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이 바뀌었다'는 이진숙, 6분 연설에 담긴 뜻은..."

이영광 2024. 7. 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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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박성제 전 MBC 사장

[이영광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8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올 하반기 언론계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으로 요동칠 예정이다. 그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일이다. 이 전 사장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친정부 측 인사로 교체하기 위한 원 포인트 릴리프(특정 한 타자만 상대하는 구원투수)일 것이라는 게 언론계 안팎의 전망이다.

언론 장악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박성제 전 MBC 사장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8일 박 전 사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박 전 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MBC 장악하기 위해 방통위원장 돌려막기"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으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지명했는데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금 윤석열 정권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 방통위원장을 돌려막기 하고 있어요. 원래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때 총선을 앞두고 KBS·MBC 사장 다 교체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KBS는 성공했는데 MBC는 법원이 제동 걸어서 못 바꿨거든요. 그래서 권익위원장 하던 김홍일씨에게 방통위원장을 맡긴 거죠. 근데 그것도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탄핵 위기에 처하니까 사퇴시키고 대신 이진숙씨를 내세운 거죠. MBC 사장을 바꿔서 MBC를 장악하고 정권 통제하에 두겠다는 의도가 굉장히 강하다는 얘기입니다."

- 이유가 뭘까요?

"아마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실은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고 총선에 대패한 것이 좌파 언론 탓이고, 그 중심에 MBC가 있다고 보고 있는 듯해요. 이미 공개적으로 MBC가 좌파 언론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잖아요. 말하자면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해 정당한 비판 보도 하는 걸 정치적인 의도나 무슨 배후가 있는 것처럼, 혹은 불공정 편파 보도의 산물인 것처럼 프레임 짜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프레임을 만들어야 사장을 교체하는 명분이 생기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이진숙씨가 앞으로 MBC 사장의 목을 쳐야 하는 역할을 떠맡은 거죠. 아마 아무도 안 하려고 할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 MBC가 신뢰도 1위(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리포트2024 기준)고 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신뢰하는 상황에서 MBC를 저렇게 장악한다? 이게 부당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 그럼, 이 전 사장은 왜 한다고 했을까요?

"이진숙씨가 작년에 방통위원으로 지명되기 전에 고향 대구에서 계속 정치를 하려고 했어요. 2020년 총선에도 대구에서 경선 나왔었고, 또 2022년 지방선거 때도 대구시장 경선에 나왔었거든요. 나중에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 본인이 '좌파 방송하고 싸웠다, 좌파 방송을 정리했다'라는 식으로 홍보할 수 있지 않겠어요?"

- 이 전 사장은 MBC 기자 출신이죠. 아마 4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1991년 걸프전 당시 종군 기자로 알려진 것 같은데 기자 생활 당시 어땠나요?

"평기자 때는 다들 알다시피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에 파견 가서 종군 기자로 일했었고 또 노조 활동도 열심히 했어요. 예를 들면 92년 MBC 파업 때 경찰이 노조를 진압하려고 들어온다는 정보가 있으니까, 기자들이 단식했대요. 그러나 당시 기자들이 지쳐서 중간에 다 그만뒀는데, 이진숙 기자가 끝까지 남아서 단식했던 3명의 기자 중의 하나였대요. 그만큼 이진숙씨는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고 기자로서도 열심히 했던 사람이었어요."

- 그러면 왜 바뀌었을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2014년에 MBC 노조가 기소돼서 집행부가 형사재판을 받을 땐데 이진숙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어요. 그때 노조 측 변호인이 이진숙씨가 파업할 때 열심히 하던 사진을 보여주면서 '당신은 그때 이렇게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왜 지금은 노조를 비난하냐, 지금의 이진숙과 당시에 이진숙은 뭐가 다르냐'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세계관이 바뀌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듣고 배신감을 많이 느꼈어요. 

세계관이 바뀌었으면 왜 바뀌었는지 설명해야 하는데 그냥 바뀌었대요. 제 생각에는 김재철 사장이 왔을 때 이진숙씨를 홍보국장으로 기용했거든요. 그때가 아마 이진숙씨가 세계관이 바뀐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박성제 전 MBC 사장
ⓒ 박성제
 
- 윤석열 정부 언론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윤석열 정부 언론 정책은 역대 최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명박 박근혜 정권보다 훨씬 더 방송장악을 심하게 하고, 일부 보수언론만 싸고돌면서 비판 언론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있죠. 특히 MBC 죽이기에 이어서, 뉴스타파 같은 독립 언론까지 황당한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워서 탄압하고 그 탄압의 수단으로 검찰, 경찰이 동원되고 있잖아요. 예전에는 방통위원회에서 사과 방송 시키는 식으로 했는데, 지금은 아예 검찰을 동원해서 기자들 수사하고 압수수색하는 식으로 진행하잖아요. 그래서 최악이라고 하는 거예요. 반드시 역사의 단죄를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4일 이 전 사장은 지명 소감에 대해 6분 발언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셨어요?

"보통 장관급에 지명이 되면 기자들 앞에서 앞으로 잘하겠다고 한두 마디하고 내려가는 게 관행이거든요. 그런데 이진숙씨는 무려 6분 동안 준비해 온 연설을 했어요. 저는 이게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그리고 보수 지지층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MBC 좌파 방송 그리고 가짜 뉴스 같은 것들을 처리하겠다는 걸 강조했다는 거죠. 바이든/날리면 보도 역시 허위 보도라고 비난했잖아요. 이런 식으로 앞으로 MBC 문제를 다루겠다는 메시지를 미리 준 것 같아요."

- 이 전 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언론 장악한 적 없다고 하잖아요.

"그걸 믿는 사람이 있나요? 일단 KBS 사장을 바꿔 놓으니까 지금 KBS 뉴스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죠. KBS는 장악당한 거예요. MBC도 끊임없이 장악하려고 시도했어요. 이동관 방통위원장 시절에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하려고 했죠. 법원이 제동을 걸어서 실패했죠. 그리고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문제 삼아서 대통령 명예훼손 했다고 당시 사장이었던 저부터 일선 기자들까지 12명이나 고발했어요. 게다가 방송통심의위원회는 각종 방송 내용을 문제 삼아 온갖 규제와 징계를 때렸잖아요. 그런데 이게 다 법원에서 지금 제동이 걸렸어요. 이런 게 언론 장악, 언론탄압이 아니면 뭡니까?"

- 이 전 사장은 MBC가 노동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그거야말로 말도 안 되는 얘기죠. 민주노총 산하에 언론노조가 있고 그 아래 MBC 노조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주장을 하는 건데, 국민의힘과 극우 논객들이 늘 하는 얘기예요. 그런데 민주노총이 MBC의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 간섭하거나 지시했다는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 사례가 있으면 증거로 제시하면 돼요. 증명도 못 하면서 민주노총 산하에 언론노조가 있다는 것만 가지고 노동 권력이라고 얘기를 하는 거죠.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얘기죠. 그냥 노조의 정당한 권력 비판 보도, 공정 보도 활동을 깎아내리고 폄하하려는 프레임이에요."

- 이호찬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이 전 사장 지명한 게 MBC 민영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던데요.

"이진숙씨가 2012년 말 본부장 시절에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하고 민영화 관련 논의를 한 게 발각됐잖아요. 그 사건 때문에 지금 민영화와 관련된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어요. 게다가 이동관 대변인 시절에 청와대에서 MBC 정상화 문건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거기에도 마지막에 MBC를 이러이러한 절차를 거쳐서 민영화해야 된다는 말이 나와요. 당시 이진숙과 최필립 회동은 그 시나리오가 그대로 구체화됐다는 증거가 나온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야당에 다수 의석이 있기 때문에 민영화를 바로 시도하기는 힘들 겁니다. YTN 민영화하고 MBC 민영화는 조금 달라요. YTN 민영화는 공기업이 가지고 있던 YTN의 주식을 매각한 거죠. 근데 MBC 민영화 작업은 법을 바꿔야 해요. 따라서 민영화는 다음 단계의 얘기일 가능성이 높고 일단 MBC 사장 바꾼 다음에 MBC를 망가뜨리는 걸 추진할 겁니다."

- 이진숙 전 사장의 과거 극우적인 발언이 논란입니다.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말한다는 건 보수적인 신념이 아니라 최소한의 상식과 판단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증거죠. 광주항쟁 음모론·전라도 혐오 발언에 '좋아요'를 누른 것 역시 철이 없는 건지 아니면 역사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철학이 없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해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방송 정책을 책임지는 방통위원장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을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합니다."

"MBC 무너지는 것, 윤 정부가 노리는 바다"
 
▲ MBC MBC 상암동 사옥
ⓒ 이정민
 
- SNS에 '지키면 좋은 친구, MBC 힘내라 콘서트'를 홍보하며 MBC 지켜야 한다고 올리셨잖아요. 이에 대해 엄주원 MBC 아나운서는 "과거 보수 정권과 마찬가지로 친정권 방송에 매몰되어 있었는데 이제 와서 무엇을 어떻게 지키자는 거냐"라고 물었습니다.

"제가 사장할 때 친정권 방송에 매몰돼 있었다는 말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저는 문재인 정권 때 2년 사장을 했고 또 윤석열 정권 때도 1년을 했어요. MBC 뉴스가 문재인 정권 때는 친정권 방송을 하고 윤 정권 때는 반정권 방송을 했다? 우리 기자들이 절대 인정 안 할 거예요. MBC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그냥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보도를 열심히 한 것뿐이에요. 

제가 친정권 방송했으면 그렇게 지시했다는 증거를 대야죠. MBC 기자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냥 양심껏 소신껏 보도하면 되고 그렇게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장모 최은순씨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MBC가 집중 보도를 했거든요. 그때는 문재인 정부 때잖아요. 그러니까 MBC는 그냥 권력 있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으면 비판하는 보도를 열심히 했던 것뿐이에요."

- 문재인 정부 시기 주요 사장 등을 역임한 해직 언론인 출신 가운데, 자기 임기 중에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말씀하신 분은 못 본 것 같아요. "보수정권으로 교체될 상황에 이르러서야 지배구조를 이야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가 사장 시절에 왜 지배구조 개선 얘기를 안 하고 이제 윤석열 정권 들어서니까 새삼스럽게 주장하냐고 비판한다는 거죠. 이게 말이 안 되는 게 제가 사장 시절에 여러 번 얘기했어요. 제가 2022년 신년사에서도 공개적으로 얘기했어요. 그때가 문재인 정부 시절이잖아요.  2020년 사장 되자마자 5월에 방송학회와 세미나를 했을 때도 얘기했어요. 그것은 제 평생의 소신이에요."

- 그럼, 지금 국회에 발의된 방송3법은 어떻게 보세요?

"지금 발의된 방송 3법이 완벽한 법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지금 시간이 없어요. 왜냐하면 공영방송 이사들의 임기가 곧 끝나기 때문에요. 그래서 새로 뽑을 때는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해서 만든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80점 이상은 된다고 보고 있어요.

일단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마시고 통과시켜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뽑고, 개선해야 될 점이 있으면 개선하면 됩니다. 아니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그 법이 마음에 안 들면 민주당에 제안해서, 새롭게 논의해서 여야 합의로 한번 만들어 보자 제안하면 돼요."

- 국민의힘 얘기는 문재인 정부 때는 안 바꾸고 왜 지금에서야 바꾸려고 하냐는 건데요.

"그 말도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도 얼마 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그걸 인정했더라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 언론 노조도 마찬가지고 저도 방송협회 회장이자 MBC 사장으로서 공개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많이 얘기했어요. 그런데 당시 민주당에서는 안 했어요. 방송3법이 아니라 언론중재법 등이 언론개혁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방송3법을 제대로 못 했던 건 저도 뼈 아픈 점이라고 봐요. 그건 민주당이 잘못한 거죠."

- 문재인 정부 시절 언론 운동 하던 분들이 반성을 먼저 해야, 일반 시민들이 호응할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언론 운동하던 분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언론노조나 시민단체 같은 곳을 얘기하는 거라면 부당한 비난이라고 봐요. 언론노조는 그 당시에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하다고 주장을 했어요. 무슨 반성을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어떻게 해서든지 이진숙씨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해서 방문진 이사들을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들로 채우려고 할 것이고, 그걸 또 민주당이 막으려고 할 텐데요. 저는 국민 여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거라고 봅니다. 민주당이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내서 시민단체나 언론단체들과 함께 잘 막아내면 좋겠습니다. 막아내지 못하면 MBC가 결국 무너질 것이고 그러면 우리 언론에서 큰 방파제가 무너지는 거예요. 그렇게 되는 순간 국민들이 실망하게 되고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완전히 작살날 거예요.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바가 실현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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