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크리스마스 편지? 뭔가 했더니

임경화 2024. 7. 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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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결연아동의 소식...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밥집을 꿈꾸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임경화 기자]

한참 바쁜 시간에 우체부 아저씨께서 우편물을 두고 가셨다. 집에서 5분 거리에 가게가 있다보니 사정을 아시는 아저씨께서 집으로 온 우편물도 친절하게 주고 가신다. 10년 이상 거의 매일 보니 우리도 이제 익숙하다.

전쟁같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책상 위에 놓인 우편물을 펼쳐보니 알 수 없는 글씨와 12월에나 볼 수 있는 성탄절 삽화가 그려져 있다. '사무엘'(가명) 이름도 생소한 구릿빛 피부의 청소년인 듯한 사진도 한 장 함께이다.

가게를 시작하면서 남편과 나눈 이야기가 생각났다. 우리에게 도시락 가게를 통해 돈이 벌리면 그건 모두 우리의 돈이 아니며 일정 부분 함께 나누라고 주신 것임을 잊지 말자던 약속이었다.

자영업이 힘든 일이고 더구나 자영업 생존률이 그리 크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1년 이상 버티는 것도 힘들다 할 때, 우리가 3년을 넘기고 있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경험이 전혀 없는 우리를 보고 가까운 이웃들이 기적(?)이라고 응원해 주었다.

그리고 조금씩 수익이 날 즈음 TV를 통해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는 기부동참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고, 자연스레 작은 나눔이 시작되었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유명 연예인이 한국 돈 3만 원이면 아이 한 명이 한 달간 학교도 다니고 생활비도 된다고 호소하듯 말했다. 나는 거절할 이유를 찾지못했다. 그렇게 수년간 매달 자동이체가 되고 있었지만 딱히 큰 관심을 주거나 하지도 못했었다.

아마도 그때는 아주 어린아이와 연결되었다고 들었는데 어느덧 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소식과 사진을 보내 온 것이었다. 순간 그동안 무심했던 나를 자책했다.
 
 에디오피아에서 온 편지
ⓒ 임경화
 
아프리카는 여름이 성탄절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에디오피아에서는 7월이 가장 추울 때라 7월에 크리스마스를 지난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그 아이와 연결된 시간이 10년이 지났나 보다. 매해 학교에 잘 다니고 있고 소소한 일상을 담은 소식을 간혹 듣긴 했지만 이렇게 훌쩍 커버린 사진과 성탄 편지를 받으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이런 편지를 기대하고 한 일은 아니지만 막상 사진과 편지를 보니 나의 작은 마음이 그곳에서는 한 아이에게 참 중요한 일이었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면서 잘 자란 사무엘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해서 살짝 눈물이 맺혔다.

우리가 여기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냈듯 지구 반대편 뜨거운 나라 그곳에서도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낸 사무엘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에게 손주 자랑하듯 사무엘의 사진을 보여주며 한바탕 자랑을 늘어놓다가 같이 크게 웃었다.
 
 에디오피아에서 온 크리스마스 편지
ⓒ 임경화
 
최근에 카이스트의 교수 강연을 듣게 되었다. 강연 내용중에 이런 내용이 생각난다.
전세계 인구중 하루 우리 돈 만 원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10프로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남은 90프로 중 80프로의 사람들은 하루에 2천 원도 소비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아프리카나 이외의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이 시대에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너무나 운이 좋은 거라 했다. 어느 누구도 자기의 출생을 내맘대로 선택할 수는 없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지를 강연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 건강과 재능 그리고 돈은 미처 가지지 못한 이들과 나누라고 주어진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가 하는 일은 밥집이다. 그래서 매일 반찬을 준비할 때 조금 넉넉히 준비한다. 가게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관내 복지관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소개받고 있다. 어려운 가정들에게 반찬을 나눔하는데, 거동이 불편한 집은 남편이 직접 일주일에 두 번 배달해 주고, 오실 수 있는 분들은 일주일 내내 돌아 가면서 국과 반찬을 받아 가신다.

그렇다고 우리만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제 오후에는 폐지 주워 생활 하시는 어머니께서 믹스커피를 선물해 주셨다. 오시는 분마다 가끔씩 가져오시는 검정 비닐봉투 안에는 참외 몇 알이나 시장표 꽈배기 등이 들어있기도 하다.

그러면 기분좋게 잘 먹겠다고 인사하고 받는다. 그분들도 어렵지만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전달되어 우리도 마음이 훈훈하다. 검정 비닐봉투를 건네고 돌아가는 뒷모습에도 행복이 묻어 있다.

그리고 오늘은 멀리 아프리카에서 날라온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 한여름에 받는 크리스마스카드와 사진.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밥집을 오늘도 꿈꾼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일해서 우리 가게에 들고나는 사람들이 많아 지기를 기도한다.

행복한 만찬이 행복으로 가득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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