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쌍 중 11쌍 커플 매칭...'결혼정보회사' 자처한 경북의 실험

김정석 2024. 7. 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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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0일 경북도청에서 '저출생과 전쟁 선포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한 경북이 추진한 ‘청춘남녀 만남’ 프로젝트에서 첫 성과가 나왔다. 지난 6월 한 달간 ‘청춘동아리’ 운영을 통해 미혼 남녀 만남을 주선했더니 44%가 매칭에 성공했다.


경북, 남녀 만남 주선…매칭률 ‘4할’


경북도는 지난달 예천·칠곡·안동 등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 성향에 맞춰 공예·향수만들기 등 동아리 활동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 결과 참여자 50명(25쌍) 중 22명(11쌍)이 커플이 됐다. 경북도는 이들 커플이 연말까지 계속 만나면 ‘국제 크루즈 관광’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커플이 된 30대 중반 남성 A씨는 “대학 졸업 후 20대 후반에 취직해 일하다 보니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겼다. 소개팅도 안 들어오고 회사에 여성이 부족해 고민했는데 이번 청춘동아리에서 매칭이 돼 기쁘다”며 “좋은 만남 이어가도록 하겠다. 많은 사람이 '이런 프로그램은 공공기관에서 해줘야 한다'고 반겼다”고 전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5월 13일 도청에서 저출생 극복을 위한 과제 실행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춘동아리는 모집 시기부터 흥행 조짐을 보였다. 신청자 경쟁률이 남성 14대 1, 여성 3.4대 1을 기록했다.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경북도가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한 결과, 참가자는 ‘공공 기관이 마련한 자리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엔 5일간 ‘솔로 마을’ 운영


경북도는 첫 번째 청춘동아리 운영에 이어 ‘솔로 마을’ 프로그램 준비에 나섰다.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여름휴가 시즌을 이용해 예천과 울릉 일대에 솔로 마을을 개장할 계획이다.

이달 중순까지 참가자 모집을 받고 있는데 현재 당사자는 물론 가족 전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경북 북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 남성의 어머니는 경북도 저출생극복본부에 전화를 해 “우리 아들이 올해는 꼭 장가를 가야 한다. 이번 솔로 마을에 꼭 참여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했다.

앞서 경북도는 지난 2월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하고 출생과 육아 지원과 함께 ‘만남 주선’정책을 시행했다. 미혼 남녀 만남 기회를 늘려 결혼을 성사시키고 이로 인한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경북도가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예천과 울릉 일대에서 펼쳐지는 '솔로 마을'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사진은 홍보 포스터. 사진 경북도

“저출생 극복, 만남과 결혼이 먼저”
이런 정책의 필요성은 각종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4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전국 25~49세 남녀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서 78.2%가 ‘상대가 없어 미혼’이라고 답했다. 경북도가 지난 5월 통계청 주민등록인구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경북의 20~39세 청년인구 성비가 남성 126.9명 대 여성 100명으로 전국 최하위 남녀성비를 보였다.

특히 고령화가 심각한 경북은 결혼 적령기 청년인구 밀집도가 낮고 민간 결혼정보회사도 대부분 수도권에 편중돼 있어 남녀 간 만남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에 경북도는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청춘동아리’ 운영 ▶공식 만남을 주선하는 ‘솔로 마을’ 개장 ▶성사된 커플이 여행을 떠나는 ‘행복 만남’과 ‘크루즈 여행’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에서는 좋은 상대를 만날 기회가 없어 연애나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하겠다”며 “연애와 결혼, 주택 마련, 출산과 육아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을 연달아 내놓고 저출생 전쟁에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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