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축복 받은 야말, 결승행 축포 쐈다

송지훈 2024. 7. 11. 0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로 2024에서 돌풍을 일으킨 라민 야말. [AFP=연합뉴스]

16세의 ‘축구 신동’이 ‘축구 황제’를 울렸다. 유망주의 활약을 앞세운 ‘무적함대’ 스페인은 ‘아트사커’ 프랑스를 쓰러뜨리고 유럽 정상 문턱에 섰다.

스페인은 10일 독일 뮌헨의 푸스발 아레나 뮌헨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 2024) 준결승에서 프랑스에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오는 15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잉글랜드의 승자와 앙리 들로네(유로 우승 트로피 별칭)를 놓고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스페인이 유로 무대에서 결승에 오른 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던 지난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독일과 함께 통산 3회 우승(1964·2008·12)을 기록 중인 스페인은 이번 대회를 통해 통산 우승 부문 단독 1위로 치고 나갈 기회를 잡았다.

선제골은 당대 최고의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를 앞세운 프랑스가 터뜨렸다. 전반 8분 음바페가 상대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감각적인 크로스를 올리자 정면에 있던 랑달 콜로 무아니(파리생제르맹)가 머리로 받아 넣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곧 만회 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007년생으로 올해 만 16세인 신성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이 동점 골을 터뜨렸다. 전반 21분 상대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볼을 받은 뒤 감각적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스페인은 4분 뒤 다니 올모(라이프치히)의 역전 골을 묶어 2-1로 승부를 뒤집었다.

동점 골의 주인공 야말은 16세 362일의 나이에 골을 터뜨려 요한 볼란텐(스위스)이 지난 2004년 작성한 대회 최연소 득점 기록(18세 141일)을 갈아치웠다. 야말은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득점 이외에도 슈팅 3회, 패스 성공률 79%, 키 패스 2회, 드리블 성공 1회, 태클 성공 1회, 볼 리커버리 4회, 걷어내기 11회 등 맹활약을 펼쳤다. 야말을 경기 MVP로 선정한 UEFA는 “환상적인 동점 골로 스페인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볼을 잡았을 때 위협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2007년 9월 20세의 메시가 그해 태어난 야말을 목욕시키는 장면. [AP=연합뉴스]

야말은 여전히 치아 교정기를 착용한 평범한 고교생이지만, 한편으론 스페인을 넘어 세계 축구가 주목하는 차세대 스타다. 성장하기까지 ‘역대 최연소’ 타이틀을 줄줄이 갈아치운 기록 제조기이기도 하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2022~ 23시즌 최연소 1군 등록 기록(15세 290일)을 세운 게 출발점이었다. 이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연소 데뷔(16세 38일), 최연소 선발 출전(16세 38일), 최연소 득점(16세 87일) 기록을 줄줄이 세웠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최연소 데뷔 및 득점(16세 57일) 기록을 갈아 치웠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번 대회에서도 야말의 기록 행진은 이어진다. 앞서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도움을 기록해 유로 대회 본선 역대 최연소 출장과 공격 포인트 기록(16세 338일)을 세웠다. 프랑스전에서는 역대 최연소 득점(16세 362일) 기록까지 작성하며 ‘축구의 신’ 펠레가 지난 1958 스웨덴월드컵에서 작성한 메이저 대회 최연소 득점 기록(17세 239일)도 뛰어넘었다.

‘메시의 재림’이라 불리는 야말은 실제로 메시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지난 2007년 바르셀로나가 자선기금 모금을 위해 제작한 달력에 메시가 아이를 목욕시키는 사진이 공개했는데 당시 사진 속의 아기가 갓 태어난 야말이었다. 9일 이 사진을 공개한 AP통신은 “17년 전 아주 특별한 전설이 시작됐다”면서 “두 전설이 남다른 방식으로 처음 만났다”고 전했다.

야말은 득점 직후 손가락으로 숫자 ‘304’를 만들어 보이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한다. 304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바르셀로나 인근 빈민촌 로카폰다의 우편번호(08304)의 일부다. 모로코인 아버지와 적도 기니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이민자 2세대로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야말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골을 넣을 때마다 이 세리머니를 펼친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