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령 만루포' 최형우, MVP 후보로 손색 없다

양형석 2024. 7. 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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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9일 LG전 쐐기 만루홈런 포함 3안타5타점 맹활약, KIA 11-4 대승

[양형석 기자]

KIA가 후반기 첫 경기에서 2위 LG를 대파하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폭발하는 타격쇼를 펼치며 11-4로 승리했다. 외국인 에이스의 맞대결로 투수전이 될 거라는 예상을 깨고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하며 완승을 거둔 KIA는 공동 2위 LG,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4.5경기로 벌리며 독주체제를 갖췄다(49승2무33패).

KIA는 선발 제임스 네일이 5.1이닝6피안타(1피홈런)1사사구4탈삼진4실점으로 시즌 8번째 승리를 챙겼고 4명의 불펜투수가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KIA의 승리를 지켜냈다. 타선에서는 1회 선제 적시 2루타를 때린 김도영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나성범과 박찬호가 나란히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타이거즈의 붙박이 4번타자 최형우는 이날 40세6개월23일의 나이로 국내선수 역대 최고령 만루홈런 기록을 세우며 5타점을 퍼부었다.

KBO리그의 각종 최고령 기록들

모든 운동선수들이 그렇듯 야구선수들도 나이가 들면 부상부위가 누적되고 체력과 운동신경이 저하되면서 자연스럽게 '에이징커브(나이에 따른 성적하락)'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철저한 몸관리를 통해 이런 과정들을 최대한 늦추는 선수가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마감할 수 있다. 그리고 에이징 커브를 최대한 뒤로 미루면서 늦은 나이까지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선수에게는 '최고령 기록'이라는 생각지 못했던 영예가 찾아오기도 한다.

올해부터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최강 몬스터즈에서 활약하고 있는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는 '최고령 정규리그 MVP'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 만 30세의 나이에 두산 유니폼을 입으며 KBO리그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니퍼트는 한국생활 6년째가 되던 2016년 22승3패 평균자책점2.95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오르며 역대 가장 늦은 나이에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한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선보여야만 노릴 수 있는 정규리그 MVP와 달리 단기전의 활약만으로 받을 수 있는 한국시리즈 MVP는 경험 많은 노장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찾아온다. 지금은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짐승' 김강민은 SSG랜더스 소속이었던 지난 2022년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동점 홈런에 이어 5차전 극적인 역전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만40세의 나이에 최고령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왕(6회) 타이틀을 가진 박병호(삼성)는 최고령 홈런왕 타이틀도 함께 가지고 있다. 2022시즌을 앞두고 kt 위즈로 이적한 박병호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뒤집고 이적 첫 시즌 35홈런을 기록하면서 만36세의 나이로 통산 6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는 롯데 자이언츠의 전 감독이었던 래리 서튼이 2005년에 세웠던 최고령 홈런왕 타이틀(만35세5개월)을 경신한 새 기록이었다.

현재 KBO리그에서 세이브에 관한 대부분의 기록은 '돌부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보유하고 있다. 최고령 세이브왕 기록 역시 2021년의 오승환(44세이브)이 보유하고 있는데 오승환은 올 시즌 자신이 가진 최고령 세이브왕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마리아노 리베라, 트레버 호프먼과 함께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기록을 가진 3명 중 한 명인 오승환이 올해 세이브왕을 차지하면 최고령 세이브왕 기록을 만42세로 늘릴 수 있다.

최고령 미스터 올스타, 최고령 만루홈런 폭발

통산 5개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와 6개의 골든글러브(외야수5개,지명타자1개), 타격왕과 타점왕 2회, 통산 최다 타점(1620개), 최다 2루타(510개), 최다루타(4127루타) 기록을 보유한 최형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타격에 관련된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최형우에게도 아직 도달하지 못한 고지가 있다. 바로 그 해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정규리그 MVP다. 

최형우는 삼성 시절이던 지난 2011년 타율 .340 30홈런118타점으로 홈런왕과 타점왕에 등극하며 그 해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같은 해 KIA의 투수 윤석민이 17승5패1세이브178탈삼진2.45의 성적으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까지 4관왕에 등극하며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가져갔다. 최형우는 KIA 이적 첫 해에도 타율 .342 26홈런120타점으로 엄청난 시즌을 보냈지만 팀 동료였던 '20승투수' 양현종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 후 최형우는 매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정규리그 MVP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고 그렇게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그저 '뛰어난 노장선수'로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보내는 듯 했다. 하지만 작년 3년 만에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건재를 보여준 최형우는 올해 78경기에서 17홈런78타점으로 타점 1위, 홈런 공동 9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 중 리그 최고령 타자임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경이적인 활약이다.

지난 6일 올스타전에서 4타수3안타1홈런2타점으로 2011년의 이병규(삼성 2군 감독)를 제치고 최고령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된 최형우는 9일 LG전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이어갔다. 1회 적시타, 3회2루타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뽐낸 최형우는 6회 고의사구로 출루한 김도영에 이어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최형우는 개인통산 9번째, 국내선수 최고령 만루홈런을 작렬하며 '김도영 거르고 최형우'의 처참한 결말을 보여줬다.

최형우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떠오른 김도영이 3번 타순에 있어 더욱 많은 타점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수비를 거의 하지 않는 풀타임 지명타자라는 점과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타율과 부족한 홈런 등은 MVP 경쟁에서 최형우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만40세의 노장선수가 MVP 후보에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올 시즌 최형우의 활약이 얼마나 뛰어난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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