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체 뜨거운 감자 ESS
최근 이차전지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을 꼽으라면 단연 ‘ESS’다. ESS란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각종 발전을 통해 생성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건전지에 전기를 보관하듯, 이차전지 배터리에 전기를 모아 저장하는 방식이다. 본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업체는 ESS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국내 업체가 집중하는 분야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였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기자동차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흐름은 2023년 들어 바뀌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 빠지면서다. 캐즘이란 신제품이 대중화되기 전 수요가 둔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성장을 거듭하던 전기차 시장은 2023년부터 수요 감소로 규모가 줄기 시작했다.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이차전지 업체의 배터리 매출도 동시에 축소됐다. 위기를 극복하고자,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은 대안 시장으로 ESS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혁명의 ‘필수’ 아이템
ESS는 쉽게 말하면 거대한 ‘보조 배터리’다. 전기가 생산될 때, 전기를 배터리에 모아놓은 뒤, 필요할 때 가정이나 사업장으로 공급해주는 체계다. 일반적으로 수백 ㎾h 이상 전력을 저장하는 단독 시스템을 ESS라고 지칭한다.
ESS는 화력, 원자력 발전 등 기존 전기 발전 체계에서는 크게 쓰이지 않았다. 기존 발전 체계는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만큼의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연료만 투입하면 바로 전기 발전이 가능했다. 전기는 특성상 이동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전기를 보내기 전에 저장장치에 두면 전기 손실률이 올라간다. 발전사 입장에서는 굳이 손실을 감수하며 전기를 저장할 필요가 없었다. 전기를 생산하고 전력이 필요한 곳에 바로 보내면 됐다.
전기 발전 패러다임이 신재생에너지로 바뀌면서 ESS의 필요성이 커졌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원하는 시간에 전력을 생산하기 어렵다. 자연 현상을 인간 뜻대로 다루지 못해서다. 태양광의 경우 햇빛이 셀 때는 필요 이상으로 전기가 생성된다. 반면 날씨가 흐려 햇빛이 약할 때는 적정량의 전기를 생산하기 어렵다. 때문에, 전기 발전이 가능할 때 최대한 많이 저장해두고, 전기 발전이 힘든 상황에는 저장한 전기를 보내주는 ESS가 필수다.
ESS는 저장 방식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물리적 에너지 저장 체계와 화학적 에너지 저장 체계다. 물리적 에너지 저장 방식으로는 양수발전과 압축공기저장, 플라이휠 등이 있다. 화학적 에너지 저장 방식은 리튬이온 배터리, 납축전지, NaS전지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ESS 하면 떠올리는 시스템은 바로 화학적 에너지 저장 방식이다. 화학적 저장 방식 중에서도 배터리 형식의 ESS를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라고 부른다. 이차전지에서 요즘 핫하다는 ESS가 바로, BESS다.
LG도 삼성도 연달아 뛰어든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세계 최대 이차전지 박람회 중 하나인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최신 ESS 모델을 나란히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기술을 적용한 주택용 ESS 제품 ‘엔블록 E’와 중대형 ESS ‘뉴 모듈라이즈드 솔루션(NMS)’ 등을 공개했다. 엔블록 E는 모듈식으로 팩을 간편하게 끼워 넣는 소형 저장장치 제품이다. 용량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팩은 최대 5개까지 장착이 가능하다. NMS는 송·배전망 등에 쓰이는 전력망용 ESS다. 올해 들어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6월부터 에스토니아 전력공사 ‘에스티 에네르지아’가 주도하는 오베르 산업단지에 ESS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삼성SDI는 ‘삼성 배터리 박스(SBB)’를 선보였다. 크기 대비 전기 저장 용량을 대폭 늘린 ‘프리미엄 ESS’다. LFP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성능은 더 좋은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술을 적용했다. 삼성SDI는 프리미엄 라인 외, LFP를 활용한 중저가 ESS 시스템도 함께 공개했다.
한국 이차전지 업체가 앞다퉈 ‘ESS· LFP’ 키워드를 앞세우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간 한국 업체가 집중해온 분야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였다. 소재 역시 LFP가 아닌 NCA가 주력이다. 성능이 좋은 NCA 배터리를 앞세워 전기차 업체의 ‘니즈’를 공략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에 캐즘 밸리(대중화 전 수요 정체 구간)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전기차는 고금리와 경기 둔화 그리고 보조금 감소 등의 여파로 수요가 줄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대폭 감소했다. 자동차 시장분석기관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친환경차 시장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다. 2023년 2분기 성장률(13%)과 비교하면 매우 부진한 수준이다.
반면, ESS 시장은 날로 성장세다. RE100, ESG 열풍 등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2024년 ESS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7% 늘어난 400억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35년에는 800억달러 수준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중국과의 경쟁은 어떻게
대중 무역 규제 노려라?
ESS 시장에 긍정적인 전망만 펼쳐져 있지는 않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압도적인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막대한 내수와 정부 보조금을 내세워 일찌감치 ESS 시장을 키워왔다. 기술 경쟁력도 앞선다. 현재 ESS 배터리의 80%에 달하는 LFP 배터리의 경우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가장 뛰어난 분야다. 세계 최대 ESS 시장 중 하나인 유럽은 사실상 ‘중국 업체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업체는 대신 미국을 공략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중국산에는 관세가 세게 붙는다. 유럽에 비해 미국 시장은 중국산 제품 점유율이 낮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꽤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2026년 현 바이든 정부의 ESS용 배터리 관세 인상이 예상돼 있다.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 대중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 내 생산라인이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내 고객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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