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대표팀 부임' 홍명보 감독 "한국축구를 위해 저를 버리기로 했다... 축구인생 마지막 도전"
[풋볼리스트=울산] 윤효용 기자= 홍명보 차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감독직을 수락하게 된 이야기를 밝혔다.
10일 오후 7시 30분부터 울산에 위치한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를 치른 울산이 광주FC에 0-1로 패했다.
이날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 부임에 대해 입을 열었다. 홍 감독은 당초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했다가 마음을 바꾼 이유와 함께 이임생 기술발전이사와 만난 이야기, 울산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꺼냈다. 이하 홍명보 기자회견 전문.
-경기 총평
결과를 얻지 못해서 아쉽다. 홈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협회에 대한 비판이 떠나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는데, 어떻게 바뀐 건가. 감독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은.
다 아시겠지만 가장 큰 어려운 시기가 2014년 월드컵 끝난 뒤였다. 그때 상황은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도 가고 싶지 않았다. 2014년 이후 10년이 조금 넘었다. 어려운 시점도 있었고, 울산에서 3년 반 동안 좋은시간도 있었다. 10년 전에 국가대표 또는 축구인 홍명보의 삶의 무게를 그때 내려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2월부터 제 이름이 저의 의도와 상관없이 전력강화위원회, 언론을 통해 나온 것에 정말로 괴로웠다. 난도질 당하는 기분이었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7월 5일에 이임생 기술이사가 집 앞에 찾아왔다. 두 세시간 정도 기다린 이사를 뿌리치지 못했고, 그때 처음 이 이사를 만났다. 이 이사가 말한 건 MIK(Made In Korea) 기술 철학이었다. 협회가 MIK 철학을 발표할 때, 충분히 내용에 대해 다 알고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행정일을 하면서 그 일에 굉장히 관심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걸 마무리 짓고 나오지 못했다. 특히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했고 그 때도 많이 추진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루지 못했다. 이 이사가 저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행정이라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만들고 가장 중요한 건 실행이다. 실행은 현장에 있는 사람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안에서 누가 가장 실행을 하는 게 좋냐라고 하면 국가대표 A대표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사가 해외에 가서 다른 감독 두 분을 만났고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셨다. 저에게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강하게 이야기하고 부탁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이야기를 그렇게 들었고, 저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했다. 결정은 내리지 않고 이 이사는 돌아갔다. 저는 밤새도록 고민을 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게 두려웠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간다고 하는 게 그랬다. 제가 또 어떻게 할지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던 날이다. 이후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저는 저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두려움이 가장 컸고, 어떻게 보면 이게 제 축구인생에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 제가 한 번 실패했던 그 과정과 그 후에 일들을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팀을 정말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게 제가 이 이사를 만나고 밤새도록 고민하고 고뇌한 이유다. 저에게는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제가 대표팀을 하지 않는다라고 한 건 저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10년 만에 이제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도 하고, 즐거운 시간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여기서 저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긴 잠을 못 자면서 생각했던 건 저는 저를 버리기로 했다, 이제 저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우리 팬들에게 가지 않는다고 말한 마음을 바꾼 이유다.
-K리그 팀 감독을 맡고 계신데, 축구협회 규정상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K리그 감독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나.
지금은 그 룰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도 많이 바뀌었고 예전같이 그 부분을 가지고 각 팀 K리그 감독을데려간다고 하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판곤 위원장과 감독님이 만든 시스템을 버린 결과가 됐는데.
시스템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저는 만나자고 해서 '제가 전강위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물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서 만난 거지 시스템이 어땠다는 건 제가 말할 부분이 아니다.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2014 감독 홍명보와 지금 홍명보는 어떻게 다른가, 현재 대표팀의 전력은?
지금과 10년 전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때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경험도 많이 부족했다. 축구 지도자로서 시작하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10년 전보다는 K리그 경험도 많이 하고,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았던 시간이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아직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한국 대표팀이 많은 좋은 선수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다.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냐면 그 재능을 어디에 올려놓는냐에 따라 많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헌신, 희생 위에 올려놓으면 이 재능은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거라 생각한다. 이기심에 있다면 이 재능은 발휘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좋은 선수들도 많이 있지만 일단은 얼마나 신뢰 관계를 쌓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박주호 위원이 유튜브에 자기 소신을 밝혔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다른 의견도 있는데, 감독님은 의견은?
영상도 봤고, 내용도 다 확인했다. 개인적인 생각은 박주호 위원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커넥션을 통해서 굉장히 전강위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려움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이 축구계에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견들이 다 존중받으면서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지만 포용해서 더 발전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마치고 그라운드 한 바퀴 돌면서 팬들에게 인사를 했는데, 안좋은 구호들이 나왓다. 별 말 없이 그라운드를 떠나왔는데, 그 당시 생각과 하고 싶은 말은
너무 죄송했다. 그동안 너무 좋았었는데, 이렇게.. 물론 언젠가는 떠나야할 시기가 오겠지만 이렇게 작별한느 건 원하지 않았다. 저의 실수로 인해 떠나게 됐는데, 정말 우리 울산 팬들에게 죄송하다.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 2014년 끝내고 협회에서 일을 마치고 울산을 선택했을 때 온전히 저만을 위해서 선택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그리고 축구만 생각하며 보냈던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랬는데. 오늘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여러가지 야유가 나왔는데 전적으로는 저의 책임이다. 다시 한 번 울산 팬들, 처용전사 이분들께 사과의 말씀드리겠다. 죄송합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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