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사 힘겨루기 최저임금제, 새 해법 모색을
최저임금 결정의 시기가 돌아왔다. 지난 2일 경영계의 업종별 차등 적용 요구가 부결됐다. 지난 9일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이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최저임금 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노동계는 올해보다 27.8% 증가한 1만2600원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동결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해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다. 그런데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 협상에서 노사 모두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주휴수당 문제다. 올해 적용되고 있는 최저임금은 시급 9860원으로 1만원 미만이다. 그런데 함께 고시되는 최저임금 월지급액 206만740원을 실제 일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다시 시급을 환산해보면 1만원이 훌쩍 넘는다. 어떻게 보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1만원이 안 되고, 주는 사람은 1만원이 넘는다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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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사 이견에 갈등 큰 주휴수당
점진적·단계적 폐지하는 대신
수당만큼 임금 인상 검토할 만
」
상황이 이렇게 복잡하게 된 것은 다른 선진국에는 없는 대한민국 근로기준법 제55조에 규정된 유급 주휴제도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주 5일간 8시간씩 계속 근무하면 1일 8시간 기준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고시되는 최저임금 월지급액은 일하지 않고 유급 처리되는 주당 8시간을 포함해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따라서 월급제의 경우 주휴 시간을 제외하고 실제 일하는 시간(월 174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계산하면 현재 1만1843원이 된다.
그런데 여기에 예외로 적용되는 것이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경우다.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주휴가 적용되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했던 2019년부터 초단시간 아르바이트가 증가했던 것도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사용자의 꼼수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 결국 이런 주휴제도의 영향으로 당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더 취약한 근로자들에게 더 열악한 근로 환경을 초래한 셈이 됐다.
최저임금법 제4조에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과정을 보면 객관적 수치를 통한 논리적 접근보다는 여론전에 치중하는 중앙 단위 단체교섭의 양상을 띤다.
사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일 뿐이고, 기업의 지급 여력에 맞게 그 이상을 주라는 것이 법률의 취지다. 그런데도 현실적으로는 일부 저임금 업종에서 최저임금이 ‘표준임금’이나 ‘기준임금’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매년 이맘때가 되면 노사 양측이 모든 투쟁력을 최저임금에 집중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사실 그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면 사용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강행 법규다. 고의나 반복 여부와 관계없이 최저임금 미만을 지급하면 형벌에 처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용자 측은 사업주의 지급능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최저임금 수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합리적으로 결정하겠지만, 최저임금이 주휴수당도 받지 못하는 가장 취약한 단시간 근로자(‘알바’)에 주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근로자의 생계비를 보장하는 수준은 돼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주휴 시간을 자동 포함하는 월급제 등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은 주휴 시간만큼 더욱 가중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처벌의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영세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더 강한 반발을 초래한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주휴수당의 점진적·단계적 폐지, 그 기간 수당 감소분만큼 최저임금 인상분으로 보장해주는 노·사·정 합의를 한다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복잡한 최저임금을 알기 쉽고 형평에 맞게 바꿔 나가면 좋겠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으로만 작용하고 생산성 등을 고려해 추가적인 임금은 사업장별, 또는 산업별 단체교섭을 통해 정하는 것이 어떨까. 그래야 노동시장이 좀 더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않을까.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갈수록 부족해지고 노동력 확보가 점점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수많은 혼선과 시행착오를 겪은 최저임금제도가 이제는 말 그대로 최저임금답게 제자리를 찾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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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 한국공학대 석좌교수·퇴직연금개발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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