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우리 아빠가 로켓배송 '연료'가 됐대"

박현광 2024. 7. 10. 14: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과로사로 숨진 쿠팡CLS의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씨의 부친 정금석씨는 떨리는 목소리를 바로 잡으려는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 상봉역 1번 출구 앞에서 '쿠팡 로켓배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씨 추모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장] 쿠팡물품 전담배송 고 정슬기씨 추모 기자회견... 부친 정금석씨 "쿠팡은 사과하라"

[박현광, 이정민 기자]

▲ "개처럼 일하다 일어나지 못한 아들, 쿠팡은 사죄하라!" 
ⓒ 이정민
 
▲ 쿠팡은 유족에게 사죄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가 10일 오전 서울 중랑구 상봉역 1번출구에서 '쿠팡 로켓배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님을 추모합니다. 쿠팡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 쿠팡 규탄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고 정슬기씨의 배송구역이었던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 상봉역 1번출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고인의 로켓배송 업무는 "물품을 싣는 캠프와 배송지의 편도거리는 약 20km로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00km가 넘는 거리를 오가야 했으며, 아침 7시까지 그날 할당된 물품을 모두 배송해야만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참혹한 노동이었다"라며 "쿠팡의 유족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책임회피에 급급한 쿠팡 규탄" 등을 촉구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 이정민
 
"'며칠 전 큰 손자가 엄마에게... '우리 아빠가 로켓배송 연료가 됐대'라는 말을 들었다고... 그 소리를 며느리가 듣고 한없이 울었습니다. 이 말로 가족들은 또 아픔에 빠졌습니다."

과로사로 숨진 쿠팡CLS의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씨의 부친 정금석씨는 떨리는 목소리를 바로 잡으려는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하지만 마이크를 잡은 손이 떨리는 것까지 멈출 순 없었다. 그는 잠시 멈췄던 발언을 이어갔다.

"저희 아들은 쿠팡 로켓배송 일을 하다가 지난 5월 28일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본인 말대로 개처럼 일하다가 다시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 상봉역 1번 출구 앞에서 '쿠팡 로켓배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씨 추모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은 고인의 생전 배송 구역이었다.

"하청 뒤에 숨은 쿠팡, 아무 책임 없다고..." 
 
▲ 쿠팡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10일 오전 서울 중랑구 상봉역 1번출구에서 열린 '쿠팡 로켓배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님을 추모합니다. 쿠팡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 쿠팡 규탄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고 정슬기씨의 부친인 정금석씨와 참석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이정민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금석씨는 "저는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죄인의 심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며 "세 살 막내는 지금도 아빠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 가정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할아버지인 저는 손자들을 위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며 "불법적 작업지시, 과도한 일을 하도록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쿠팡은 지금까지 사과는커녕 유족들을 조롱하며 분노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리점(쿠팡CLS의 하청) 뒤에 숨어서 쿠팡은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한다. 저는 묻고 싶다. 이런 상황이 용납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가"라며 "간절히 호소한다. 쿠팡은 이제라도 제 아들의 죽음에 대해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또 "아들을 지키지도 못한 아비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오는 건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제가 이 자리에 나오는 이유는 제 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며 "쿠팡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더불어 살아가며 존경받는 좋은 회사가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주 77시간 노동,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 고인이 남긴 카톡
 
▲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 새벽 5시 넘은 시간에 쿠팡CLS 측으로부터 다른 동료 택배기사의 물량을 대신 배송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고 정슬기 택배노동자가 카톡에 응답한 내용
ⓒ 택배과로사대책위
 
고인은 쿠팡CLS의 하청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택배기사인 '퀵플렉서'로, 쿠팡 물품을 전담 배송했다. 고인은 일을 시작한 지 14개월 만인 지난 5월 28일 심실세동·심근경색의증으로 사망했다. 이같은 뇌심혈관계 질환은 대표적인 과로사 증상 중 하나다. 

쿠팡은 대리점과 퀵플렉서 사이에서 이뤄진 계약과 업무 지시라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인은 생전 쿠팡CLS 직원의 "부탁드립니다. 달려주십시오"라는 업무 지시를 "개처럼 뛰고 있긴 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쿠팡CLS가 퀵플렉서와 사실상 '고용주-근로자' 관계를 맺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관련기사: [단독] '퀵플렉스 사망' 관련 없다는 쿠팡, 매일 아침 업무지시했다 https://omn.kr/260pr).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는 "고인의 노동시간은 주 63시간이었다. 야간 할증을 감안하면 고인의 노동시간은 무려 77시간에 달했다.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과로사"라며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이 낳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탄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