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연임 도전 공식화…"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
“단언컨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돼야 한다.”
10일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먹고사는 민생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먹사니즘'이란 조어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연 이 전 대표는 “‘절망의 오늘’을 ‘희망의 내일’로 바꿀 수 있다면 제가 가진 무엇이라도 다 내던지겠다”며 두 시간가량 발언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여권을 비판하기보단 자신의 비전과 철학, 민주당의 나아갈 길을 설명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다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일은 제1정당이자 수권정당인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한 그는 지난 대선 때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본 사회’를 재차 거론하며 “기본적인 삶과 적정 소비를 보장해야 한다. 소득·주거·교육·의료 등 모든 영역에서 구성원의 삶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기본 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역설했다.
이 전 대표는 “지속 성장이 ‘먹사니즘’의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등 과학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기업과 국가가 혁신을 위해 이인삼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안타깝게도 우리는 AI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데, 기술 인재 양성에 더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신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주 4.5일제를 자리 잡게 하고, 2035년까지는 주 4일제로 가야 한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어 누구나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팔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도 했다.
중도층을 겨냥한 세제개편 메시지도 내놨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선 “상당한 역할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갈등과 마찰이 있어 근본적으로 검토를 해야한다”고 했고, 폐지를 주장하는 여권과 부자감세라는 야권의 주장이 부딪치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선 “다른 나라는 주가지수가 올라가는데 대한민국 주식시장만 역주행하고 있어 금융투자소득세는 시행시기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 옆에 이재명, 다시 뛰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그의 출마 선언에 대해 당에서는 “당 대표 출마가 아닌 대선 출마 선언 같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비전과 정책 중심의 출마 메시지를 내놓은 것에 대해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지도자로서의 비전과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공을 들였다”며 “당 대표를 사퇴한 뒤 회견 내용을 놓고 2주가량 집중적으로 측근들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먹사니즘’이라는 단어도 이 전 대표가 직접 제안했다고 한다. 친명계의 한 초선 의원은 “그간 사법 리스크나 강성 지지층 등으로 이 전 대표의 이미지가 실제보다 강경하게 비친 측면이 있는데, 이를 불식시키려고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연임에 대해 ‘일극체제’, ‘제왕적 당 대표’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앞서있다는 이유로 유력한 도구를 제거하고, 비슷비슷한 크기의 도구를 많이 만드는 게 낫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연임을 결심한 이유를 “(윤석열) 정부 때문”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총선에서 큰 승리를 이뤄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가장 비싼 상종가 상태”라며 “상식으로는 잠시 물러나는 게 맞지만, 국정 운영이 정말로 위태로워 눈을 뗄 수 없어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살인 테러 미수 사건 이후, 남은 생은 하늘이 준 덤으로 여기고 앞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다 내던지겠다. 또 다른 칼날이 저를 향해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한편, 당 대표를 놓고 경쟁하는 김두관 전 의원은 이날 오후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30여분 간 차담을 가졌다. 김 전 의원 측은 권 여사가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민주당, 꿈과 희망을 주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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