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출퇴근 산재 지난해 첫 1만건 돌파…28%는 교통사고
직장인 A씨는 팀 회식을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던 중 횡단보도에서 신호 위반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B씨는 오토바이로 퇴근하다 음주운전 차량과 부딪혀 좌측 대퇴골 부위를 다쳤다. 이들 모두 출퇴근 중 사고를 당한 만큼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같은 ‘출퇴근 산재’가 지난해 처음으로 1만건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퇴근 재해에 대한 산재보험 신청은 지난해 1만1752건을 기록했다. 2020년 7732건이었던 출퇴근 산재는 2021년 8932건, 2022년 9326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올해도 이미 5월 기준 5955건을 기록하면서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으로 시행된 출퇴근 산재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도보나 자차, 지하철·버스 등으로 출퇴근하다가 다친 경우도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출퇴근 중 장보기, 자녀 등하교 돕기, 병원 진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를 하다가 다쳐도 폭넓게 산재로 인정된다. 예컨대 퇴근길에 마트에 들리기 위해 이동하던 중 발목을 접질려 넘어지는 것도 산재 대상이다. 하지만 퇴근 도중 지인과 만나 사적인 술자리를 갖는 등 업무 관련성이 없는 상황에선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차량이 직장인들을 덮쳐 9명이 숨진 ‘시청역 참사’와 같이 교통사고에 의한 출퇴근 재해는 지난해 3254건으로, 전체의 27.7% 수준이었다. 역시 역대 최고치다.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까다로운 업무상 질병과 달리 사고 산재의 경우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만큼 출퇴근 산재 승인율도 매년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출퇴근 산재 신청이 늘어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사고가 소폭 증가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통해 월~금 평일 출근 시간대(오전 6시~10시)와 퇴근 시간대(오후 6시~10시)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분석해보니, 2022년 6만897건에서 지난해 6만2131건으로 2% 증가했다. 사망자는 727명에서 698명으로 4% 줄었지만, 부상자는 8만3490명에서 8만5514명으로 2.4% 늘었다.
출퇴근 중에 당한 재해도 ‘산재’라는 인식이 과거보단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제도 도입 초기엔 출근을 하다 사고를 당해도 ‘개인적인 재해’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꾸준한 홍보와 인정 범위 확대 등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출퇴근 산재는 개별 사업장의 산재보험료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산업재해조사표 제출 의무도 없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공단 관계자는 “출퇴근 재해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코로나 엔데믹 이후 방역대응조치 완화로 재해 건수도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초 목표나 실제 사고 발생 건수에 비하면 여전히 신청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법 시행 당시 연 8~9만건의 출퇴근 산재 신청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행 6년차인 지난해에야 1만건을 넘길 수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수년 전에 회식을 마치고 버스로 귀가하던 중 개문발차(문을 연 상태로 출발) 사고로 넘어져 정형외과에서 수차례 치료를 받아야 했다”며 “출퇴근 산재 보험도 알아봤지만 생각보다 증빙해야 하는 내용이 까다롭고, 이 정도 사안으로 회사에 말하기에 눈치도 보여서 포기했다”고 밝혔다.
일상생활에서 다치고선 ‘출퇴근 사고’라고 거짓 신고하는 부정수급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근로복지공단이 공동으로 발표한 ‘출퇴근 재해 기획조사’에 따르면 한 직장인은 집 안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무릎을 다쳤는데 “퇴근길에 헛디뎠다”고 산재를 신청해 보험급여를 받았다.
김위상 의원은 “출퇴근 산재가 도입된 지 6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제도적으로 미성숙한 부분이 많다”며 “부정수급은 철저하게 차단하되 근로자들의 보편적 권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계당국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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