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짓밟힌 올림픽의 꿈 ... 우크라 유망주 400명 희생
러시아에 맞서 싸우다 숨진 우크라이나 '올림픽 꿈나무'가 400 여 명에 달한다고 AP통신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파리 여름 올림픽은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쟁이 아니었다면 올림픽에서 선전을 펼쳤을 젊은 선수들은 운동화 대신 군화를 신었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
A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다 숨을 거둔 유망주 중에는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던 사격 선수 이반 비드냐크, 리우올림픽 역도 국가대표였던 올렉산드르 피엘리셴코, 유도 선수 스타니슬라프 훌렌코프 등이 있다.
매체는 복싱 선수 막심 할리니체프의 사연을 집중 조명했다. 그는 2017년 유럽 청소년 선수권 대회 금메달, 2018년 청소년 올림픽 대회 은메달 등을 딴 우크라이나의 복싱 유망주였다. 그의 유일한 꿈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조국을 위해 메달을 따는 것이었다. 할리니체프는 2021년 12월 우크라이나 복싱 연맹과의 인터뷰에서 파리 올림픽에 임하는 자신의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 “자신과 자신의 몸을 제어할 수 있고, 자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다면, 두려움은 물러날 것입니다.” "
하지만 2022년 4월 유럽 선수권대회 훈련을 위해 키이우로 이동하던 길에 그의 꿈은 완전히 뒤집혔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쑥대밭이 된 조국을 본 그는 올림픽 메달보다 전쟁터에서 조국을 직접 지키는 일이 급하다고 생각했다. 할리니체프의 훈련 코치는 그가 이런 결심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 “저에겐 어린 딸이 있습니다. 제 딸이 러시아가 점령한 조국에서 살게 되는 걸 원치 않아요.” "
코치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도 조국의 명예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설득했지만, 할리니체프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는 결국 2022년 5월 군에 입대했고, 그해 말 바흐무트에서 전투 중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하지만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도 못한 채 다시 전장으로 돌아갔고, 지난해 3월 소식이 끊겼다. 그의 나이 22세. 가족들은 그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할리니체프의 코치는 "전쟁에서 희생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조국을 위해 메달을 땄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할리니체프가 훈련하던 체육관에선 추모식이 열렸다. 올림픽 메달을 꿈꾸던 제 아비가 전쟁에 희생된 사실을 알 길이 없는 네 살 된 딸 바실리사는 커다란 권투 글러브를 끼고 링 위를 뛰어다녔다고 AP는 전했다.
정강현 기자 fon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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