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경제성장 없이 국격 없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어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려운 시기에도 혁신과 도전은 기업의 몫”이라며 “혁신을 통해 세계 일류 기업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한경협 최고경영자(CEO) 제주하계포럼’ 강연에서 “혁신과 도전은 오늘날 특별히 필요한 것이 아니고 과거부터 우리는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공유하며 한국 기업들의 도전적 역사를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학 졸업 후 학생 운동했던 사람들은 정치 쪽으로 갔지만 나는 기어코 기업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취업을 택했다”라며 “당시 제대로 된 기업에 갈 수 없는 신분이었기에 종업원 18명뿐인 건설회사에 취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 기업이 자라서 자동차를 만들고 배와 반도체를 만드는 것을 경험했다”라며 “우리 대한민국은 이러한 기업들의 혁신과 도전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65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977년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인공지능(AI) 붐과 함께 최근 급박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업들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시절 미국의 1등 기업은 늘 제너럴모터스(GM))였지만 최근 미국은 어떤 기업이 앞서 나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라며 “한국은 변화에 잘 적응하고 살아왔기에 이 시대에도 앞서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2002~2006년 민선 3기 32대 서울특별시장에 이어 17대 대통령을 지낸 그는 자신의 공직생활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했던 경험들도 소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한국은 이 위기에서 가장 먼저 쓰러질 나라로 꼽혔다”라며 “대·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각각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대책을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논의하기 시작했고 위기가 끝날 때까지 160회 정도의 회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를 제치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를 수주한 사례도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전 세계가 3.5% 역성장 할 때 대한민국은 0.2% 플러스 성장을 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라며 “이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서는 위기를 극복하는 모범사례로 대한민국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성장 없이는 국격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기업이 해야 하는 것”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고 정부가 그 역할을 해야한다”고도 조언했다.
이날 강연은 30여분간 진행됐다. 한경협 측에서 제안했고, 이 전 대통령이 수락하며 성사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무역협회 CEO 조찬회에서 특별 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로 37회째 맞은 한경협 제주 하계포럼은 ‘대전환 시대,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이날부터 나흘 일정으로 열린다. 이번 포럼에는 약 50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해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과 미래를 주도하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대전환 시대 금융의 변화와 혁신’,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의 ‘글로벌기업이 우주에 집중하는 이유’,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의 ‘AI가 바꾸는 미래’ 등 강연이 이어진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취임 후, 한국경제 G7 도약에 앞장서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대전환이라는 역사의 변곡점에서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하나로 뭉쳐서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류 회장은 “우리 기업이 시대전환의 파고에 맞설 수 있도록, 근거 없는 반기업 정서와 불합리한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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