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복사열, 오토바이 열기... 언제까지 '물 먹으라'고만 할 건가"

장영우 2024. 7. 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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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대응, 문제는 작업환경 ③] 라이더 유니온 구교현 지부장 인터뷰

[장영우]

올해 여름도 무더위가 예상된다. 헬멧부터 안전화까지 보호구를 착용하고, 땡볕을 그대로 받으며 종일 '도로'에서 일하는 배달 라이더 역시 대표적으로 폭염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이다. 똑같은 폭염이라 하더라도, 서로 다른 노동의 특성 때문에 폭염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문제도 다양하고, 해결책도 다양하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 구교현 지부장을 만나, 라이더들이 느끼는 폭염 특성이 무엇인지, 라이더들이 요구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구교현 지부장은 라이더 경력 5년째로, 낮에는 노동조합 업무를 하고 저녁, 밤에는 배송을 하고 있다.

- 더운 여름철 배송 업무로 힘드시지요.

"배송 중 아스팔트에 있으면 위, 아래, 옆에서 열기가 전해집니다. 위에서 태양열이 작열하고 아래에서 아스팔트 복사열이 올라옵니다. 거기다 에어컨에서 실외기 열이 배출되는데 주위 차들이 에어컨을 틀면 그 열기가 차 밖으로 배출이 됩니다. 승용차 정도는 참을 만한데 버스 옆에 있으면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열기가 확 느껴집니다.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 엔진에서도 열기가 나옵니다. 안전을 위해 헬멧을 착용하게 되는데요, 안 그래도 더운데 보호장구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니 진짜 힘듭니다.

지금은 더위를 얘기할 때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기온만 반영하고, 거기서 조금 더 나가면 습도 정도 반영되는데, 아스팔트 복사열과 보호장구로 라이더가 체감하는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지표는 없는 상태입니다. 아스팔트 복사열, 바로 옆 차에서 발생하는 열기, 보호구로 발산되지 않는 열 등을 모두 포괄해서 라이더가 더위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제대로 반영하는 연구가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저희뿐 아니라, 옥외에서 일하는 여러 노동자가 모두 각기 다른 조건들이 있을 텐데요, 기온에 더해서 이렇게 현장의 노동자가 받게 되는 다양한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땡볕도 힘들지만, 장마 기간에 온도에 습도까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않고 젖어 있어 괴롭습니다. 배송하려면 엘리베이터를 탈 일이 자주 있는데, 냉방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잠시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는 시간도 힘듭니다. 엘리베이터에 주민이 같이 탄다면 내 몸에서 땀 냄새가 나지 않을지 눈치 보이고 신경 쓰입니다."

"날씨 때문에 일 못 하는 노동자들, 기후 실업급여 필요해"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구교현 지부장.
ⓒ 구교현
 
- 기상 조건에 따라 배송료가 달라집니까?

"무더우면 사람들이 밖에 안 나오니 배달주문을 많이 하거든요. 더운 만큼 라이더도 일하기 힘들어 기피하게 되니 운임이 올라가는데, 상황에 따라 많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여름, 비 오는 토요일 저녁 시간이라고 가정한다면 이때는 운임이 몇 배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일시적으로 이럴 때 라이더가 일을 더 하려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평상시에는 운임이 높지 않으니, 운임이 높을 때 벌자는 거지요. 플랫폼에서 평상시 운임을 낮추고 특정 시기에 운임을 확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폭염 온열질환과 관련한 라이더의 보고나 사례는 있습니까?

"더위로 인해 머리가 아프고 메스껍고 어지러운 증상을 겪는 경우는 종종 있는데, 이게 온열질환이라고 라이더들이 인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그냥 덥고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는 거지요. 그러다 보니 온열질환 단독으로 파악되고 보고되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라이더는 교통사고가 많은 직종인데 폭염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고 오토바이 운행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사고로 기록됩니다. 온열로 인한 신체의 변화가 사고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이지만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고라고 입증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 최근 기후 위기로 폭염이 더 심해질 걸로 예상되는데 현장에서 폭염 대비에 변화가 있는지요? 

"거리에서 근무하는 이동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긴 합니다. 기존의 쉼터는 접근성이 떨어졌는데 최근 생기는 쉼터는 상점 밀집 지역에 설치하고 작게 만들어 접근성이 개선되었습니다. 대로변에 버스 정류장 크기로 작은 규모로 만들어 얼음물을 채워 놓고 냉방장치를 설치하면 이동 노동자들이 많이 이용하겠지요. 이런 간이형 쉼터가 더 확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플랫폼에서 가끔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뿌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외에는 플랫폼에서 온열질환을 대비하여 라이더에게 제공되는 건 따로 없습니다."

- 작년 여름 기자회견으로 폭염시 작업중지권과 실업급여를 언급했는데 더 논의가 진행되었는지요?

"작년 라이더유니온에서 폭염 대책으로 기후 실업급여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배송할 수 없으면, 작업을 중지하고 배달 플랫폼을 닫아야 하겠지요. 문제는 배달플랫폼을 닫았을 때 우리 라이더들은 기본금이 없으니 수입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상황이 플랫폼의 귀책도 아닌데요. 그래서 기상악화로 일시적인 휴업이 발생하는데 고용보험 재원을 통해서 평상시 수입의 70% 정도를 보상하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우리 라이더들도 고용보험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업급여를 수급하려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직접 해고하진 않으며 설사 해고를 당하더라고 배민에서 일 못하면 쿠팡에서 일할 수 있잖아요. 모든 플랫폼에서 다 잘려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긴 어렵지요. 플랫폼 노동자도 실직이 아닌 소득이 감소한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긴 합니다. 문제는 이직일 전 3개월간 30% 이상 소득이 감소한 사실이 있어야 하고, 신청 이후 대기기간까지 감안하면 4개월 이상 소득 감소를 감수해야 하니 소액인 실업급여 수령이 라이더들에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노동의 특성을 인정해서 혹한, 혹서기 등 특정 시기에 날씨 때문에 쉬는 경우, 일시적 비자발적 실업으로 간주하고 기후 실업급여를 제안했던 겁니다. 이런 제도가 있다면 폭염, 혹서기에 작업중지권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한 겁니다. 악천후에 무리해서 일하지 않는다면, 좀 더 안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작년 기후실업급여 제안 이후,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고용보험에서 새로운 실업의 개념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행정기관이 이런 변화와 제도를 받아들일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폭염 대책이 물 많이 먹고 쉬라는 캠페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영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 한노보연 후원 문의 : 02-324-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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