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이이함 '신의 방패' 입증…"모의 표적기, SM-2에 완파됐다"
다국적 해양훈련 ‘환태평양훈련(RIMPAC, 림팩)’에 참가 중인 해군의 이지스구축함(7600t급) 율곡이이함(DDG)이 9일(현지시간) 함대공 유도탄 SM-2 실사격 훈련에서 표적을 명중시켰다고 해군이 밝혔다.
해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미 하와이 카우아이섬 북서부 태평양미사일사격훈련장(PMRF)에서 이뤄진 실사격 훈련은 적의 항공기와 유도탄이 율곡이이함으로 접근하는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대공 무인 표적기가 고속으로 접근하자, 율곡이이함이 이지스 레이더(SPY-1D)로 이를 탐지·추적 한 후 SM-2 함대공 유도탄 1발을 발사했고, 표적에 정확히 맞췄다는 게 해군의 설명이다.
해군 관계자는 "모의 표적기가 율곡이이함이 발사한 SM-2에 완파됐다"고 말했다. ‘신의 방패’(Aegis)란 이름답게 한국군의 주요 구축함이 실전 실력을 입증한 셈이다.
김봉진(대령) 율곡이이함장은 “이번 훈련을 통해 우리 해군의 대공·대유도탄 실제 교전능력을 검증하고, 유도탄 운용능력을 향상했다”고 평가했다.
SM-2, 北미사일 막을 'KAMD' 이지스함 주요 무기
해군은 앞선 5일 국내 취재진에 진주만항 부두에 정박한 율곡이이함의 전투지휘실(CCC·Combat Command Control)을 공개하기도 했다. 함정의 ‘두뇌’로 비유할 수 있는 곳이다.
“총원 전투 배치!”
이날 오후 3시 25분 승조원들은 팀워크 훈련을 시연했다. 9일 PMRF 해상의 SM-2 실전 사격과 같은 절차로 이뤄지는 사전훈련 성격이었다. 훈련이 시작되자 육지 방향에서 적의 해안 방어 순항 미사일(CDCM) 발사 신호와 이동식 발사대(TEL) 전개 등 도발 징후가 포착됐다. 실제 북한이 최근 실전화하고 있는 무기 시스템을 상정한 것이다.
김봉진 함장의 지시와 전술집행관(TAO)의 구령에 따라 승조원들은 일사불란하게 구명의를 착용했다. 대공 적색 경보가 설정되고, 사격통제부사관이 미상 비행물을 보고했다. TAO는 “피아 식별 장비를 활용해 해당 표적 정보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곧이어 율곡이이함의 레이더가 표적의 고도·침로·속력 등의 정보 상황과 전자파 정보를 토대로 해당 표적을 적의 유도탄으로 판단했다. 승조원들은 해당 거리에 맞는 대응 수단인 SM-2, 단거리함대공유도탄(RAM), 근접무기방어체계(CIWS) 운용을 준비했다. 이어 유도탄을 모사한 표적기가 교전 가능 거리로 접근하자, 원거리 요격을 위해 SM-2 발사가 결정됐다.
“SM-2, 파이어(fire)!”
김 함장의 명령에 따라 유도탄발사감독관(MSS)이 크게 외쳤다. 율곡이이함의 SM-2 유도탄이 즉시 발사됐고, 이윽고 적의 미사일 1기가 격추됐다는 가상 신호가 떴다. 9일 실사격 훈련에선 율곡이이함 함수의 수직발사대(VLS)에서 실제 SM-2가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됐다.
SM-2 발사는 사실 승조원들이 수 없이 반복해온 훈련이다. 다만 실사격 훈련 기회가 자주 오는 건 아니라고 한다. SM-2는 최근까지 국내에 유도탄 실사격 분석·평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림팩에서만 실사격을 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삼척해상연구센터에서 사격 훈련이 가능해졌다.
실사격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22년 림팩에선 문무대왕함에서 쏜 SM-2가 공중에서 폭발한 전례도 있다. 미 해군 측의 조사 결과 SM-2의 소프트웨어 오류로 판명났다.
출항 전 비행 갑판에는 긴장감
바로 옆에 정박한 충무공이순신함(DDH-Ⅱ·4400t급)에서 해군 동료들이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네자, 신승욱 (31) 대위가 “예, 알겠습니다!”라고 힘차게 외쳤다. 신 대위는 "SM-2 실사격을 앞두고 조타, 홋줄 하나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항을 위해 비행 갑판 좌현에 터그선(예인선) 한 척이 다가와 붙었다. 도선사가 율곡이이함에 승함하고, 홋줄이 연결됐다. 거대 함정 수십 척이 정박한 진주만의 항구를 안전히 빠져 나가려면 도선사와 터그선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미국의 니미츠급(10만t급)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의 경우 터그선만 5~6척이 붙는다.
오전 10시 40분 ‘삑-’하는 보슨 파이프(해군 전용 피리) 소리와 함께 율곡이이함이 함미부터 느리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갑판의 가장자리에는 카포크를 입은 승조원들이 도열했다. 출항 때마다 ‘인(人)의 띠’로 예를 갖추는 것 또한 해군만의 문화라고 한다.
진주만=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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