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111㎜ 기습 폭우, 충남·충북에서 4명 사망·1명 실종…열차 운행 중단

신진호, 최종권 2024. 7. 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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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새벽 대전과 충남·충북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충남 논산에서는 엘리베이터가 물에 잠기면서 1명이 숨졌다. 또 서천과 금산에서는 산사태, 충북 옥천군에서는 차가 물에 잠기면서 각각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동에서는 농막에 거주하던 주민이 실종돼 당국이 수색에 나섰다. 이로써 충청권 사망·실종자는 총 5명이 됐다.

10일 오전 대전시 서구 용촌동 마을에서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이 침수로 고립된 주민을 고무보트를 이용해 구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0일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쯤 충남 논산시 내동의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가 지하 2층에서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살려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와 경찰은 배수 작업을 하는 등 구조 작업 끝에 물에 잠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성 시신 1구를 수습했다. 도착 당시 오피스텔은 지하 1층까지 물에 잠긴 상태였다.

이날 오전 3시 57분쯤 서천군 비인면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이 붕괴하면서 7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집에 있다가 토사에 매몰된 이 남성은 약 1시간 30분 뒤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금산군 진산면에서도 주택이 매몰돼 6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소방당국은 “사람이 매몰됐다”는 이웃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여성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서천에 1시간 만에 111㎜ 기습 폭우


새벽 시간 강한 비가 내리면서 충남 지역에선 5시간 만에 835건에 달하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가 갑자기 몰리면서 현장으로 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서천에서는 오전 2시16분부터 1시간가량 111.5㎜가 쏟아졌다. 오전 5시 기준 서천지역 누적 강수량은 281㎜로 집계됐다.
대전에 내린 강한 비로 대전시 중구 유천동과 서구 도마동을 연결하는 유등교가 침하돼 10일 오전 양방향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사진 독자]
논산에서는 탑정호수가 만수위에 오르면서 방류를 시작하자 하천 인근인 성동면과 부적면·강경읍·은진면·대교동·부창동 지역 주민 일부가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논산 일부 지역에선 마을버스 운행도 중단됐다. 금산 복수면에서는 산사태로 도로 일부 통행에 제한되고 있다.

피해 현장을 찾은 김태흠 충남지사는 “피해가 작은 천안과 아산 등에서 인력과 장비를 지원하도록 조치하고 응급 복구와 피해 조사를 신속하게 추진해달라”며 “다음 주에도 비가 예보된 만큼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충북 옥천군에서는 불어난 하천에 빠진 승용차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0일 오전 5시 4분 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 한 둑방길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하천으로 추락해 전복됐다. 인근을 지나던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거센 물살 탓에 구조 작업을 하지 못하다 오전 7시 38분쯤 이 남성을 구조했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이 인근 CCTV를 확인한 결과 그는 인근에 있던 축사 상태를 살피고 나온 뒤 승용차를 몰고 둑길에서 방향을 틀기 위해 후진하다 하천으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슷한 시간 영동군 심천면에서는 농막에 거주하던 70대 주민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전 유등교 침하로 양방향 전면 통제


대전에서는 중구 유천동과 서구 도마동을 잇는 유등교가 침하 위험으로 양방향이 전면 통제됐다. 대전시는 오전 8시44분을 기해 ‘유등교 침하로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는 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유등교는 중간 부근이 아래로 푹 꺼진 상태로 당분간 통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관계 당국은 전망했다. 2020년 폭우로 침수 피해를 봤던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는 한때 주차장 일부가 침수됐지만, 긴급 배수로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대전 서구 용촌동에서는 제방이 무너지면서 정뱅이마을 27구 주민 30여 명이 고립됐다가 출동한 소방대원과 대전 서구 직원에게 구조됐다. 마을 주민들은 “순식간에 물이 들어차 꼼짝 못 하는 상황이 생겼다. 주민끼리 서로 생사를 확인하고 부랴부랴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전소방본부 구조대원들은 고무보트를 타고 마을 안까지 진입, 2~5명씩 실어 나르는 방식으로 주민을 구조했다. 구조된 주민들은 모두 흑석동 기성종합복지관으로 임시 대피했다.

10일 새벽 충남 서천 지역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내린 가운데 비인면의 한 주텍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 독자]

충북 영동군에는 이날 자정부터 오전 5시30분까지 120.5㎜의 폭우가 내려 주택과 농경지, 도로 침수 등 피해가 발생했다. 영동소방서는 “오전 5시 현재 나무 쓰러짐, 차량 침수, 토사 유출 등 46건의 비 피해 시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금강홍수통제소는 금강 영동군 양강교 지점에 대해 오전 4시50분 홍수주의보에 이어 오전 5시 30분 홍수경보를 연이어 발령했다. 영동군은 누교저수지와 명천저수지 둑 붕괴 우려에 따라 저수지 아래 3가구를 대피시켰다. 영동천 인근 저지대가 침수되자 영동읍 계산리 중앙시장 주변과 금동 일대 50여 가구 주민을 이수초등학교에 대피시켰다.


충북 주민 366명 일시 대피…산사태 경보


충북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영동군을 비롯해 호우가 내린 보은·옥천·증평군에 산사태 경보가 발령됐다. 밤사이 옥천군엔 83.5㎜, 청주 81.9㎜, 보은 55.1㎜ 등 많은 비가 내렸다. 지난 6일부터 10일 오전 7시까지 누적 강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옥천군(346.5㎜)이다. 도로침수와 수목 전도 등 공공시설 피해는 134건, 주택침수는 35건, 농작물 피해는 5개 시·군에 23.84㏊로 집계됐다. 일시 대피한 주민은 188세대 366명이다.
10일 새벽 대전과 충남 등 중부지방에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충남 논산시 벌곡면 한 도로에 저온창고가 힘없이 밀려나와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산림청은 오전 3시40분을 기해 충청 전 지역과 전북, 대구·경북 지역 산사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유사시에는 마을회관과 학교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달라”고 했다.

장항선·충북선 일반열차 운행 중단


집중호우로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에 장항선과 경북선은 오후 6시까지, 충북선은 낮 12시까지 전 구간에서 운행을 중단하다. 경부선은 서울~동대구 구간이 낮 12시까지, 호남선은 서대전에서 익산 구간에서 오후 6시까지 운행을 멈춘다. KTX 등 고속열차는 정상 운행 중이지만 호우로 일부 지연되거나 운행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한국철도공사는 전했다.

신진호·최종권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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