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마켓 나우] 바이든이 물러날 수 없는 ‘역사적’ 이유
1968년 3월 말, TV 앞에 모인 미국인들은 귀를 의심했다. 3년여 전 대선에서 압승한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 린든 존슨(사진) 대통령의 담화가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존슨이 하차한 표면적 이유는 베트남전쟁이었다. 엄청난 전비 투입에도 수만 명의 전사자를 내면서 미군은 패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징집에 반발한 대학생의 반전시위로 캠퍼스는 연일 몸살을 앓았다. 국정 지지율이 하락해 40%를 위협하자 존슨은 대선 레이스에서 이탈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존슨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후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뽑힐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지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과시킨 민권법과 사회복지정책은 미국을 보다 나은 국가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존슨이 물러난 직후 젊은 나이에 정계에 입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완패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지지율이 37%대로 떨어지자 후보직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물밀 듯이 쏟아지고 있다.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은 완강하게 하차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고령의 바이든이 존슨의 뒤를 따라 편히 여생을 보내는 길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바이든은 존슨 사퇴 후 벌어진 일들을 목격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날 수 없다.
1968년 민주당에는 인기 있는 후보가 여럿 있었다. 로버트 케네디와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은 공화당 닉슨 후보의 대항마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존슨 대통령의 하차 선언 두 달 뒤 케네디 후보가 암살됐다. 그다음 주에는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또 총격으로 사망했다.
반전 민주화 시위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민주당 출신의 제3 후보까지 대선에 뛰어들자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승리를 거둔 닉슨 대통령 치하에서 미국 경제는 급전직하했다. 음울한 보복 정치가 판을 쳤다.
바이든은 자신이 물러나면 1968년의 혼란이 재현될 것이라 우려한다. 56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 미국이 지원하는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이 바이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재정적자로 인해 풀린 돈으로 물가는 불안하고 과열된 경기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트럼프가 승리해 백악관에 복귀하면 미국 경제는 1970년대의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동반된 스태그플레이션을 답습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지율이 더 크게 곤두박질치지 않는 한 바이든은 책임감으로 뛸 수밖에 없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페드시그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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