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알던 차태현 맞아? 연기 변신에 원작자도 놀랐다

양형석 2024. 7. 10. 11: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강풀 원작-차태현·하지원 주연 휴먼 드라마 <바보>

[양형석 기자]

2000년대 활발하게 활동했던 배우들은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하지원 만큼 부지런히 활동하면서 흥행으로나 연기로나 손에 꼽히는 좋은 실적을 올렸던 여성 배우를 찾기 쉽지 않다. 하지원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특별출연이나 카메오로 출연했던 작품들을 제외하더라도 무려 14편의 영화와 6편의 드라마에 참여했다. 2001년에는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한 왁스 대신 음악방송 무대에 서기도 했다.

특히 2000년대 중·후반은 하지원의 최전성기였다.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을 통해 백상예술대상TV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하지원은 2006년 드라마 <황진이>로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07년에는 영화 <1번가의 기적>에서 복서로 변신해 <낭만자객> 실패 후 슬럼프에 빠졌던 윤제균 감독을 부활시켰고 2009년에는 윤제균 감독과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해운대>의 천만 관객 동원을 견인했다.

하지만 천하의 하지원도 그 시절에 출연했던 모든 작품을 다 흥행으로 이끌진 못했다. 2008년 2월말에 개봉했던 이 영화는 당시 '강풀작가 원작 영화는 흥행하지 못한다'는 징크스에 휩쓸려 잔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에도 전국 97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차태현의 연기 변신이 돋보였던 강풀의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김정권 감독의 휴먼 드라마 <바보>였다.
 
 중반까지 조·단역에 가까웠던 박하선의 분량은 영화 후반에 급격하게 늘어난다.
ⓒ CJ ENM
    
영화에서는 경계성 지능이나 자폐 스팩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종종 등장한다.

1988년에 개봉했던 배리 레빈슨 감독의 <레인맨>은 명배우 더스틴 호프먼에게 커리어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겼던 작품이다. 더스틴 호프먼은 <레인맨>에서 자폐 스팩트럼 장애의 일종인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레이 배빗 역을 맡아 엄청난 열연을 선보였다. <레인맨>은 2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3억5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1988년에 개봉한 영화 중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렸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1994년에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1990년대 최고의 배우 톰 행크스와 의기투합해 걸작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만들었다. <포레스트 검프>는 경계성 지능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가슴 따뜻한 포레스트 검프가 미국의 역사적 사건들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포레스트 검프>는 6억77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과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6개 부문을 휩쓸었다.

한국에서는 2005년에 경계성 지능 또는 자폐 스팩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 두 편이 개봉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5년 정윤철 감독의 장편 데뷔작 <말아톤>은 실존인물인 배형진씨와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조승우가 5살 지능을 가진 마라토너 윤초원을, 김미숙이 초원의 어머니를 연기했다. 2005년 1월에 개봉한 <말아톤>은 전국 514만 관객을 감동시키며 연초 극장가를 지배했다.

2005년 겨울에 <말아톤>이 있었다면 그 해 여름엔 박배종 감독의 장편 데뷔작 <웰컴 투 동막골>이 800만 관객을 모으며 2005년 최다관객 영화에 등극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 강혜정은 여일 역을 맡아 군인들의 총을 보고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천진한 연기를 보여줬다. 여일은 영화 중반 서택기(류덕환 분)와 러브라인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공수부대의 습격 때 총에 맞고 세상을 떠난다.

원작자도 놀란 차태현의 완벽한 변신
     
 <바보>에서는 눈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겨울이 끝날 무렵인 2월 말에 개봉했다.
ⓒ CJ ENM
 
<바보>는 2004년 1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한 포털사이트에 연재됐던 강풀 작가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찌감치 판권을 확보한 제작사는 2006년 봄에 촬영을 마무리했지만 마땅한 개봉시기를 잡지 못해 2년 가까이 개봉이 연기됐고 결국 2008년 2월이 끝날 무렵에 개봉했다.

<바보>는 일상 단편생활툰을 연재하던 강풀 작가가 <순정만화>, <아파트>에 이어 3번째로 선보인 장편만화다. 영화 개봉시기로 보면 2006년 여름에 개봉했던 고소영 주연의 <아파트>에 이어 두 번째로 개봉한 영화였다. 

<바보>에서 가장 돋보였던 배우는 역시 승룡이로 완벽하게 변신한 차태현이었다. 차태현은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촬영현장에 갔다가 승룡이로 분장해 연기하는 그를 보고 웹툰 속의 승룡이가 살아서 나타난 듯한 생각이 들었다 할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줬다. 

장진 감독 밑에서 <기막힌 사내들>과 <간첩 리철진>의 조연출을 맡았던 김정권 감독은 2000년 <동감>을 통해 데뷔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정권 감독은 잔잔한 러브스토리 연출에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화성으로 간 사나이>와 <바보>,<그 남자의 책 198쪽>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2019년부터 드라마를 연출하기 시작한 김정권 감독은 지난 1월 종영한 이영애 주연의 드라마 <마에스트라>를 만들었다.
     
드라마 <마이네임>,<무빙> 등에서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대중들의 극찬을 받았던 배우 박희순은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인정받기 시작하던 2008년 <바보>에서 승룡의 절친 상수를 연기했다. 상수는 카페 '작은 별'의 지배인이면서도 항상 승룡을 가족처럼 돌봐주는 인물이다.

박그리나가 연기한 희영은 원작 웹툰에서 지호에 이은 서브 여주인공 정도의 많은 비중을 가지고 있었지만 영화로 각색되면서 비중이 크게 줄어든 '비운의 캐릭터'다. 특히 희영으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리게 하는 '빨간 구두' 에피소드는 영화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희영은 '작은 별' 사장 재진에게 진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지만 영화 후반엔 새 출발한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선역과 악역을 오가는 배우 이기영은 <바보>에서 카페 '작은 별'의 소유주이자 폭력조직의 두목 재진 역을 맡았다. 

단아한 외모와 차분한 목소리로 여러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이고 라디오 DJ로도 3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박하선은 아직 신인 티를 채 벗지 못했던 2008년 <바보>에서 승룡의 동생 지인을 연기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승룡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알지 못한 지인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승룡을 미워했다. 하지만 훗날 오빠의 헌신과 진심을 알게 된다.
 
 차태현(왼쪽), 하지원 주연의 <바보>는 2006년 봄에 촬영을 끝내 2008년 2월에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 CJ ENM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