 번도 만나거나 연락한 적 없다”고 했다.

최초 임 전 사단장과 골프모임 의혹이 제기된 ‘멋쟁해병’ 카카오톡 대화방에도 임 전 사단장은 포함되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골프모임 의혹이 불거진 이 단톡방에는 총 5명의 해병 출신 멤버가 참여했다고 한다. 이씨와 A변호사, 청와대 경호처 출신인 B씨, 현직 경찰로 알려진 C씨와 사업가 D씨 등이다.

이씨는 “대화방 멤버들은 지난해 3월 포항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이 사건이 터지고 다들 속상하다는 말뿐”이라며 “나는 김건희 여사의 번호를 몰라서 연락할 방법도 없고, 임 전 사단장의 구명에 대해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구명 의혹 관련 녹음 파일과 관련한 입장을 내고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이씨가 ‘VIP에게 내가 얘기하겠다’며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대통령실은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하며,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하면서다.

공수처는 녹음 파일을 토대로 이씨를 통한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의 실재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이씨가 대통령실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가 아닌데도 발언을 과장했을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양수민‧정진우‧석경민‧최서인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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