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예뻤던 소록도 공원, 역사를 알고 나니 다르게 느껴져요"
[오문수 기자]
▲ 강선봉씨 한테서 이춘상씨 의거 현장과 4대 수호원장 동상에 대한 얘기를 듣는 방문단원들 모습 |
ⓒ 오문수 |
지난 7일과 8일 일본에서 한센병 문제를 공부하던 회원 12명이 소록도를 방문했다. 김해공항을 통해 한국에 온 이들은 주로 오사까와 고베지역에 연고를 둔 회원 12명이다. 이들의 통역을 맡은 분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시민모임 독립' 실행위원인 '미야우치 아키오'이고 재일교포 3세인 대학교수도 동참했다. 김명수 교수는 재일교포 3세로 1년 동안의 안식년을 한국에서 보내고 있다
이분들이 자비를 들여 소록도를 방문한 연유가 있다. 한센병 문제를 공부하다가 소록도에 거주하는 강선봉씨가 쓴 <천국으로의 여행> 책을 읽은 후 일본어로 번역한 분을 만나 "강선봉 선생님을 만나 직접 들어보고 소록도를 눈으로 보자"는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센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천형으로 불렸다. 극심한 신체 훼손과 고통, 피할 수 없는 죽음, 가족 및 사회와의 강제격리, 차별 및 혐오로 인한 낙인으로 한센병자의 삶은 죽음보다 더한 가시밭길이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일등국', '문명국'을 자처하며 한센병 유병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것을 국가적 수치로 여겼다. 1907년 '나예방에 관한 건'이라는 법안을 통과시킨 일본은 전국에 5개의 격리시설을 세우고 결혼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단종수술을 시행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 위생고문 야마네는 조선의 나환자도 격리 수용시켜야 한다고 제창했다. 이를 받아들인 데라우찌 총독은 이들을 집단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1915년 10월 기후가 온화하고 수량이 풍부하며 육지와 가깝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소록리(소록도)를 선정했다.
소록도 자혜의원은 나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병원이다. 소록도 자혜의원은 1916년 2월 24일 조선총독부령 제7호에 의해 설립되었고 동년 7월 10일 아리까와를 초대 원장으로 임명했다. 5대까지는 일본인 원장이 병원을 관할했고 해방 이후부터는 한국인 원장이 관할하고 있다.
▲ 검시실을 둘러보는 일본 방문단. 소록도에 계시던 환자가 세상을 떠나면 해부를 한 곳이다. 해부가 끝난 시신은 바로 화장장으로 직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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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구북리에서 서생리로 가는 언덕에는 일본식 건물인 '자혜의원'이 있다. 소록도에 있는 자혜의원은 국립소록도병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건물이다. 자혜의원 뒤에는 '하나이 젠키치' 원장의 창덕비가 세워져 있다.
▲ 국립소록도병원의 전신이랄 수 있는 자혜의원 건물 앞에서 제2대 하나이 원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방문단원들. 필자 바로 앞에 세워진 비석이 하나이원장의 공덕을 기리는 창덕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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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체육활동을 위해 운동장을 조성하고 환자 위안회를 조직하여 단조로운 수용 생활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 결과 환자들로부터 인자한 원장으로 추앙받았다.
일본인이면서 한국의 한센병 환자들을 내 가족처럼 아껴주고 인자하게 대해준 원장의 배려에 감동한 환자들이 직접 경비를 모금하여 이 비석을 세웠다. 해방 후 자유당 정권의 일제 잔재 청산 정책에 의해 비석이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환자들이 몰래 땅에 묻었다가 1961년 5.16 이후에 다시 발굴해 중앙공원 입구에 세웠으며 1988년에 원래 장소인 이곳으로 옮겨 세웠다.
▲ 제4대 수호원장은 악랄한 간호장 '사또'를 앞세워 환자들을 폭압으로 다스리고 자신의 동상을 세워 매월 20일마다 전 환자들을 동상 앞에 집합시켜 참배시키다 울분을 참지 못한 이춘상에게 살해당했다. 앞에 보이는 이춘상의거 기념비를 둘러보고 사진을 촬영하는 방문단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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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 입구에는 이춘상의거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제4대 '수호' 원장은 악랄한 간호장 '사또'를 앞세워 환자들을 폭압으로 다스리고 자신의 동상을 세워 매월 20일마다 전 환자들을 동상 앞에 집합시켜 참배시키다 이춘상에게 살해당했다.
방문단을 대표하는 다마이 마사꼬의 얘기다.
"차별과 편견의 고통을 겪으며 지냈을 한센인들이 일본 식민지배로 이중으로 힘들었을 걸로 압니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중앙공원에 들렀다면 예쁜 현장이지만 일본 역사를 알게 되어 무겁게 느껴집니다. 강선봉 어르신을 만나고 나니 예리함과 부드러움까지 겸비했음을 느꼈어요. 사람을 사랑하는 정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방문단은 이튿날인 8일 한국 최초의 한센병원인 여수 애양원과 도성마을에 들러 치유된 환자들의 자립 현장인 정착촌을 둘러보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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