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거래 포옹' 모디와 푸틴…"6개 신규원전 건설 논의"
석유·가스·무기 이어 핵거래 확대
쿼드 유지해야할 美·서방 입장 곤란
미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시점에 맞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 원자력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러시아와 석유 및 가스, 무기거래를 확대하며 대러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한 인도가 핵무기 거래까지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고심이 깊다. 특히 미국 정부는 중국 견제 군사연합체인 쿼드(Quad)의 중요한 일원인 인도와의 관계가 중요해 외교적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
로사톰 "인도에 고·저출력 신규원전 6개 신설 문제 논의"타스통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은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 간 정상회담 직후 성명을 통해 "인도에 6개의 고·저출력 원자력 발전소를 신설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두 정상은 러시아 원자력 전시관을 방문했으며 현장에서 양국 간 핵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는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원전 협력사업을 시작했다. 로사톰의 자회사인 아톰스트로이엑스포트는 2002년부터 인도원자력에너지공사(NPCIL) 발주로 타밀나두주 쿠단쿨람 지역에 인도 최대규모 원전을 건설 중이다. 해당 원전은 경수로 원자로 6기가 건설 예정이며 1, 2호 원자로는 이미 건설이 완료됐고 현재 3, 4호 원자로를 건설 중이다.
원전 건설 협력과 함께 우라늄 공급 협정 체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현재 북부 자르칸드주 지역에서 채굴되는 우라늄을 통해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 있으나 해당 지역의 매장량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 새로운 공급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2020년 이후 우라늄 가격이 3배 이상 상승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러시아 우라늄 수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핵잠·핵항모 전용 가능한 부유식 원전 거래 가능성"일각에서는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핵잠수함, 핵추진 항공모함 등의 건조로 전용이 가능한 부유식 원전을 매입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부유식 원전은 대형 선박 위에 소형 원자로를 설치해 이동 중 공급이 가능한 원전을 의미한다. 알자지라방송은 "이번 회담에서는 핵에너지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인도의 여러 원자로는 러시아에서 제작됐고, 인도가 러시아의 부유 및 해상 핵 원자로를 구매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라며 "이는 잠수함 및 대규모 해군 선박 제작에 유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양국 간 핵 협력이 단순 민수용 원전 개발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는 인도와 러시아 간 무기거래 규모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약 3만5000개 규모의 AK203 돌격소총 수입, T-90 탱크 및 Su-30 전투기의 라이선스 생산과 미그-29기 보수 등 개인화기부터 탱크와 전투기와 같은 중화기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
비동맹주의 노선 계속 걷는 인도…美·서방 외교적 부담 커져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 호주, 일본과 함께 군사연합체인 쿼드를 구성한 미국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인도가 러시아와 군사적 밀착을 강화하며 대러 제재 동참을 거부한 데 이어 핵 협력까지 하는 상황에서도 인도와의 군사협력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 정부는 인도가 서방과 러시아 간 교량역할을 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기여할 것이라며 인도와의 관계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브리핑을 통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포함해 인도는 미국과 완전하고 진실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전략적 동반자인 점을 확인한다"며 "인도와 러시아의 오랜 관계가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종식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인도는 앞으로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전통적인 비동맹주의 외교정책을 이어나가며 양쪽에서 국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대서양협의회(Atlantic Council)의 엘리자베스 브로 수석연구원은 CNN에 "인도의 외교방식은 매우 실용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며 "러시아 원유수입 이익이 크고 러시아와 관계 강화로 생길 수 있는 해악도 없는 상황이라 인도가 러시아와 접촉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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