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 내부 폭로한 박주호 '법적 대응' 할까..."경솔한 언급, 부적절한 언행"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내부에 대해 폭로한 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 박주호의 발언을 내부 고발로 여기고 있다. 박주호의 발언에 대해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생각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홍명보 감독을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앞서 7일 공지를 통해 홍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다는 소식을 전한 대한축구협회는 하루 뒤 서울시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홍 감독을 정식으로 선임했다고 알렸다.
홍명보 감독은 10년 만에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했다.
2013년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홍명보 감독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었으나 당시 조별예선에서 1무 2패의 성적을 거둔 뒤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브리핑에 나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가 그간 수 차례 회의를 거쳐 후보군을 압축했으며, 외국인 감독 2인과 홍명보 감독이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사는 다른 두 명의 외국인 지도자들과 해외에서 대면 인터뷰를 하고 돌아왔으나 이후 홍 감독을 설득해 선임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10차 회의까지 종료되고 인터뷰를 하거나 무산된 외국인 감독 후보들을 제외하고 실질적 후보 3명으로 압축했다. 이에 홍명보 제외 두 명에 대해서 정해성 위원장이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그 후 대면 인터뷰를 위해 출장 일정까지 잡은 상황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라며 본인은 앞서 진행됐던 선임 작업을 이어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이후 내가 정해성 위원장의 역할을 이어받았는데, 10차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결정된 내용 그대로 이어받아 후속 업무를 진행했다. 잔여 과정에 대해 사퇴 의사를 밝힌 분을 제외한 다섯 분의 위원들께 화상회의를 통해 동의를 얻었다. 협회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에 감독은 이사회가 선임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추후 이사회에서 받는다면 문제가 없다는 법률 검토도 거쳤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이임생 기술이사는 "7월 2일부터 4일까지 외국인 감독 후보 2명을 인터뷰하고 돌아왔다. 7월 5일 낮에 한국에 도착했다. 어떤 결정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까 스스로 많은 고민을 했다. 7월 5일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홍명보 감독 집 앞에서 밤 11시경 만났다. 최종 후보 3인 중 전강위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홍 감독에게 한국 축구의 철학과 게임 모델을 연결해서 대표팀의 연속성과 발전을 위해 헌신해달라는 부탁을 몇 차례 드렸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임생 기술이사를 만난 홍명보 감독은 하루 동안 고심한 끝에 국가대표팀 감독직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과정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홍명보 감독이 제안을 수락한 뒤 전력강화위원회에 따로 보고하지 않고 결정했다고 이야기했다. 사실상 행정 절차를 건너뛴 셈.
의문은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있었던 전 국가대표 박주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한 영상을 게재하면서 더욱 커졌다. 박주호는 해당 영상을 통해 그동안 전력강화위원회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폭로했는데, 영상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당장 전력강화위원회의 일원이었던 박주호는 홍명보 감독이 내정됐다는 소식을 알지 못했다. 7일 촬영된 것으로 보여지는 영상 속에서 박주호는 영상을 촬영하는 도중 촬영 스태프를 통해 홍 감독 내정 소식을 접했고, 이후 기사로 이를 확인했다.
이후 박주호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전력강화위원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박주호는 "시즌을 다 준비했는데 그 감독님들은 모르신다. 우리가 감독님을 찍고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협회도 먼저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진척이 되면, 팀에도 잘 이야기하는 과정을 스무스하게 해야 한다. 회의 때도 울산 HD 팬들이 트럭 시위를 하고 난리가 났었다. 이게 과연 알맞은 과정인가 생각했다. 또 돌아가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3월 임시 감독 선임 때에도 황선홍 당시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과 관련해 "올림픽 본선 집중에 집중하고 있는데 동남아 팀을 잘 아는 후보군의 감독님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이야기가 오갔다. 황 감독도 협회 지도자여서 후보에 올라왔다"라며 박항서, 김도훈 감독도 후보군에 있었다고 했다.
박주호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은 바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투표로 감독을 정했다는 점이다. 박주호는 "이해하지 못했다. 투표하는 게 아니다. 감독을 어떻게 투표로 정하나. 투표를 하긴 했다. 그래서 됐다. 이해가 안 갔다. 난 이유를 적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항서 감독이 제일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쉬고 계시고 동남아 축구를 잘 알고 계신다. 한 번만 희생을 해주시고 각자의 자리에 돌아가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도훈 감독도 싱가포르 축구를 잘 알고 계셨다. 2경기만 잘 마무리해 주시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황 감독에 대해선 "왜 리스크를 만드나 싶었다. 올림픽 탈락과 직결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쨌든 올림픽을 준비하는 감독을 잠깐 맡기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난 이해가 안 됐다"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박주호는 독일 인맥을 활용해 니코 코바치 전 바이에른 뮌헨 감독과 에릭 테르지치 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 그리고 토마스 투헬 감독 사단의 졸트 뢰브 코치를 전력강화위원회에 추천한 사실과 몇몇 위원들이 국내 감독 선임을 지지했다는 내용, 홍명보 감독의 이름이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됐다는 발언 등을 쏟아냈다.
박주호의 영상은 9일 밤 기준 20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팬들은 영상 댓글로 한 명의 축구인으로서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낸 박주호를 향해 응원을 보내고 있다.
박주호가 올린 영상이 퍼지자, 대한축구협회는 이와 관련해 입장문을 냈다.
대한축구협회는 9일 "박주호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이 SNS 출연 영상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과 감독 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한바, 이것이 언론과 대중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라며 박주호의 발언으로 인해 언론과 대중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치우친 자기 시각에서 본 이러한 언행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자체는 물론 자신을 제외한 많은 위원들의 그간의 노력을 폄훼하고 있어, 우선적으로 지난 5개월간 함께 일해온 나머지 전력강화위원들에게도 사과하고 해명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의 이러한 언행이 위원회 위원으로서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지 신중히 검토하고 필요한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며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축구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가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서 비밀유지 서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하 대한축구협회 입장문 전문.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이 SNS 출연 영상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과 감독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한 바, 이것이 언론과 대중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박주호 위원은 지난 8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한 축구 해설위원과 함께 출연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치우친 자기 시각에서 본 이러한 언행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자체는 물론 자신을 제외한 많은 위원들의 그간의 노력을 폄훼하고 있어, 우선적으로 지난 5개월간 함께 일해온 나머지 전력강화위원들에게도 사과하고 해명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의 이러한 언행이 위원회 위원으로서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 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필요한 대응을 진행할 것입니다.
영상 발언 중 언론과 대중들의 오해를 가장 많이 불러일으키는 부분들은 왜곡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 박주호 홍명보 감독선임 몰랐다? 절차가 아니다?
박 위원은 영상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관련 언론공지 문자 사실을 접한 뒤 깜짝 놀랍니다. '이게 정확한 절차, 원래 이렇게 뭔가 회의 내용에서의 이 절차는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이제까지 5개월 동안에 이게 전 너무 허무해요'라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 언론에서는 '박주호, 충격폭로, 홍명보 감독선임 몰랐다' 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박주호 위원이 한국축구를 위해 뽑고 싶었던 감독상과 다를 수는 있으나, 이것을 절차상 잘못되었다고 경솔하게 언급한 것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왜냐하면 정해성 위원장이 주관하고, 박주호 위원이 참석한 최종 회의였던 제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들여다보면 이날 위원회는 5명의 후보(홍명보 감독 포함)를 가려냈고, 이 자리에서 위원들은
'5명의 후보까지 위원회가 추천할 테니, 다음 과정은 이 후보들로 위원장이 진행하도록 정 위원장에게 위임' 한 바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위원 각각이 선호하는 감독 후보자는 다를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위원회의 시스템은 토론 속에 합의점을 찾는 것이고 그렇게 가려졌던 후보들입니다.
박주호 위원은 후보자 검토 과정에서 여러 후보를 추천하고, 장단점에 대해 분석하며 노력해왔기에, 이렇게 위원회가 합의점을 찾았다 해도 다른 위원들보다 자신의 생각이 더 공고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이해되는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주관상 홍명보 감독이 될거라고 결코 예상하지 않았다 하더라고 감독 선임 직후 그 절차 자체를 그렇게 부인하는 발언을 자기검토 없이 SNS플랫폼에 그대로 업로드하는 것은, 대중과 언론의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왜냐하면 홍명보 감독은 정해성 위원장 주관하에 박주호 위원 등 10명의 위원이 활동하던 10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당시 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 전력강화위원이 감독선임 관련 언론 대상 공지가 나올 때까지 감독을 몰랐다는 것이 절차의 문제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력강화위원회는 감독 후보자들을 추천하는 곳이며, 이번 감독선임은 전력강화위가 추천한 최종 후보자들을 검토하여 진행되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정해성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의 표명을 할 당시 상황을 하나 설명드립니다.
위원장의 사의표명은 위원장이 2명의 외국인 지도자의 해외 면담일정을 잡고 있는 도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협회에서는 위원회를 재구성하는 것도 검토하였으나, 일단 협회 기술총괄인 이임생 이사가 남은 과정을 진행하는 방안을 남은 5명의 위원들에게 물어서 동의를 받았습니다.
또한 최종 후보는 기술총괄 이사가 정하는 것도 박주호 위원을 비롯한 5명의 위원들과 각각 얘기한 것입니다.
박주호 위원은 후보자를 압축하는 과정에도 동참했고, '이후의 과정은 이임생 기술이사가 최종 결정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전달받고 동의를 했던 위원인데, '이건 아니다. 절차가 안 맞는다'고 하는 것에 대해 의아할 뿐입니다.
위원으로서 자신이 지지한 바와 다른 결과에 대해 놀라고 낙심할 수는 있으나 결과가 내 예상이나 의도와 다르다고 해서 '절차가 아니다'라는 것은 위원으로서 바른 언행이 아닐 것입니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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