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군에 ‘라벨갈이’ 저가페인트 납품… 방위비 분담금 6억 떼먹어

박재현,김재환 2024. 7. 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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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수사 당국이 미군에 저가 페인트를 납품해 수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편취한 국내 업체를 상대로 공조 수사에 착수했다.

미 육군범죄수사대(CID)로부터 첩보를 넘겨받은 검찰은 최근 관련 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사건은 CID가 2023년 9월 업체 측이 납품한 페인트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주한미군 일선 부대로부터 보고받으면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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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도색작업 중 “페인트 이상”
국내 업체 상표 바꿔치기 적발
검찰·미 육군범죄수사대 수사
지난해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순환배치 부대 임무교대식에서 주한미군 장병이 경례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한·미 수사 당국이 미군에 저가 페인트를 납품해 수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편취한 국내 업체를 상대로 공조 수사에 착수했다. 미 육군범죄수사대(CID)로부터 첩보를 넘겨받은 검찰은 최근 관련 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내 업체가 정부 예산으로 지출되는 방위비 분담금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9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박철)는 충청권에 위치한 군용 장비업체 H사 대표 윤모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윤씨는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구 주한미군기지에 미국 업체 A사의 특수페인트(CARC)를 납품하기로 미군과 계약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저가의 국내회사 페인트를 납품해 국방부로부터 약 6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주한미군의 용역, 물자 등은 정부 예산인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출된다. 실제 군수지원 계약 과정은 미군이 담당하고 정부는 대금 지급만 하는 구조라 부실 계약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미군 용역을 따낸 업체의 납품 사기 혐의가 적발된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방 관련 물품은 성능이 떨어지면 문제가 생긴다”며 “사실상 정부 세금이 편취당한 사례”라고 말했다.

CID는 미 육군 내 중범죄를 수사하는 첩보기관이다. 국내에도 파견 인력이 있는데 내국인 및 국내 업체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국내 사정 당국과 공조하는 형태로 수사가 진행된다. 해당 사건은 CID가 2023년 9월 업체 측이 납품한 페인트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주한미군 일선 부대로부터 보고받으면서 불거졌다. 미군 차량정비창(MSC-K)에서 도색작업 중 “페인트가 기존 것과 기능·색감이 다른 것 같다. 이상하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CID는 계약사항과 다른 저가 페인트라는 점을 확인한 후 첩보를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지난 5월 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업체가 납품했어야 할 A사의 특수페인트는 화학성분에 대한 저항성과 근적외선에 대한 위장성 등을 갖춘 미 국방부 승인 제품이다. 하지만 검찰은 윤씨가 국내 업체를 통해 라벨만 A사 제품으로 바꾼 저가 제품을 납품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미군은 관련 혐의를 적발한 후 곧바로 업체와 계약을 종료했다. 미군은 형사처벌 결과에 따라 업체에 손해배상 청구 등도 검토 중이다. 이미 상당수의 군용차량 및 장비가 저가 페인트로 도색작업이 이뤄져 미군 측 피해금액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CID는 윤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실소유주가 아버지인 것으로 의심하고 이들의 공모 여부도 확인 중이다. 윤씨 아버지는 2016년까지 주한미군 계약 담당자로 일했는데, 해당 업체는 과거에도 석연찮은 계약 낙찰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H사는 2014년 8월 설립됐고, 그해 12월 미군으로부터 지게차 검사 및 수리 사업을 낙찰받아 뒷말이 무성했다고 한다. 당시 대표는 강모씨였고, 2018년 윤씨가 취임했다.

CID는 윤씨 아버지가 당시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웠던 것으로 의심하고 수년간 내사해 왔다고 한다. CID는 검찰에 해당 첩보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H사는 최근까지 미군·국방부 등과 군용 장비 및 용역 등 계약을 체결해 왔다. 국민일보는 여러 차례 윤씨 측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박재현 김재환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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