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도 감독 평가하는 게 트렌드" 박주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실상을 폭로한 박주호가 최근 들어 달라진 축구 선수들의 시선에 대해 밝혔다.
박주호는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를 통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모두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을 통해 박주호는 비상식적인 감독 선임 과정, 그리고 전력강화위원회의 파행과 함께 요즘의 축구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 축구에 대해 직언했다.
박주호는 이 영상을 찍기 직전까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박주호는 지난 2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체제에서 구성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돼 지난 5개월간 활동한 '내부자'다.
원래 박주호는 이 영상을 '전력강화위원회가 어떻게 감독 선임을 진행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촬영하려고 했지만, 영상 촬영 도중인 지난 7일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향이 완전히 틀어졌다.
해당 소식을 접한 박주호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이후 전력강화위원회의 파행으로 판단되는 사안들을 낱낱히 전했다.
박주호가 추천한 제시 마치 감독이 협상이 결렬됐고 3월 임시 감독 체제를 지나 다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후보군을 다시 추렸는데 이때부터 사실상 위원회는 파행이었다.
전력강화위원회 내부에서 K리그 감독이 거론된 건 사실이었다. 박주호는 "시즌을 다 준비했는데 그 감독님들은 모르신다. 우리가 감독님을 찍고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협회도 먼저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진척이 되면, 팀에도 잘 이야기하는 과정을 스무스하게 해야 한다. 회의 때도 울산 HD 팬들이 트럭 시위를 하고 난리가 났었다. 이게 과연 알맞은 과정인가 생각했다. 또 돌아가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3월 임시 감독 선임 때에도 황선홍 당시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과 관련해 "올림픽 본선 집중에 집중하고 있는데 동남아 팀을 잘 아는 후보군의 감독님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이야기가 오갔다. 황 감독도 협회 지도자여서 후보에 올라왔다"라며 박항서, 김도훈 감독도 후보군에 있었다고 했다.
박주호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은 바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투표로 감독을 정했다는 점이다. 박주호는 "이해하지 못했다. 투표하는 게 아니다. 감독을 어떻게 투표로 정하나. 투표를 하긴 했다. 그래서 됐다. 이해가 안 갔다. 난 이유를 적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항서 감독이 제일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쉬고 계시고 동남아 축구를 잘 알고 계신다. 한 번만 희생을 해주시고 각자의 자리에 돌아가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도훈 감독도 싱가포르 축구를 잘 알고 계셨다. 2경기만 잘 마무리해 주시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황 감독에 대해선 "왜 리스크를 만드나 싶었다. 올림픽 탈락과 직결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쨌든 올림픽을 준비하는 감독을 잠깐 맡기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난 이해가 안 됐다"라고 주장했다.
박주호는 "해당 감독들의 의사는 전혀 묻지도 않고 후보군에 올랐다. 그런 감독이 되게 많았다. 헤수스 카사스는 1차 때 결렬됐는데 왜 다시 후보에 올려놨는지 모르겠다. 이라크와 3차 예선 같은 조에 속했는데 데려오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뺏어오는 격"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정해성 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전력강화위원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박주호는 "또다시 투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왜 이 후보를 추천했는지 설명해야 하고 그걸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투표하자는 거다. 결과적으로 투표로 선임된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난 투표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정 위원장이 사퇴했다. 사퇴 이후로는 난 전혀 모른다. 나가신 분들도 있고 소통이 전혀 안됐다. 이유는 모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마치 감독 이후로는 (전강위가) 없어졌어야 했다고 본다."라고 했다.
박주호는 "국내 감독을 원하는 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국내 감독을 세세하게 살펴보고 어떤 장단점이 있고 어떻게 도와줘야 하고 확인해 모셔 오도록 하자고 했다. 그건 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속으로 위원장한테 전화하는 위원들이 있다고 들었다. 정보도 계속 흘러 나간다. 위원회 안에 있는데도 나도 모르겠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론적으로 유명무실해진 전력강화위원회를 무시하고 협회는 이임생 이사 체제로 스스로 움직여 홍 감독을 선임하게 됐다.
박주호는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일했던 5개월이 허무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박주호는 "외국인 감독 후보들의 프로필, 비디오, 훈련 세션을 다 보고 미팅도 해보고 성격이 어떤지도 봤다. 요즘엔 인터뷰 스킬도 중요하다. 한국 거주 의사도 물어보고 여러 가지를 다 봤다. 감독의 성향, 전술 등을 팬들이 다 보고 있어서 얼렁뚱땅 넘어가면 안 된다"라며 그간 철저하게 외국인 감독 후보를 검증했던 이유를 밝혔다.
이어 "몇몇 분들이 '국내 감독이 돼야 한다'라고 했다. 빌드업 같았다. 회의 시작 전부터 그런 이야기를 했다. 국내 감독이 이제 해야 한다, 좋은 감독이 많다고 했다. 내가 '어떤 장점이 있고 뭐가 있는가'라고 했다. 외국 감독한테는 잣대를 다 갖다 대면서 국내 감독에겐 그런 게 없다. 그냥 다 좋다였다. 잘한다는 게 다였다"라고 말했다.
박주호는 또 "그분들은 잘못 생각하고 계신다. 내가 국내 감독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게임플랜과 맞고 방향성이 맞는 감독이어야 협회도 말할 수 있다. 게임 플랜을 그러면 내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에서 홍 감독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인정한 박주호는 "홍 감독이 고사한다고 했다. 그런데 (위원회 내부에서)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투표했다. 난 뭐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홍 감독이 높은 순위에 있었다. 지금도 비슷해 보인다"라고 했다.
전력강화위원회의 역할은 결국 사라졌다. 협회 이사회가 결정한 셈이다. 박주호는 "전력강화위원회가 필요 없다. 허무하다. 정보 유출 때문에 얘기를 안 하는 줄 알았는데 바로 나왔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박주호는 나아가 "답답한 게 대표가 일을 하면서 좋은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해서 직원을 뽑는데 직원이 보기에 대표가 능력이 별로면 그만둔다. 축구도 요즘 트렌드가 그렇다. 감독이 선수 선발 등 모든 권한을 갖지만, 선수들도 감독을 평가한다. 심심치 않게 알려진다. 서로 존중이 안 되면 팀이 무너진다. 선수들이 그 안에서 말을 안 듣는다"라며 선수단 안에서도 감독의 역할과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했다.
이 발언은 결국 협회로도 연결된다. 무능한 수뇌부 아래에서 협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협회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박주호의 발언으로 정리가 된다.
한편 협회는 9일 입장문을 내고 박주호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이 SNS 출연 영상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과 감독 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한바, 이것이 언론과 대중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주호 위원은 지난 8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한 축구 해설위원과 함께 출연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치우친 자기 시각에서 본 이러한 언행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자체는 물론 자신을 제외한 많은 위원들의 그간의 노력을 폄훼하고 있어, 우선적으로 지난 5개월간 함께 일해온 나머지 전력강화위원들에게도 사과하고 해명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나아가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의 이러한 언행이 위원회 위원으로서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지 신중히 검토하고 필요한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대한축구협회, 박주호 채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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