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반쪽짜리 선진국

김상기 2024. 7. 1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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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니키타 타쿠르라는 인도인 여성 유튜버가 'K인종차별'을 고발하는 영상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왜 인도인들은 한국에서 출입금지를 당하나'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2월 29일 게시된 영상은 지금까지 924만여회의 조회수와 37만여회의 좋아요를 기록하는 등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지난해 와튼스쿨 등과 공동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인종차별적 국가' 보고서에서 한국은 10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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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132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니키타 타쿠르라는 인도인 여성 유튜버가 ‘K인종차별’을 고발하는 영상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왜 인도인들은 한국에서 출입금지를 당하나’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2월 29일 게시된 영상은 지금까지 924만여회의 조회수와 37만여회의 좋아요를 기록하는 등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인터넷 반응 또한 뜨거웠다. 영상 댓글 창에 8만1000여 건이나 되는 댓글이 쌓였는데 그 대부분은 K팝이나 K드라마, K뷰티, K자동차 등 한국 문화나 한국 상품을 보이콧하자는 날 선 의견들이다.

니키타 타쿠르는 한국인은 피부색이 진하고 자신들보다 잘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도인을 차별한다고 지적한다. 그녀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낯이 화끈거린다. 한국에 여행 온 인도 여성은 쇼핑하다 자신이 만진 옷을 주인이 더럽다는 듯 털어내는 일을 당했다고 했다. 인도 아난타푸르에 있는 기아 공장 주변의 한식당들은 한국인만 받고 인도인을 받지 않아 반발을 샀다. 또 한국에서 9년 살았다는 인도인 유튜버가 한국의 클럽을 전전하면서 세 번이나 입장을 거절당하는 영상도 있다. 니키타 타쿠르는 구독자들에게 “우릴 존중하지 않는 한국의 문화를 보이콧해야 하는 건 아닌지,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영상이 모두 옳은 내용을 담은 건 아니다. 소수 사례를 일반화하거나 한국 정부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식의 오해와 억지가 곳곳에 섞여 있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은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인도인들이 정작 한국에선 경멸의 대상이라니 불쾌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건 “선진국이라고 해서 사람들까지 깨어 있다는 뜻은 아니죠”라는 댓글이었다. 그러니까 한국을 물질적으로 선진국일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한 곳이라고 꼬집은 셈이다.

우리가 피부색이나 경제력으로 인종차별을 일삼는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육상선수 나마디 조엘진을 향한 인터넷 악성 댓글이 회자됐다.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조엘진은 100m 달리기 고등부 신기록을 연신 갈아치우며 한국 단거리 육상의 기대주로 손꼽히는 선수다. 여러 대회에서 메달을 휩쓰는데도 경기 영상에는 언제나 “피부가 검은데 한국의 미래 맞냐”는 인종차별적 댓글이 달리곤 한다. 급기야 조엘진을 겨냥한 한국인의 인종차별적 악성 댓글을 고발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오르내리며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다.

사실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은 이미 악명 높다.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지난해 와튼스쿨 등과 공동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인종차별적 국가’ 보고서에서 한국은 10위에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톱10에 든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보고서는 “한국은 수십 년간 경제 발전을 이룩했지만 인종적 편협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한국에는 피부색과 언어 차이에 기반한 인종차별이 존재하며, 특히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유엔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처럼 고령화와 저출산이 이어지면 2050년이면 다문화가족 비중이 전체 인구의 2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인종차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문화 교육을 강화해 다양한 문화와 인종에 대한 이해, 존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인종차별을 법으로 금지하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차별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이주민을 보호하고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이제 좀 살게 됐다고 으스대며 남 차별하는 ‘반쪽짜리 선진국’이라는 오명은 벗어야 하지 않을까.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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