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 첫 TV토론…주도권 토론 52분 중 18분이 한동훈

최영찬 2024. 7. 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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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후보에게 다른 후보들의 질문 집중돼
'김건희 여사 문자' 둘러싼 공방 치열

9일 열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간 첫 방송 토론회에선 한동훈 후보에 대한 나경원·윤상현·원희룡 후보의 집중 견제가 이뤄졌다. 세 후보가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을 중심으로 '한동훈 때리기'에 나섰다. 한 후보는 총 52분 동안 이뤄진 주도권 토론에서 약 18분을 발언하며 토론을 주도했다.

1차 주도권 토론 28분 중 9분51초가 韓

윤상현 후보부터 시작한 1차 주도권 토론은 후보 별로 7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총 28분 동안 토론이 이뤄졌는데, 이 중 한 후보가 9분51초 발언했다. 전체 토론 시간의 약 35% 분량을 차지했다. 한 후보가 주도권을 잡고 질문을 한 시간과 다른 후보의 질문에 답한 시간을 단순 계산했다. 한 후보와 다른 후보가 동시에 말한 시간도 포함했다. 다른 후보가 한 후보에게 질문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한 후보와 연관된 토론 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후보별로 보면 윤 후보의 주도권 토론 7분 중 2분13초가 한 후보의 발언 시간이었다. 이는 윤 후보 주도권 토론 7분 중에서 약 31.6%를 차지하는 분량이다. 원희룡 후보의 주도권 토론 땐 한 후보가 1분41초(24%)를 발언했으며, 나경원 후보가 주도하는 토론에서 한 후보는 1분38초(23.3%) 동안 말했다. 한 후보가 주도한 토론에선 4분19초(61.6%) 동안 발언하며 토론을 주도했다. 1차 주도권 토론에서 주도권을 쥔 후보는 최소 두 명의 후보를 지목해 질문을 던져야 했다. 세 후보 중 한 후보에게 질문하지 않은 후보는 없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차 주도권 토론 24분 중 7분51초가 韓

2차 주도권 토론은 후보별로 6분의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24분 동안 토론이 이어졌다. 한 후보는 24분의 시간 중 7분51초(32.7%) 동안 발언했다. 최소 두 명을 지목하지 않아도 됐던 2차 주도권 토론에선 한 후보에 대한 집중 공략이 이뤄졌다. 윤 후보와 원 후보는 각자에게 주어진 6분을 온전히 한 후보와 토론하는 시간에만 할애했다. 나 후보가 모든 후보에게 대권 도전 의사를 묻거나 현안 질문을 던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1차와 2차 주도권 토론을 종합하면 나·윤·원 후보는 상대 후보에게 한 번도 질문받지 않고 토론을 마친 경우가 있었지만 한 후보는 1, 2차 주도권 토론 모두 다른 후보의 질문을 받았다.

한 후보는 2차 주도권 토론에서 약 4분의 시간 동안 과거 원 후보가 내린 결정에 관해 물어보며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 후보가 2005년 당시 외국인에게 투표하는 법을 발의한 것과 원 후보의 대북관 등에 관한 것이었다. 나머지 2분가량의 시간엔 나 후보가 총선 기간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지원 유세를 하러 다니지 않은 점에 대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핵심은 김건희 여사 문자 공방

한 후보에 대한 집중 공략이 이뤄진 이유는 김건희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 내용 때문이었다. 윤 후보는 한 후보가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사적 통로로 공적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하고, 좀 지나니 문자가 내용과 다르다고 하고, 그다음에는 대통령실 당무 개입 얘기를 한다. 이어서는 김 여사가 사과를 안 한다고 하더니 또 자기가 대통령실에 김 여사 사과를 요구했는데, 그게 안 돼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고 했다. "한 후보가 특수부 검사였으면 이렇게 말을 바꾸는 피의자는 구속영장을 바로 때릴 것"이라고도 쏘아붙였다.

한 후보는 "말을 바꿨다는 소리는 거짓말"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일관성 있게 말하고 있다"며 "본인은 여러 통로로 김 여사가 실제 사과를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전달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이 김 여사의 사적 연락에 응했으면 더 문제가 되고, 사적으로 답변한 내용이 공개되면 악몽 같은 상황이 올 것"이며 "당 대표자가 되면 김 여사와 텔레그램으로 당무를 논의할 것이냐"고 윤 후보에게 되물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나 후보도 "당사자(김 여사) 이야기를 듣지 않고 소통을 단절하는 것은 '정치적 미숙'"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TV조선이 공개한 문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김 여사가 사과의 뜻을 명백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가 자꾸 공적·사적 루트를 이야기하는데, 당사자가 (사과) 의사를 밝힌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후보는 "당시 이미 (김 여사 논란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다고 공개 지적했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사과 뜻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 통로로 확인했다"며 "문자 내용이 김 여사 진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 시점에서 그것을 확인해 사적 연락에 답하는 것은 분란의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 이미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명확하니, 그래서 본인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원 후보는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정쟁보다 정책과 비전 경쟁에 집중했다. 한 후보에게는 1, 2차 주도권 토론 모두에서 고금리·고물가 해결 방안을 물었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언론인터뷰에서 제기한 '한 후보 가족 공천 개입 논란'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원 후보는 "할 말이 없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 정도 하라"며 일축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일방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200개 이상 기사가 나오게 한 다음 답변을 안 하겠다고 하는 건 국민도 허탈하게 생각할 것"이며 "이것이 바로 구태 정치고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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