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울산] 홍명보 “韓축구 위해 나를 버렸다, 2014년 홍명보와 아주 다르다” (전문)
김희웅 2024. 7. 10. 23:28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을 전했다.
울산은 10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 경기에서 0-1로 졌다. 울산은 3경기 무승(1무 2패) 늪에 빠졌고, 광주는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광주전이 홍명보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홍 감독은 오는 13일 열리는 FC서울전까지 지휘할 의사가 있지만, 아직 구단과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전을 앞두고 대표팀 이야기는 경기 후에 하겠다고 한 홍명보 감독은 그간 있었던 일을 상세히 전했다.
홍명보 감독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가 2014년도 월드컵 끝난 뒤였다. 그때 끝나고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서 가고 싶지 않았다”며 “2월부터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내 이름이 전강위, 축구협회, 언론에 나와서 정말 괴로웠다. 뭔가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지난 5일 이임생 KFA 기술 총괄이사를 만난 홍명보 감독은 고심 끝에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그는 “나는 밤새도록 고민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을 가진 것에 도전하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다. 도저히 그 안에서 어떻게 할지 답을 내리지 못한 날이었다”면서 “결과적으로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내게 질문했다. 거기에는 내가 말씀드린 두려움이 가장 컸다. 어떻게 보면 이게 내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예전에 실패한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뭔가 팀을 정말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공개적으로 대표팀 감독직 거절 의사를 드러낸 홍명보 감독은 일주일 만에 생각을 바꿨다. 팬들은 2024시즌 중 팀을 떠나는 홍 감독을 향해 ‘배신자’라고 했다. 실제 광주전 서포터석에는 “피노키홍” “런명보” 등 홍 감독을 비판하는 걸개가 걸렸다. 경기가 끝난 뒤 홍 감독이 인사하러 팬 앞에 섰을 때도, 서포터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홍명보 나가!”라는 외침도 이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너무 죄송했다. 그동안 너무 좋았었는데, 물론 언젠가는 떠나야 할 시기가 오겠지만 이렇게 작별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내 실수로 인해 이렇게 떠나게 됐다. 정말 우리 울산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내가 드릴 말씀이 없다. 내가 2014년을 끝내고 협회에서 일을 마치고 울산을 선택했을 때는 온전히 개인만을 위해 울산을 택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그리고 축구만 생각하면서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다. 물론 내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응원의 구호가 오늘은 야유로 나왔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 있다. 다시 한번 우리 울산 팬들, 처용전사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제 대표팀 사령탑이 된 홍명보 감독은 “10년 만에 간신히 재밌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 봤는데, 결과적으로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긴 잠을 못 자면서 생각했는데, 난 나를 버렸다. 이제 나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그게 내가 우리 팬들에게 ‘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던 마음을 바꾼 상황”이라고 했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과 일문일답.
-경기 총평.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 홈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지 못해 죄송하다.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했다.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은.
일단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가 2014년도 월드컵 끝난 뒤였다. 그때 끝나고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서 가고 싶지 않았다. 2014년 이후로 10년 며칠 됐다. 그동안 어려운 시점도 있었고, 반대로 이렇게 울산에서 3년 반 동안 좋은 시간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10년 전에 국가대표 또는 축구인 홍명보의 삶의 무게를 그때 내려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2월부터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내 이름이 전강위, 축구협회, 언론에 나와서 정말 괴로웠다. 뭔가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고,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7월 5일 이임생 위원장이 집 앞에 찾아왔다. 2시간 정도 기다린 위원장을 내가 뿌리치지 못했고, 그때 처음 이임생 위원장을 만났다. 이임생 위원장이 내게 말씀하셨다. MIK란 메이드인 코리아란 기술 철학을 이야기했다. 물론 나도 협회가 MIK를 발표할 때, 충분히 그 내용에 대해 다 알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예전에 행정 일을 하면서 그 일에 굉장히 관심이 많이 있었는데, 그걸 마무리 짓고 나오지 못했다. 나는 축구대표팀, 특히 연령별 대표팀과 연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도 많이 추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이임생 위원장께서 그 말씀을 하셨고, 나는 행정이란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실행이었다. 하지만 실행하는 데 있어서 현장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좋다. 그 안에서도 누가 과연 이걸 실행하는 데 좋은 건 A대표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에 위원장께서 외국에 가서 두 분을 만나시고 분명 거기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을 것이다. 내용은 모르겠지만, 잘되지 않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부분에 있어 내게 부탁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이야기를 그렇게 들었고,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도 동의했다. 하지만 결정 내리지 않고 이임생 위원장은 바로 돌아갔다.
나는 밤새도록 고민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을 가진 것에 도전하는 것에 굉장히 두려웠다. 도저히 그 안에서 어떻게 할지 답을 내리지 못한 날이었다. 결과적으로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내게 질문했다. 거기에는 내가 말씀드린 두려움이 가장 컸다. 어떻게 보면 이게 내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내가 예전에 실패한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뭔가 팀을 정말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내가 이임생 위원장을 만나고 밤새도록 고민하고 고뇌하는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10년 만에 간신히 재밌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 봤는데, 결과적으로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긴 잠을 못 자면서 생각했는데, 난 나를 버렸다. 이제 나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그게 내가 우리 팬들에게 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던 마음을 바꾼 상황이다.
-규정상 K리그 팀을 맡고 있어도 특별한 사유 없이는 대표팀 제안을 거절 못 한다는 게 있는데, 어떤 생각인지.
나는 지금 그 룰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대도 많이 바뀌었고, 그 룰로 각 팀 K리그 감독들을 구속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대 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본인이 김판곤 감독(당시 위원장)과 만든 시스템 어긴 꼴이 됐는데.
나는 시스템이 어떻게 된 지는 알 수 없는 게, 나는 만나자고 해서 ‘내가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물었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만났다.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지는 내가 알 수 없다. 전강위나 축구협회에서 했다고 생각한다.
-2014년 감독 홍명보와 2024년 감독 홍명보는 어떻게 다른가.
지금과 10년 전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경험도 많이 부족했고, 뭔가 축구 지도자로서 시작하는 입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10년 전보다는 K리그 경험도 아주 많이 하고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았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대표팀의 전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 대표팀이 좋은 선수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다.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과연 어떤 게 제일 중요하냐고 한다면, 재능을 가진 걸 어디에 올려놓냐에 따라 많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에 재능을 헌신 위에 올려놓으면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재능을 이기주의 위에 놓는다면, 그렇게 발휘되지 못할 것이다. 팀 스포츠를 해오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이다. 좋은 선수들도 많지만, 얼마나 신뢰 관계를 쌓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이 폭로한 것에 대한 것을 아는가.
영상도 봤고, 내용도 확인했다. 개인적인 생각은 박주호 위원이 자기가 가진 커넥션을 통해 굉장히 전강위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 안에서 어려움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도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일들이 축구계에 계속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의견이 존중받으면서 우리가 하나로 돼서 어떤 목표로 갈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박주호 위원의 말이 불편하게 들릴 사람도 있지만, 그런 것도 이제는 허용해야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리라 생각한다.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를 돌면서 팬들에게 인사했는데, 그때의 생각은.
너무 죄송했다. 그동안 너무 좋았었는데, 물론 언젠가는 떠나야 할 시기가 오겠지만 이렇게 작별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내 실수로 인해 이렇게 떠나게 됐다. 정말 우리 울산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내가 드릴 말씀이 없다. 내가 2014년을 끝내고 협회에서 일을 마치고 울산을 선택했을 때는 온전히 개인만을 위해 울산을 택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그리고 축구만 생각하면서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았다. 물론 내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응원의 구호가 오늘은 야유로 나왔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 있다. 다시 한번 우리 울산 팬들, 처용전사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
-울산, 대표팀 일정은.
아직 상의는 없었다. 협회와 연락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언제 갈지 결정되지 않았다.
울산=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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