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F학점 맞아도 유급 안 시킨다…성적처리 내년 2월로 연기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 유급 처리를 기존 ‘학기 말’이 아닌 ‘학년 말’로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10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돌아오지 않는 학생들의 집단 유급을 우려, 이를 막기 위한 학사 운영 대책이다. 가이드라인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접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교육부는 올해 1학기 대다수 의대생이 교과목을 정상적으로 이수하지 못한 상황임을 고려해 ‘학기제’ 대신 ‘학년제’로 전환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유급방지를 위해 각 대학의 성적 처리 기한을 1학기 말이 아닌, 올해 학년도 말인 내년 2월 말로 연기한다. 의대생들의 유급 판단 시기 역시 내년 2월 말로 미뤄진다.
교육부는 그사이 의대생들의 학습 결손을 보충할 수 있도록 각 대학이 학년·학기를 다양하게 운영해, 수업시수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에 각 대학은 그간 학생들이 수강하지 못한 과목을 야간·원격수업, 주말수업까지 활용해 개설할 수 있다. 학생들이 이를 통해 과목을 이수하면 유급을 면할 수 있다.
또 수업일수 확보를 위해 3학기제를 허용하고, 이를 통해서도 수업일수를 채울 수 없을 경우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정해진 수업일수를 2주 이내 범위에서 감축하는 방안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새로운 학기를 개설·운영하는 경우, 수업에 복귀하는 학생들에게 추가 등록금 부담이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라고도 했다. 교육부는 “대학이 1학기를 연장하거나 1학기를 보충하는 학기를 운영하는 경우 올해 1학기 때 이미 납부한 등록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별 여건에 따라 ‘I(Incomplete)학점 제도’도 도입한다. I학점 제도는 성적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해당 과목 성적을 미완(I)의 학점으로 두고 정해진 기간에 미비한 내용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또 대부분 대학에서 휴학이 불가능한 의예과 1학년에 대한 유급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일부 과목에 F 학점을 받더라도 유급되지 않도록 하고, 2학기 또는 상위 학년에서 수강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내년 교육 여건이 악화하지 않도록 2025학년도 신입생의 학습권을 우선 보호하는 학사 운영계획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이와 관련해 “수강 신청 우선권을 내년도 신입생에게 주는 등 여러 가지 학습권 보호 조치가 있을 수 있다”며 “올해(수업 거부 사태)와 무관한 내년 신입생들이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본과 4학년을 위해선 올해 2학기에 실습수업을 최대한 보충·운영하도록 하고, 2학기 보완이 어려운 일부 실습 과정은 계절학기에 수강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정부 차원에서 2025년 의사 국가시험의 추가 실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강제·의무 사항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다. 각 대학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선택하면 된다.
이 부총리는 이날 가이드라인 발표와 함께 의대생들을 향해 “집단행동을 멈추고 학업에 복귀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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