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맨부터 '골때녀'까지... 지상파의 파리 올림픽 중계 속사정

김상화 2024. 7. 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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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종목 대거 탈락에 고육직책 내놓은 지상파... 예능인-유튜버 내세운 KBS·SBS

[김상화 기자]

 본격적인 올림픽 중계 홍보에 돌입한 SBS 스브스스포츠, KBS 스포츠 유튜브 채널
ⓒ SBS, KBS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을 위한 지상파 3사의 치열한 중계 대결이 예고됐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세계 최대 규모 스포츠 잔치답게 각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을 자사 채널에 묶어 두기 위해 유명 스타플레이어 출신 해설위원과 중계 캐스터를 앞세워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

'예능 전문' 전현무 프리랜서 아나운서, 골프스타 박세리 (이상 KBS), 배성재 캐스터(SBS)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각종 홍보 영상을 공개하는 등 3사의 치열한 물밑 경쟁은 이미 개막됐다. 다만, 이번 파리 올림픽 중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비선수 출신 예능인과 유튜버들을 대거 활용하면서 가벼운 분위기의 방송 제작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KBS가 이현이-송해나 등 각종 예능 출연('골때녀')으로 친숙한 패션모델들을 활용하는가 하면 SBS는 웹툰 작가 출신 유튜버 침착맨(이말년 작가), 파비앙 등 유튜버들을 각종 온라인 콘텐츠 출연진으로 캐스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예능인-유튜버 동원한 KBS-SBS
 
 본격적인 올림픽 중계 홍보에 돌입한 SBS 스브스스포츠, KBS 스포츠 유튜브 채널
ⓒ SBS, KBS
 
SBS는 최근 자사 유튜브 채널 '스브스스포츠'의 특집 프로그램 <침착한 파리지앵>을 올림픽 전후 기간동안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8일 '에피소드 0편'도 방송했다.  

태권도 때문에 한국을 찾아온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 유튜버로 백상예술대상 예능인부문 후보로도 선정된 침착맨 등 온라인 방송에 최적화된 인물들이 중심이 된 <침착한 파리지앵>은 올림픽과 개최지 프랑스 파리의 이야기 등을 유쾌하게 풀어갈 예정이다.   

KBS는 패션의 본고장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에 착안해 패션모델 겸 방송인 이현이와 송해나를 현장 MC로 발탁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두 사람이 스포츠 경기를 직접 중계, 해설하는 건 아니고 화제의 선수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다.

MBC, '예선 탈락' 축구 안정환 앞세운 코믹 티저 영상 공개 
 
 '지역 예선 탈락' 축구 해설위원 안정환을 앞세운 MBC 올림픽 중계 홍보 영상
ⓒ MBC
 
반면 MBC는 김성주(프리랜서)-김대호 두 아나운서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기본 방식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대신 티저 예고 영상을 통해 색다른 웃음거리를 하나 마련했다.  

아시아지역 예선 탈락으로 이번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는 축구 해설위원 겸 방송인 안정환도 깜짝 출연한다. 그의 단짝 김성주 아나운서와 타종목 전설의 스타 해설위원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닮은 듯 다른 지상파 3사의 올림픽 중계 준비 과정을 살펴보면 일종의 고육지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칫 잘못하면 최근 40년 방송 중계 역사상 가장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하계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

구기종목 대거 탈락, '최저 인기' 올림픽 중계 우려
 
 본격적인 올림픽 중계 홍보에 돌입한 SBS 스브스스포츠, KBS 스포츠 유튜브 채널
ⓒ SBS, KBS
 
206개 국가 올림픽위원회(NOC) 소속 총 1만 500여 명의 선수들이 32개 종목 329개 세부 경기에서 메달 경쟁을 펼치게 되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 한국은 총 22개 종목 144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지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50명)이래 최소 인원이다.

올림픽 중계 최고 인기 종목인 남자 축구가 충격의 아시아지역 예선 탈락으로 파리행 티켓 확보에 실패한 데다 또 다른 단골 메달 획득 스포츠 야구는 이번 대회 종목에서 제외됐다. 배구-농구 등 인기 구기 종목 또한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자연스럽게 선수단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비인기 스포츠로 분류되는 종목 중심의 TV 중계 편성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들 종목에서조차 한국 대표팀의 국제 무대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구기 종목이 4강권에서 선전을 펼치면서 바람몰이를 하고 각종 격투기, 개인 기록 경기 참가선수들이 깜짝 메달을 획득해 올림픽 분위기를 극대화한 과거의 방식이 이번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선 방송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본격적인 올림픽 중계 홍보에 돌입한 SBS 스브스스포츠 유튜브 채널
ⓒ SBS
 
거액의 중계권료가 투입된 현실을 감안하면 어떤 형태로든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아야 하는 게 지상파 3사의 가장 큰 숙제다. 하지만 OTT, 유튜브 등 뉴미디어 콘텐츠에 적응된 시청자들을 어떻게 올림픽 중계 방송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결국 각 방송사들이 유튜버, 예능인 등을 올림픽 중계의 중앙 무대로 끌어들인 건 조금이나마 연성화된, 예능적 요소를 가미한 가벼운 성격의 방송을 선보이겠다는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기획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다만, 성공 가능성까지 장담하긴 힘들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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