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1의 빙하기 돌강 유적 보유한 대구 비슬산
[정만진 기자]
▲ 대구 비슬산 역사문화자연유산 답사여행 |
ⓒ 정만진 |
대구에서 1900년 출생한 현진건은 1918년 상해로 유학을 떠날 때까지 줄곧 대구에 거주했습니다. 중국 유학 중 당숙 현보운에 입양되어 1919년 귀국한 현진건은 1943년 타계할 때까지 서울에서 생활했습니다.
서울에 거주할 때 현진건은 아버지 현경운, 그리고 이상화 등 벗들이 있는 고향 대구를 늘 기억했습니다. 1920년 첫 소설 〈희생화〉를 발표하면서 "그(남자 주인공)는 대구 사람이다. 그의 부모는 아직도 대구에 산다"라고 기술할 정도였습니다.
대표작 중 한 편인 〈고향〉(1926년)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로 시작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 후기 대표작 〈신문지와 철창〉(1929년) 역시 "나는 어줍잖은 일로 삼남 지방 T경찰서 유치장에서 며칠을 보낸 일이 있다"가 첫 문장입니다.
현진건을 연구 · 현창하기 위해 대구에서 활동 중인 '현진건 학교' 회원들은 현진건의 고향 사랑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대구 여행'을 계획적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기자도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빠짐없이 '대구 여행'에 참여해 왔습니다. 그 결실이 7월 1일 펴낸 <대구 비슬산 역사문화자연유산 답사여행>입니다.
고향을 사랑한 현진건처럼 우리도 '대구 여행'
'대구 여행'의 첫 장소로 비슬산을 선택한 것는 그곳이 대구 '대표' 답사 여행지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비슬산에는 8만~1만 년 전 지구 마지막 빙하기 시기에 지표의 흙들이 밀가루반죽처럼 물컹물컹해졌을 때 경사면 바위들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차곡차곡 쌓은 듯 남은 'Block stream'이 2km나 이어지는 장관을 보여줍니다.
비슬산의 Block stream은 세계에서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합니다. 영국 다트무어, 미국 시에라네바다, 호주 타스마니아 등지의 Block stream은 700-800m에 지나지 않습니다. 비슬산은 각국 지질학 연구자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세계적 명소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 둥글둥글한 '돌강'은 경사 15도, 날카로운 '너덜겅'은 경사 30도의 사면에 쌓여 있다. 오른쪽 사진은 너덜겅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뾰족뾰족하여 '칼바위'라 불리는 것으로 조화봉(낙동강강우관측소) 입구에 있다. |
ⓒ 정만진 |
돌강이 형성되는 과정을 solifluction 또는 frost creep이라 합니다. 수분 포화 상태가 된 경사면의 퇴적물이 중력 작용에 따라 느리게 이동하는 현상을 solifluction이라 합니다. frost creep은 경사면의 암석 등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아래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둘 다 천천히 움직인다는 특성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돌강은 경사 15도 정도로 길게 이어지면서 강처럼 돌이 쌓여있습니다. 돌들이 아주 느리게 움직였기 때문에 원형대로 둥글둥글하지요. 돌강과 달리 Talus는 고지대의 암석이 낮은 곳으로 굴러떨어지면서 부서져 쌓였기 때문에 돌들이 뾰족뾰족하고 날카롭습니다. Talus 지대는 경사가 30도 이상 됩니다.
Talus도 일본식 표현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애추(崖錐)입니다. 낭떠러지(崖)에서 굴러떨어져 송곳(錐)처럼 날카로운 돌이라는 의미이지요. 우리말은 너덜 또는 너덜겅입니다.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돌이라는 뜻이지요. 애추가 아니라 너덜(겅)을 써야 옳을 것입니다.
안전하고 실효적인 돌강 탐사로와 너덜겅 탐사로
비슬산관리사무소는 돌강과 너덜겅을 세밀히 관찰할 수 있는 '탐사로'를 조성해 두었습니다. 돌강과 너덜겅은 해발 1000m 지점부터 내려오지만 높은 곳까지 오르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관리사무소는 '안전' 문제를 해결한 탐사로를 자연휴양림 한복판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너덜겅 탐사로와 돌강 탐사로는 대견사 터로 올라가는 본격 등산로가 시작되기 이전의 평평한 '일연선사길' 좌우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두 탐사로를 거닐면서 너덜겅과 돌강의 위용은 물론 차이점을 확인해보면 재미가 짭짤합니다. 돌강 탐사로에서는 거북등바위(polygonal cracks, 다각형 균열 바위) 등 갖가지 기형암석도 찾아볼 일입니다.
눈썰미가 뛰어난 분들은 이미 산아래 주차장 일대에서 핵석(核石)도 보았을 것입니다. 오랜 풍화작용을 겪으면서 모서리가 다 깎여나가고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남은 바위들을 핵석이라 합니다. 대견사 터까지 올라가면 집채 이상가는 산바위(tor)도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어줍니다. 조화봉 입구에는 칼바위가 군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넷뿐인 석가 진신사리 모신 용연사
용연사의 금강석조계단도 대단합니다. 통도사, 금산사, 개성 불일사와 더불어 우리나라에 넷뿐인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습니다. 진신사리를 모셨으니 절집 안에 불상을 두지 않습니다. 불당 안에 들어가면 뒷면 벽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고, 유리 뒤로 석조계단이 보입니다.
▲ 세계 제1의 장관을 자랑하는 비슬산 돌강 유적을 눈부시게 보려면 '금수덤 전망대'를 찾아야 한다(왼쪽 사진). 산바위(tor) 구경은 대견사 터 일대가 가장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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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까지 올랐다가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산행 답사자들을 위해 두 길을 안내합니다. 소재사 방면 답사는 핵석(아젤리아호텔 주차장)> 일연스님 동상> 너덜겅 탐사로> 돌강 탐사로> 금수덤 전망대> 대견사 터 토르> 고위평탄면> 천왕봉(에서 대견사로 되돌아와서 하산하여)> 소재사 순서가 좋습니다.
유가사 방면 답사는 주차장> 유가사 옆 등산로를 걸어 대견봉> 대견사 터 토르> 고위평탄면> 천왕봉(에서 대견봉 쪽으로 가지 말고 곧장 하산하여)> 유가사> 일연문학공원> 유가만세교 순서가 좋습니다. 체력이 아직 괜찮으면 초곡산성에 올라 비슬산 전경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대구 비슬산 역사문화자연유산 답사여행>(정만진, 국토), 208쪽, 2024년 7월 1일,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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