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인생 마지막 도전"...A대표팀 감독 복귀 배경
"내 축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홍명보(55) 울산 HD 감독이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을 밝혔다. 홍 감독은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2024시즌 K리그1 홈 경기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날은 홍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택된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서는 자리였다. 홍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물러난 뒤 10년 만이다.
홍 감독이 대표팀에 복귀한 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앞서 홍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협회에서 나보다 더 경험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리고 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발언은 홍 감독이 울산에 남겠다는 약속을 한 거로 받아들여졌다.
홍 감독은 생각을 바꾼 이유에 대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실패의 기억 때문에) 도전하는 게 두려웠다. 지난 2월부터 내 의도와 상관없이 여러 곳에서 이름이 오를 때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지난 5일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집 앞에 찾아와 2~3시간을 기다려 이를 뿌리치지 못했다. 당시 이 이사가 최근 발표한 '한국 축구 기술 철학'을 이야기하며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에 관해 설명했다. 나 역시 협회 전무이사 시절부터 이를 추진했는데, 이루지 못한 부분이었다. 행정직에서 한계가 있는 이 부분을 A대표팀 감독으로 실행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 새 팀을 정말로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10년 만에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난 나를 버렸다. 난 없다. 이제 (내 안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이렇게 마음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대표팀 합류 시점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울산 팬들은 홍 감독이 울산에 남겠다는 약속을 불과 일주일 만에 어겼다며 분노했다. 경기 시작 전 장내 아나운서가 홍 감독의 이름을 부를 때 울산 팬들은 '우~' 하며 야유를 보냈다. 선수단과 홍 감독이 입장하자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거짓말쟁이 런명보' 'K리그 무시하는 KFA(대한축구협회) 아웃' 등 플래카드를 들었다.
홍 감독은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나의 실수로 인해 좋지 않은 모습으로 떠나게 됐다. 드릴 말씀이 없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 팬, 축구만 생각하며 지낸 시간이 너무나 좋았다. 여러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 응원의 구호였던 것이 야유로 나왔지만 내 책임이다. 다시 한번 팬들에게 사과드린다"고 울산 팬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울산은 이날 광주FC에 0-1로 졌다. 3경기(1무 2패)째 무승의 사슬을 끊지 못한 울산은 3위(승점 39)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이정효 감독의 광주는 울산 상대 4연승을 달리며 '천적' 관계를 재확인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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