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공천 개입' 의혹 제기에…한동훈 "늘 오물 끼얹고 도망"
10일 부산에서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두 번째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부산·울산·경남(PK) 각 지역에서 모인 2600명의 책임당원이 벡스코 오디토리움을 가득 채웠다. 전체 선거인단 가운데 16만6145명(19.7%)이 분포한 PK 당심은 이번 전당대회의 주요 승부처로 꼽힌다.
이날 당대표 후보들은 연단 위에 올라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탄핵 폭주에 맞설 적임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원희룡 후보는 “민주당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며 “국토부 장관으로서 화물연대, 건설노조와 싸운 원희룡이 이제 당대표로서 이재명, 민주당과 싸우겠다”고 했다. 두 번째로 연설에 나선 한동훈 후보는 “저는 문재인 정권의 부당한 탄압에 용기 있게 맞섰고,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180석 거대 야당과 싸웠다”며 “스스로 창과 방패가 되어 그 맨 앞에 서겠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당 중앙, 썩은 기득권을 폭파 시켜달라”며 “당원이 중심이 되어야 ‘보수혁명’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는 자신을 균형, 통합, 중재의 리더십을 가진 ‘노련한 지휘관’으로 칭하며 “108명 의원과 단일대오를 형성해 원내투쟁 전면에 나설 수 있는 현역의원 장수가 우리 당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단 위에선 네 후보가 입을 모아 야당 의회 폭거에 맞선 ‘단일 대오’를 강조했지만, 장외에선 네거티브 공방이 또다시 반복됐다.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답하지 않음)’ 논란에 이어, 원 후보가 한 후보를 향해 ‘비례대표 공천 개입’ 의혹을 새롭게 꺼내든 것이다.
원 후보는 이날 오전 한 유튜브 방송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대통령실 쪽은 다 배제된 상태에서 한 후보를 비롯한 5명 내외 (인사와) 많이 폐쇄적으로 논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 추천 경로와 선택, (비례순번) 후순위 등의 과정이 모두 한 후보 주변 인물들과 검찰 출신 측근이라는 두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며“이들은 공천심사 권한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 때문에 안 하겠다 하다가 뒤에서 마타도어(흑색선전)를 하고 있는 게 구태 정치”라며 원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늘 오물을 끼얹고 도망가는 방식이 원 후보가 말하는 자랑스러운 정치 경험인가, 그런 정치 경험은 배우고 싶지 않다”고 맞섰다.
원 후보의 의혹 제기에 대해 나 후보는 “팩트를 모르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못 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나 후보는 이어 “전당대회에서 나올 수 있는 구태는 다 나온 것 같다. (원희룡·한동훈) 양쪽 후보 모두 중단해주었으면 좋겠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윤 후보는 “문자 ‘읽씹’ 논란과 사천(공천 개입) 논란 모두 당이 공개적으로 원인을 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궤멸적 참패가 왜 일어났는지 살필 수 있게 총선 백서가 빨리 발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극심한 네거티브 양상을 보이자, 서병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또다시 당권 주자에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서 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경쟁과 반칙이 더 심각해지면 강력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에선 책임당원들이 지지하지 않는 경쟁 후보를 향해 야유를 보내는 장면도 수차례 눈에 띄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당 관계자는 “당권 주자들의 가시 돋친 설전이 지지자들마저 분열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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