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성 목사의 하루 묵상] 두 그림 사이에서

2024. 7. 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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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락교회 예배당은 1950년 6월 초에 준공됐습니다.

처음 예배당이 준공됐을 때 성도들은 기쁨도 맛보지 못하고 풍전등화 같은 국가의 위기를 두고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영락교회 예배당은 구조가 조금 불편하지만 거기에는 성도들의 눈물과 하나님 은혜의 이야기가 배어 있습니다.

두 그림 사이에서 떠오른 단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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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락교회 예배당은 1950년 6월 초에 준공됐습니다. 그때는 직사각형의 예배당이었는데 후에 성도가 늘어나면서 십자가형으로 증축됐습니다. 처음 예배당이 준공됐을 때 성도들은 기쁨도 맛보지 못하고 풍전등화 같은 국가의 위기를 두고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1950년 6월 18일 한국을 방문한 존 포스터 덜레스 상원의원이 영락교회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며칠 후 6·25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성도들의 눈물을 본 덜레스 의원은 미국 조야에 이런 나라를 방어하는 것은 청교도 정신으로 세워진 미국의 사명이라고 역설하며 유엔군이 한국에 파병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영락교회 예배당은 구조가 조금 불편하지만 거기에는 성도들의 눈물과 하나님 은혜의 이야기가 배어 있습니다.

영락교회 예배는 조금 특별합니다. 예배 20분 전에 인도자 기도자 찬양대원 설교자 등 모든 예배위원이 예배준비실에 모입니다. 거기서 예배부 담당 목사의 안내로 기도드린 후에 예배 15분 전 예배당 입장을 완료합니다. 성도들은 계속 입장하고 정시가 되면 예배를 시작합니다. 매 주일 5부 예배까지 설교하는 저는 예배준비실에 다섯 번 들어갑니다.

그런데 예배준비실에 들어갈 때마다 느끼는 게 있습니다. 준비실에서 찬양대원과 제가 마주 보고 서는데 찬양대원들이 바라보는 벽면에는 예수님의 승천 그림(오른쪽)이 걸려 있습니다. 이 그림은 글자로 그린 그림인데 영어 신약성경 전체로 구성돼 있습니다. 902줄에 18만1258개 단어이며 총 83만8380자 알파벳으로 이뤄진 그림입니다. 1954~1958년 리광혁 선생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완성하셨습니다. 찬양대원들은 매 주일 승천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그렇다면 이들과 마주 보고 서는 저는 어떤 그림을 볼까요. 제 맞은편 벽면에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그림(왼쪽)이 걸려 있습니다. 이 그림 역시 글자로 그린 그림입니다. 별생각 없이 서 있곤 했는데 어느 주일에 갑자기 두 그림이 가슴에 다가왔습니다. 서로 다른 두 그림을 바라보며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찬양대원들은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승천을 보는데 저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봅니다. 주님께서 ‘영광을 바라보지 말고 고난을 묵상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영광을 추구하기 쉬운 목사에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권면으로 들렸습니다. 어찌 목사뿐일까요. 모든 성도가 명심해야 할 말씀입니다. 고난 없는 영광은 없습니다. 늘 고난이 먼저요 다음에 영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십자가를 지시고 그 후에 부활하고 승천하셨습니다.

요즘 우리가 고난 없는 영광을 추구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언젠가 한 권사님의 글에서 독특한 표현을 보았습니다. ‘예루살렘에서 만날 것 같은 목사님’과 ‘갈릴리에서 만날 것 같은 목사님’이란 표현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은 대제사장들이 성전을 중심으로 자기 영광을 추구하던 곳이었고 갈릴리는 예수님께서 가난한 백성들 사이에서 사랑을 펼치시던 곳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은 영광을 상징하고 갈릴리는 고난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어느 쪽일까요.

맞은편 벽면에 걸려 있는 그림을 바꾸면 어떨까요. 우리에게 주신 십자가를 지고 앞에 가시는 예수님의 뒤를 따를 때라고 여겨집니다. 거기 생명과 능력이 있을 것입니다. 두 그림 사이에서 떠오른 단상입니다.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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