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기 낀 '16세 신동', 황제 울렸다…스페인, 프랑스 꺾고 유로 결승행
아직 치아 교정기를 떼지도 못한 16세 ‘축구 신동’이 ‘축구 황제’를 울렸다. 유망주의 맹활약을 앞세운 ‘무적함대’ 스페인은 ‘아트사커’ 프랑스를 쓰러뜨리고 환호했다.
스페인은 10일 독일 뮌헨의 푸스발 아레나 뮌헨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 2024)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2-1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오는 15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와 잉글랜드의 맞대결 승자와 앙리 들로네(유로 우승 트로피 별칭)를 놓고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스페인이 유로 무대에서 결승에 오른 건 지난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 1964년과 2008년, 2012년에 각각 정상에 오르며 독일과 함께 역대 최다 우승(3회) 공동 선두에 올라 있는 스페인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단독 1위로 치고 나갈 기회를 잡았다.
선제골은 당대 최고의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를 앞세운 프랑스가 터뜨렸다. 전반 8분 음바페가 상대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감각적인 크로스를 올렸고, 정면에 있던 랑달 콜로 무아니(파리생제르맹)가 머리로 받아 넣어 골 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스페인이 이른 시간에 만회 골을 터뜨리며 흐름을 되찾아왔다. 2007년생으로 올해 만 16세인 신성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이 동점 골의 주인공이 됐다. 전반 21분 상대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볼을 받은 뒤 감각적인 왼발 감아 차기 슈팅으로 득점포를 터뜨렸다. 기세가 오른 스페인은 4분 뒤 다니 올모(라이프치히)의 역전 골을 묶어 2-1로 승부를 뒤집었다. 후반에도 양 팀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지만 득점을 추가하지 못해 스페인의 승리가 확정됐다.
동점 골 주인공 야말은 16세 362일의 나이에 골을 터뜨려 요한 볼란텐(스위스)이 지난 2004년 작성한 대회 최연소 득점 기록(18세 141일)을 뛰어넘었다. 라말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득점 이외에도 슈팅 3회, 패스 성공률 79%, 키 패스 2회, 드리블 성공 1회, 태클 성공 1회, 볼 리커버리 4회, 걷어내기 11회 등 기여도 높은 활약을 선보였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소파스코어는 평점 7.8점을 매겨 이날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그를 경기 MVP로 선정한 UEFA는 “환상적인 동점 골로 스페인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볼을 잡았을 때 위협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수비 가담도 열심히 했다.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야말은 치아 교정기를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오르는 고교생 선수지만, 스페인을 넘어 세계 축구가 주목하는 차세대 골잡이로 성장 중이다. 성장 과정에서 ‘역대 최연소’ 타이틀을 줄줄이 자신의 이름으로 장식 중이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2022~23시즌 만 15세에 성인 A팀에 합류해 최연소 1군 등록 기록을 세웠고, 2023년 레알 베티스전에 교체 투입되며 클럽 최연소 1군 데뷔 기록도 함께 썼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연소 데뷔(16세 290일)와 최연소 선발 출전(16세 38일), 최연소 득점(16세 87일), 스페인대표팀 최연소 데뷔 및 득점(16세 57일) 기록을 줄줄이 갈아 치웠다.
이번 대회에서도 기록 제조 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앞서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도움을 기록해 유로 대회 본선 역대 최연소 출장과 공격 포인트 기록(16세 338일)을 세웠다. 프랑스전을 통해서는 역대 최연소 득점(16세 362일)까지 작성하며 ‘축구의 신’ 펠레가 보유 중이던 메이저대회 최연소 득점(17세 239일)을 새로 다.
야말은 득점 직후 손가락으로 숫자 ‘304’를 만들어 보이는 세리머니를 한다. 이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바르셀로나의 빈민촌 로카폰다의 우편번호(08304) 일부다. 모로코인 아버지와 기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대로, 불우한 환경에서 축구를 시작한 그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반복하는 동작이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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