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 쏟아진 폭포에 "더위가 싹~"…응봉산 숨은 계곡 셋
2024. 7.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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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의 Wild Korea ⑮삼척 응봉산

강원도 삼척 응봉산(998.6m)은 열대우림 같다. 무성한 나무로 덮인 능선이 첩첩 펼쳐지고, 골골 구절양장 V자 협곡이 휘돌아 나간다. 응봉산의 계곡 세 곳을 둘러봤다. 오지인 재량밭골은 길이 있다가 없어졌고, V자 협곡으로 유명한 용소골은 길이 잘 나 있고, 숨어 있는 문지골은 정비된 등산로가 아예 없었다. 세 곳 각각의 매력이 있었다. 국립공원과 달리 마음껏 물놀이할 수 있는 응봉산 계곡만큼 여름을 즐기기 좋은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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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은 계곡에 특화된 산이다. 용소골·문지골·재량밭골 등 숱한 계곡을 잘라 이으면 100㎞가 훌쩍 넘는다. 우당탕 쏟아져 나오는 물은 하루만에 웬만한 저수지 하나는 채우고 남을 정도로 풍부하다.
인적 뜸한 재량밭골
응봉산은 계곡에 특화된 산이다. 용소골·문지골·재량밭골 등 숱한 계곡을 잘라 이으면 100㎞가 훌쩍 넘는다. 우당탕 쏟아져 나오는 물은 하루만에 웬만한 저수지 하나는 채우고 남을 정도로 풍부하다.

산 북동쪽, 사곡리 재량밭골은 휴가철에도 사람 구경하기 어렵다. 출발점은 사곡리회관이다. 이곳 공터에 차를 세우고, 800m쯤 가면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정류장 맞은편 농가 쪽으로 가면 곧 임도에 들어선다. 100m를 걸어가 바리케이드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쭉쭉 뻗은 금강소나무와 활엽수가 어우러진 그윽한 숲길이 반겨준다. 곧 콸콸 흐르는 계곡물이 나타났다.

물가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얕은 물에 휴대용 의자를 펼치고 발을 담그니 신선이 따로 없다. 점심으로 컵라면에 맥주를 곁들였다. 발밑에 뭔가 꼬물꼬물 기어가는 게 보인다. 도롱뇽이다. 어찌나 발가락이 귀엽고 눈동자가 맑은지. 한참을 구경했다.

다시 길을 나선다. 10분쯤 오르자 폭포가 나온다. 약 5m 높이의 절벽에 물줄기가 걸렸다. 가뭄으로 수량이 적어 폭포 같지 않다. 폭포 오른쪽 암벽으로 오를 수 있다. 계곡 왼쪽으로 희미하게 이어지던 길은 어느새 사라진다. 이제 계곡을 따라 올라야 한다. 조심조심 돌과 물을 밟고 40분쯤 올랐을까. 제법 깊은 소(沼)가 나왔다. 풍덩, 뛰어들었다. 더위가 싹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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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골은 3개의 용소를 품은 응봉산의 대표 계곡이다. 워낙 험준해서 접근이 쉽지 않았지만 2020년 태풍 피해를 입은 뒤 길을 정비하고 생태탐방로를 만들어 일반인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됐다.
V자 협곡, 덕풍계곡 용소골
용소골은 3개의 용소를 품은 응봉산의 대표 계곡이다. 워낙 험준해서 접근이 쉽지 않았지만 2020년 태풍 피해를 입은 뒤 길을 정비하고 생태탐방로를 만들어 일반인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출발점은 덕풍산장이다. 풍곡리 입구에서 덕풍산장까지 약 6㎞의 계곡을 덕풍계곡이라 한다. 산장 위로 이어진 계곡이 용소골이다. 용소골과 덕풍계곡을 합치면 장장 20㎞가 넘는다. 덕풍산장 앞에 안내소가 생겼다. 물이 불었을 때는 입산을 통제한다.
안내소를 지나면 호젓한 시골길이 펼쳐진다. 마지막 민가의 소박한 모습과 옥수수밭을 스쳐 가는 길이 평화롭다. 넓은 개망초 군락 뒤로 응봉산 줄기가 우뚝 솟았다. 바리케이드를 지나면 용소골과 문지골이 갈린다. 왼쪽 용소골 방향을 따른다.
안내소를 지나면 호젓한 시골길이 펼쳐진다. 마지막 민가의 소박한 모습과 옥수수밭을 스쳐 가는 길이 평화롭다. 넓은 개망초 군락 뒤로 응봉산 줄기가 우뚝 솟았다. 바리케이드를 지나면 용소골과 문지골이 갈린다. 왼쪽 용소골 방향을 따른다.

호젓한 길이 암반으로 바뀌면서 철제 인공 구조물이 나온다. 한데 좀 심하다. 용소골이 널리 회자했던 건,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풍경 덕분이었다. 이제 용소골은 설악산 주전골과 비슷해졌다. 철계단 대신 계곡을 그대로 밟았다. 물을 첨벙첨벙 밟는 게 계곡 트레킹의 묘미다.
철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계곡은 크게 방향을 틀었다. 방축소를 지나니 드디어 제1용소가 등장했다. 거친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그 안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소가 찰랑거렸다.
철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계곡은 크게 방향을 틀었다. 방축소를 지나니 드디어 제1용소가 등장했다. 거친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그 안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소가 찰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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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용소 위쪽으로 올라서면, 계곡은 더욱 웅장해진다. 소 가운데 동그랗게 자갈밭이 드러난 곳은 일명 ‘용소섬’이다. 몸을 절반쯤 담그며 첨벙첨벙 걸어 들어가 섬에 상륙해 잠시 쉬었다.
무주공산 같은 문지골
제1용소 위쪽으로 올라서면, 계곡은 더욱 웅장해진다. 소 가운데 동그랗게 자갈밭이 드러난 곳은 일명 ‘용소섬’이다. 몸을 절반쯤 담그며 첨벙첨벙 걸어 들어가 섬에 상륙해 잠시 쉬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에 웅웅~ 벽이 울렸다. 제2용소가 가까이 있다는 신호다. 설레는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하니 앞쪽으로 폭포가 보였다. 천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30m 높이의 용소폭포가 쏟아졌다. 폭포 아래 넓은 소가 제2용소다. 현재 용소골 트레킹은 여기까지 오를 수 있다.
용소골을 내려와 문지골로 들어섰다. 커다란 징검다리가 미지의 세계로 가는 문 같다. 널찍한 길은 계곡 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보지만, 길은 없다. 길 찾느라 고생하지 말고 첨벙첨벙 계곡을 따라 오르는 게 정석이다. 용소골보다 규모가 작지만 아담하고 호젓한 맛이 일품이다.
40분쯤 올라 작은 폭포를 만났다. 그 뒤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궁금했지만, 시간이 늦었다. 계곡의 어둠은 빠르다. 걸음을 멈추고 가지 못한 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갈을 헤치며 내려오는 물길은 비명 같은 빛을 뿜어낸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 시구가 떠오른다. 뒤돌아 인간의 마을로 발길을 재촉한다. 휘~ 휘~ 허공에서 호랑지빠귀가 휘파람 불며 어둠을 쫀다.
용소골을 내려와 문지골로 들어섰다. 커다란 징검다리가 미지의 세계로 가는 문 같다. 널찍한 길은 계곡 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보지만, 길은 없다. 길 찾느라 고생하지 말고 첨벙첨벙 계곡을 따라 오르는 게 정석이다. 용소골보다 규모가 작지만 아담하고 호젓한 맛이 일품이다.
40분쯤 올라 작은 폭포를 만났다. 그 뒤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궁금했지만, 시간이 늦었다. 계곡의 어둠은 빠르다. 걸음을 멈추고 가지 못한 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갈을 헤치며 내려오는 물길은 비명 같은 빛을 뿜어낸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 시구가 떠오른다. 뒤돌아 인간의 마을로 발길을 재촉한다. 휘~ 휘~ 허공에서 호랑지빠귀가 휘파람 불며 어둠을 쫀다.
■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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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을 가려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좋다. 재량밭골은 사곡리회관에서 1시간쯤 걸리는 폭포까지 등산로가 있지만, 이후에는 길이 없다. 용소골과 문지골 들머리인 덕풍산장 직전에 주차장이 있다. 덕풍산장 앞 안내센터에서 계곡 상태를 꼭 확인하자. 덕풍산장에서 300m쯤 가면 용소골과 문지골이 갈린다. 재량밭골과 문지골은 경험자와 함께 가길 권한다. 덕풍산장~제1용소~제2용소~덕풍산장, 약 10㎞ 4시간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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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 학창시절 지리산 종주하고 산에 빠졌다. 등산잡지 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25년쯤 살며 지구 반 바퀴쯤(2만㎞)을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캠프 사이트에서 자는 게 꿈이다. 『대한민국 트레킹 가이드』 『해외 트레킹 바이블』 등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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