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함께 못해서 미안해…이선균 그 대사 편집 고민했죠"
이선균 마지막 칸 초청작
감독 “잘해야겠다는 마음뿐
그게 형을 위하는 길이니까"
“지난주 금요일까지 영화 후반작업을 했는데, 편집하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끝까지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밖에 없었어요. 그게 형을 위하는 길이니까요.”
1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태곤(44) 감독의 목소리는 고(故) 이선균을 떠올리는 대목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김 감독이 공동각본·연출을 겸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12일 개봉)는 이선균의 유작이 됐다. 그의 또 다른 유작 ‘행복의 나라’는 다음달 14일 개봉한다.
‘탈출’은 올 여름 한국영화 중 최대 규모(순제작비 185억원)다. ‘신과함께’·‘더 문’의 김용화 감독이 시각특수효과(VFX) 전문회사 덱스터스튜디오를 통해 제작 및 공동각본에 참여했다.
"술잔 기울이며 촬영 얘기, 기억 선한데…"
전날 언론시사 후 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선균 형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영화 준비할 때는 물론 촬영 현장에서도 제가 놓친 부분들, 동선이나 캐릭터 감정까지 선균 형과 논의하며 영화의 전체적인 답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따로 만난 그는 “촬영 당시 팬데믹 기간이라 방에서 술 한 잔 하면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칸 영화제 첫 상영 때 관객 반응이 좋아서 저희끼리 자축했던 기억이 난다”고 돌이켰다.
안개·100중추돌·군용 실험견…3겹 재난 영화
하지만 중반 이후 전개 및 인물 사연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 칸 현지 외신에서도 “‘괴물’ ‘부산행’ ‘해운대’ 같은 재난영화의 나쁜 복제판”(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비 오는 일요일에 보기엔 괜찮은 작품”(버라이어티) 등 평가가 나왔다. 군견 컴퓨터그래픽(CG)도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칸서 엇갈린 평가, 상영시간 줄이고 추가 CG
대규모 재난 상황을 견인하는 이선균의 연기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영화 ‘킹메이커’의 정치 모사꾼, ‘끝까지 간다’의 질주하는 부패 형사, '기생충'의 이기적인 사장 등 전작의 캐릭터들이 연상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쓸쓸한 얼굴, '하얀 거탑'의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면모도 스쳐 지나간다.
영화 ‘1999, 면회’(2013), ‘굿바이 싱글’(2016) 등 코믹한 작품을 해온 김 감독은 ‘탈출’에서 "일상적 공간이 이상한 요소로 인해 위협적으로 변질했을 때 그 안의 현실적인 인간 군상을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선균을 캐스팅한 이유로는 '넓은 스펙트럼'을 꼽았다. “(이선균이) 재난영화를 한번도 안해서 오히려 신선했다”고 했다.
아들 둘 이선균 덕에 ‘현실 아버지’ 그려
7살 딸이 있는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준비할 때만 해도 자식이 없어 정원을 '전형적으로 따뜻한 아버지'로 그렸다고 한다. 10대의 두 아들을 둔 이선균이 정원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김 감독은 “선균 형이 ‘츤데레’(보이지 않게 챙겨주는 것을 뜻하는 일본 속어) 같다. 자식들한테도 그런 듯하다. 그런 면모를 정원에게 투영했다”고 했다.
"끝까지 함께 못해서 미안해" 이선균 그 대사
절체절명의 순간, 정원이 아내가 남긴 동화책을 읽으며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아내의 메시지를 읽는 대목은 실제 이선균의 부재를 떠올리게 한다. 김 감독은 "관객에게 부담스럽게 다가갈 수 있어 편집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남겨 뒀다"고 말했다. “영화 외적인 부분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없고, 선균 형에 대한 생각도 각자 다를 것 같다. 원래 계획대로 영화를 완성하는 게 소임이고 책임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여름에 잘 어울리는 영화다. 긴장감과 영화적 체험, 속도감을 극장에서 느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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