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인 독주? 압도적 지지 받으려는 게 정치인"
[류승연, 남소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표직 연임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더 많은 민주당원들이 더 큰 자부심과 열정으로 더 단단하게 뭉쳐, 다음 지방선거에서 더 크게 이기고 그 여세로 다음 대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당원 중심의 대중적 민주정당으로 더 확실하게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10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선 승리'와 '대중적 민주정당'을 언급하자, 당사는 몇 초간 지지자들의 환호성과 이재명 후보를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이 후보가 손을 들어보인 뒤에야 환호성은 잠잠해졌다.
당원권 강화 공식화... "지역당 합법화, 후원제도 도입" 공약
이 후보는 이날 당원권 강화를 공식화했다. 당원권 강화는 지난 5월 국회의장 선거 당시 우원식 후보가 '당심'을 등에 업었던 추미애 후보를 꺾고 국회의장에 오른 뒤부터 당 내 주요 화두였다. 당시 당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대거 탈당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성난 당원들을 잠재우기 위해 사라졌던 '지구당'의 부활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이 후보는 이날 공약으로 '지역당 합법화'와 '후원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당원이 당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당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긍심과 책임감으로 당의 의사 결정과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길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이 후보는 당 내에 디지털 관리자 격인 CDO(Chief Digital Officer)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일상적 정당 활동과 풀뿌리 생활 정치의 저변을 함께 육성하고, 민주당은 이를 통해 개방된 플랫폼을 가진 '오픈 소스 정당'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게 이 후보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당원권 강화 방침에 비판이 제기돼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정치가 국민의 의사를 직접 반영하는 '직접 민주주의'에 가까워진다면 거꾸로 '대의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뽑힌 국회의원의 역할과 책임이 모호해진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당원 중심 정당으로 할 것인가. 선출된 원내 국회의원, 당 지도부 중심으로 갈 것이냐 하는 논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가 공동체에서 직접 민주주의, 모든 것은 국가 구성원 모두가 함께 직접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과 '우중정치'로 표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 있으니 선택된 소수가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국민이 나라 주인인 것처럼,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당원이 과거 권위주의 시대 정당처럼 형식적으로 존재하던 시대가 아니라 이제는 민주당처럼 250만 명에 이르기도 한다"며 "매달 당비를 내는 당원이 124만 명이나 되는 대중정당이라면 당원권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 승리 요인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 상당 부분은 당원의 자발성 덕분"이라며 "당원권 강화에는 이견이 있다. 격렬하게 항의하시거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분들도 상당수 있지만 저는 일종의 문명 발전 과정에 발생하는 '문명 충돌' 현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표직 연임 도전을 선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한편 이 후보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1인 독주체제' 관련 질문도 받았다. 김두관 후보와 김지수 후보 역시 당대표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이 후보의 지지세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1인 독주라는 지적이 있는 것 같은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양성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보고 1인이 아니라 2인, 3인으로 많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독주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제도를 고친 것도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당원들이 선택하는 유용한 도구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유력한 도구 하나가 앞서 있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고 비슷한 크기의 도구를 많이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국민들과 우리 당원들께서 선택해주시고 지지해주신 것에 대해서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언제나 도구로서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더 충직하게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제 몫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고위원 후보군 모두가 '친명(친 이재명)'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철저히 당원 의사에 의해 결정돼 선출한 것을 제왕적으로 표현하는 건 오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게 제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압도적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는 게 정치인이 할 일"이라고 답했다.
한편 최근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의견 반영 비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당헌 당규를 개정했다. 당장 이번 전당대회에서 기존 '중앙위원 100%'로 치러졌던 최고위원 예비경선이 중앙위원, 권리당원 투표 각각 50%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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