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타그램]AI 이미지와 '스키 타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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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된 지시에 따라 AI가 만든 이미지라고 내놓은 것을 처음 본 지는 채 4년이 되지 않았다.
인간의 절망과 감정적 황폐마저 흉내 내고 더 첨예하게 표현해 내는 것은 좀 당혹스럽다.
복잡한 언어의 뉘앙스와 은유와 상징 같은 인간의 두뇌로만 할 수 있다고 믿어온 것들을 시스템은 천연덕스럽게 만들어낸다.
기계는 경험하지 않은 것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인간은 경험하고 나서야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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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된 지시에 따라 AI가 만든 이미지라고 내놓은 것을 처음 본 지는 채 4년이 되지 않았다. ‘스키 타는 여자’라는 지시어에 따라 만들어진 사진 속의 인간을 닮긴 닮은 어떤 개체는 다리가 셋이었고, ‘나무 옆에 서 있는 기린’은 머리가 어디 있는지, 다리가 몇 갠지, 그게 동물인지 괴물인지 알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언어와 이미지 혹은 기계와 인간 언어의 간격은 여전히 넓어서 그사이를 기계 문명의 산물이 건너오기에 꽤 많은 시일이 걸리거나, 인간의 정신을 과학이 좇아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건너오기를 포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AI 기술과 생성형 AI 이미지들을 보면 이미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가짜 사진들이 현실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거짓의 편에도 절대적 우군이 생긴 것이다. 여러 과학자들이 금세기 내에 (AI 때문에) 핵전쟁을 능가하는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 근거 없지는 않을 것이다.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하면 현대의 시간은 느리다. 예술은 어떤가?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은 불운한 예술가가 황폐와 우울을 지독하게 경험하고 삶을 갈아 넣은 뒤에나 찾아올 듯싶은 관조적 추상의 디스토피아를 순식간에 그려 버린다. 인간의 절망과 감정적 황폐마저 흉내 내고 더 첨예하게 표현해 내는 것은 좀 당혹스럽다.
사실적 영역의 조합 능력이 발전한 뒤에 추상적 영역으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랐다. 감정을 뛰어넘는 무감정이다. 사실과 추상의 영역 구분이 이런 시스템에서는 크게 관계없었다. 오히려 사실과 추상의 혼합이 한계 돌파의 열쇠였다. 기술은 이제 인간을 넘어선 창의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복잡한 언어의 뉘앙스와 은유와 상징 같은 인간의 두뇌로만 할 수 있다고 믿어온 것들을 시스템은 천연덕스럽게 만들어낸다. 기계는 경험하지 않은 것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인간은 경험하고 나서야 바뀔 것이다.
일찍이 예술가들이 크고 작은 고민과 절망에 노출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예술가들은 혼란이라는 새로운 예술의 재료를 앞에 두고 있다는 것 정도가 말할 수 있는 사실이다. 사진가들은 사진이 사실성의 신뢰를 잃었으므로 직업의 근거가 무너진 것일까, 사실성 증명이라는 족쇄를 벗어서 갈 길이 더 넓어진 것일까?
적어도 사진의 고전적 사실성만을 진실의 ‘레토릭’으로 사용할 수는 없게 되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그랬듯이 위기와 기회는 닮은 얼굴을 하고 찾아왔다.
허영한 기자 youngh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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