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홍' '런명보' 뿔난 울산 팬들…홍명보 "그분들 마음 이해"
차기 축구 국가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프로축구 울산 HD 감독이 "팬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1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광주FC와의 정규리그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어 '대표팀 감독 자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30분 있다가 킥오프다. 경기 끝나고 심경을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질문 달라"고 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 집중력 부분에서) 아무래도 우려가 되겠는데, 근데 또 모르겠다"며 "오늘 평상시보다 열심히 하자고 얘기를 했지만, 경기는 또 치러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피노키홍'이라는 걸개가 붙었다. 홍 감독이 '거짓말쟁이'라는 것이다. 경기 시작 전 장내 아나운서가 홍 감독의 이름을 부를 때에는 울산 팬들이 '우~' 라며 야유를 보냈다. 선수단과 홍 감독이 입장하자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거짓말쟁이 런명보' 'K리그 무시하는 KFA(축구협회) 아웃' 등 플래카드를 들었다.
앞서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되기 전 정규리그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 협회에서 나보다 더 경험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리고 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울산 팬들은 홍 감독이 이 약속을 불과 일주일 만에 어겼다며 분노했다.
홍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생각이 바뀐 이유에 대해 7분 넘게 대답했다.
그는 "이게 내 축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의 기억 때문에) 도전하는 게 두려웠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면서 "새 팀을 정말로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만에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난 나를 버렸다. 난 없다. 이제 (내 안엔)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이렇게 마음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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