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생태계’에 제동 거는 미국·EU·중국…한국도 주시
전세계 인공지능(AI)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NVDA)에 대해 주요국 경쟁당국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한국 경쟁당국도 이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1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을 총괄하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최근 싱가포르 출장 중 미국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AI 칩 공급망에 엄청난 병목 현상이 있다”고 밝혔다. 관련 시장 내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를 경고한 것으로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EU는 지난해 9월부터 엔비디아를 반경쟁적 남용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구체적인 조사 단계와 관련해 베스타게르 부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엔비디아에 질문을 해오고 있다”면서도 “아직 예비적인 단계로 현재 규제 조치라고 간주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AI 컴퓨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부품이 ‘AI 가속기’로 엔비디아 세계 시장 점유율은 98%가량에 달한다. AI 가속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GPU 시장도 엔비디아가 독점하다시피(점유율 약 80%) 하고 있다. 한국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하청 업체 위치에 있다.
AI 확산에 따라 AI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데 반해 공급처는 사실상 엔비디아 하나이기 때문에 가격은 고공 행진을 한다. 엔디비아의 주력 AI 가속기 제품인 ‘H100’의 가격은 2022년 출시일 기준으로 3만6000달러(약 5000만원)에 달하고, 한때 4만6000달러(6400만원가량)까지 치솟은 적 있다.
엔비디아는 AI와 관련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장도 장악했다. AI 개발 플랫폼인 ‘쿠다(CUDA)’가 주인공이다. 무료로 배포된 쿠다는 거의 모든 개발자가 사용한다. 또한 쿠다는 엔비디아 GPU상에서만 작동되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시장 독점을 공고히 하는 구조다. 엔비디아는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독점에 따라 기업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저해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엔비디아를 견제하고 나선 건 EU뿐만 아니다. 지난 1일엔 프랑스 경쟁당국이 별도로 엔비디아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재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로이터통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프랑스 당국은 심사보고서 작성에 들어간 상태로 전해졌다. 만일 제재가 확정된다면 세계에서 처음이다. 과징금 규모는 엔비디아 연매출의 최대 10%에 이를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609억2000만달러(약 84조여원)의 매출을 거뒀다. 미국에선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중국·영국 등의 경쟁당국도 엔비디아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도 지난 2월 KAIST(한국과학기술원) 공정거래연구센터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
「반도체 산업 실태 조사」
를 바탕으로 엔비디아에 공정거래법 위반 여지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보고서에선 “AMD, 인텔 등이 신규 진입으로 (AI 가속기 시장 등에서) 경쟁 체제가 형성되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쿠다 설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빠른 기술 개발로 우월적 지위와 시장 집중화는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 당국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등의 불공정 경쟁 관련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또한 공정위는 올해 연말까지 ‘AI 정책보고서’를 발간해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정책 방향과 지침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아직 시장을 스터디(study)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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