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복귀 의대생 유급 없다" 미완 학점까지 도입…대학 "잘못된 선례”

서지원 2024. 7. 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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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5개월째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한 학사 운영 방안을 내놨다. 유급 판단을 학기 말에서 학년 말로 미루고, F학점(낙제)을 주는 대신 추후 성적을 정정해주는 ‘I학점(incomplete·미완)’ 제도를 도입할 것을 대학에 권고했다.


학년제·다학기제·일수 감축…의대생 유급 없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통상의 학사운영 기준을 적용하면 대다수 의대생이 유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의료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지체되고, 의료인력의 수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의대생들이 돌아오기만 하면 유급을 당하지 않게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우선 각 대학의 성적 처리 기한을 1학기 말에서 학년 말인 내년 2월까지 미룬다. F학점 대신 I학점을 줄 수도 있다. 임시로 I학점을 주고, 정해진 기간에 학습을 보충하면 성적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만약 일부 과목에서 F를 받더라도 유급 판단 시기와 기준을 달리 하는 특례 조치를 올해에 한해 둘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월 한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다학기제 운영도 권고했다. 예를 들면 1학기를 10월까지 연장해 수업 기간을 확보하고, 2학기는 단축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를 2개 학기로 나눠 3학기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교육부는 새로운 학기를 개설·운영하는 경우 학생들에게 추가 등록금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할 것을 권고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수업일수 감축도 허용한다. 학교 수업 일수(매 학년 30주 이상)는 2주 이내 범위에서, 교과 수업일수(매 학기 15시간 이상)는 학점당 필요 이수시간에 따라 자율 운영할 수 있다. 야간·주말에 수업하거나 원격·녹화 수업도 할 수 있고, 출결관리는 대학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예1은 진급 원칙…‘국시’ 추가 실시 검토


지난 4월 서울에 있는 한 의과대학 앞. 뉴스1
의예과 1학년은 진급을 시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일부 과목에서 F를 받더라도, 2학기나 상위 학년에서 수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내년에 유급생과 증원된 신입생을 합쳐 7500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걸 막기 위해서다.

만약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이 학교에 복귀하지 않아 내년에 신입생과 함께 수업을 듣게 된다면, 2025학년도 신입생의 학습권을 우선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1학년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에 대해 신입생에게 수강신청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F학점 안 주는 게 특혜” “무시험 면허도 주겠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 5일 충남대학교 보운캠퍼스에서 총장, 의과대학 학장, 병원장 등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의대 교수와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의 유급 방지책을 두고 대학에선 “백약이 무효”라는 반응이 나온다. 학생들을 수업에 돌아오게 할 근본적인 유인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의대가 있는 한 수도권 대학의 교무처장은 “집단 유급 방지책은 필요하지만, 단기적인 수습을 위한 처방에 가깝다”며 “학생들의 마음을 바꿀 만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했다.

의대생들에 대한 ‘천룡인’(특권 계층) 시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법령과 학칙에서 정하는 성적·학사에 예외를 두는 것은 다른 학과 학생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날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러다 무시험 면허도 주겠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는 “의대생들에게 낙제(F학점)를 안 주고 미루는 것부터가 당연히 특혜”라고 했다.


‘천룡인’ 특혜 논란에, 이주호 “공익 위한 조치”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앞. 뉴스1
의대 교수들도 교육의 질 측면에서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비수도권 의대학장은 “학생들마저 ‘부실한 한 학기를 보내고 어떻게 진급을 하냐’고 말하는 상황이라, 진급하는 게 교육적으로 맞는지 모르겠다”라며 “정상적으로 학사를 운영할 때 제대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이번 가이드라인은 의대생 개인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려는 조치가 아니라, 미래 의료인력 수급 차질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공익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은 학교별 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지만, 교육부는 “학칙과 내규의 개정이 필요한 경우 조속히 학내 협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국시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5.2%인 2773명이 사실상 국시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국시 응시에 필요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다. 손정호 의대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현 의료 사태에 대한 학생들의 강경한 의지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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