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없던 '개훌륭' 폐지, 강형욱은 왜 그런 사진을 올렸을까

김종성 2024. 7. 1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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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프로그램 폐지 상황에서 사과 없이 본인 소회만 밝혀

[김종성 기자]

돌파구가 마땅히 없었다. 버티기는 무의미했다. 결국, 폐지였다. 그만큼 프로그램 내에서 '그'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지난 8일 KBS2 '개는 훌륭하다' 관계자는 "1일 방송 이후 잠정 폐지"된 상태라며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리뉴얼 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2019년 11월 4일 첫선을 보였던 '개는 훌륭하다'는 방영 5년 만에 종영하게 됐다. 

예견된 수순에 가까웠기에 놀랍지는 않았다. 지난 5월 채용 구직 플랫폼 '잡플래닛'에 강형욱 훈련사가 대표로 있는 '보듬컴퍼니'에 대한 폭로 글이 올라왔다. 이후 '갑질논란', '직장 내 괴롭힘'에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강형욱이 유튜브를 통해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최근 경찰서에 저와 제 아내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성실히 조사에 임하여 진실을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강형욱)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
ⓒ 유튜브 캡쳐
 
'개훌륭' 시청률 1%대, 화제성도 뚝

강형욱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되자 '개는 훌륭하다'도 덩달아 발이 묶였다. 5월 20일부터 5주간 결방을 해야 했다. KBS2 측은 6월 17일에야 겨우 방송을 재개했지만, 강형욱 없는 A/S 특집은 임시변통에 불과했다. 3%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은 1%대(223회 1.6%, 224회 1.4%, 225회 1.5%)로 하락했고, 화제성도 뚝 떨어졌다. 이대로 계속 가긴 어려웠다. 

이처럼 '개는 훌륭하다'의 잠정 폐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며, 프로그램의 요체라 할 강형욱의 복귀가 당분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만, KBS2 측은 새로운 동물 관련 예능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인구 1262만 명 시대(KB금융그룹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동물 예능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나개'(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EBS)를 할 때는 제가 곧 '세나개'였고, '개훌륭'를 할 때 저는 곧 '개훌륭'이였습니다." (강형욱)

'개는 훌륭하다' 잠정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강형욱은 9일 본인의 SNS에 소회를 밝혔다. 프로그램 촬영에 임할 때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쳤고, 최선을 다했다는 내용의 짧은 소감이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것이 저이고 또한 최선을 다해서 촬영하겠습니다"라고 덧붙이며 방송 재개 가능성도 살포시 열어두었다. 

성숙한 반려동물(반려견) 문화 조성에 '개는 훌륭하다'가 큰 공을 세운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책의 일상화를 이끌었고, 반려견 훈련법 보급을 주도했다. 초보 보호자의 성장에 교보재 역할을 담당했다. 또, 반려견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희석시켰다. 부정확한 정보나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 역할도 했다. 그 중심에 강형욱이 있었다.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그의 개인적인 논란 때문에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 그 어떤 사과의 말 없이 본인의 소회만 밝힌 점은 아쉽기만 하다(물론 그가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했던 것은 인정한다).
 
 강형욱이 지난 9일 자신의 소셜미디에 올린 사진.
ⓒ 인스타그램
 
또한 강형욱이 해당 글과 함께 캡처해 올린 '개훌륭' 방송분 사진도 논란이다. 해당 장면은 그가 강아지 문제행동 심리를 인간에 비유하면서 "거지들!"이라고 외치는 부분이다. 워낙 유명한 장면이어서 '개훌륭'을 상징하는 차원에서 올렸다는 의견도 있지만,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개는 훌륭하다' 폐지를 통해 '전문가 예능'의 위험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방송에 진출하며 전문가 예능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전문가의 존재, 그의 특별한 전문지식과 남다른 입담에 시청자의 지지가 이어졌다.

하지만 전문가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다. 출연자의 위기가 프로그램의 위기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강형욱의 사례처럼 출연자의 개인적 문제로 구설수가 생기고, 논란이 불거지면 예고 없는 결장과 폐지로 이어지는 사례가 제법 많다.

최고 시청률 9%를 기록했을 만큼 인기있고 영향력 있었던 '개는 훌륭하다'의 퇴장이 영 씁쓸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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