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버블경제 향수 소환한 K팝

김준엽 2024. 7. 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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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는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노래였다.

달콤한 멜로디, 경쾌하고 밝은 리듬, 뭔가 낭만적이고 풍요로운 분위기 등 노래를 듣고 있으면 모든 것이 풍족했던 '버블경제' 시절인 1980년대 일본이 이런 곳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일본인들이 하니의 푸른 산호초에 열광한 것은 단순히 마쓰다를 완벽히 모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니의 푸른 산호초를 들으면서 80년대 버블경제 시절 일본의 향수에 젖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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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문화체육부장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는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노래였다. 달콤한 멜로디, 경쾌하고 밝은 리듬, 뭔가 낭만적이고 풍요로운 분위기 등 노래를 듣고 있으면 모든 것이 풍족했던 ‘버블경제’ 시절인 1980년대 일본이 이런 곳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국인에겐 그저 듣기 좋은 일본 노래 정도지만 일본인들에겐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마쓰다는 그 시절 일본에서도 단연 빛나는 아이돌이었다. 80년 4월 ‘맨발의 계절’로 데뷔한 그는 같은 해 8월 발매된 ‘푸른 산호초’로 최고의 아이돌 반열에 오른다. 80~88년 24곡 연속 오리콘 차트 1위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패션, 헤어스타일 등 모든 것이 관심사였다. 그의 이름을 딴 ‘세이코짱 컷’은 당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였다. 만화 ‘터치’ ‘H2’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아다치 미치루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헤어스타일도 모두 세이코짱 컷이다. 그가 한때 반짝했던 아이돌에 머문 것도 아니다. 90년대부터는 직접 작사·작곡과 프로듀싱까지 하며 아티스트로서 외연을 확장했다. 96년 직접 작사한 ‘당신과 만나고 싶어서~Missing You~(あなたに逢いたくて Missing You )’로 첫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2000년대에도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2021년에는 데뷔 41주년을 기념해 ‘푸른 산호초’ 리메이크 버전을 발매하기도 했다.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지난달 26~27일 도쿄돔에서 열린 첫 팬미팅에서 ‘푸른 산호초’를 불러 한·일 양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특히 일본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일본 언론은 쇼와시대(1926~1989)에 대한 현재 Z세대의 ‘부러움’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80년대 일본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소니 워크맨으로 대표되는 일본 전자제품은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휩쓸었다. 도요타를 중심으로 한 일본 자동차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었다. 일본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가 미국 자동차 업체를 무너뜨리고 일본 전자업체들이 인텔, IBM 등 미국 기업을 먹어치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하지만 85년 달러화 강세를 완화하기 위한 플라자합의와 87년 미·일 반도체 협정 등으로 일본의 기세는 꺾였고, 일본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로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일본은 90년대 들어 극심한 침체를 겪는다. 애초 92년부터 2001년까지를 일컫던 ‘잃어버린 10년’은 어느새 잃어버린 20년, 30년으로 계속 갱신되는 중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문화도 생기를 잃었다. 아시아에서 독보적이었던 J팝은 어느새 K팝에 자리를 내줬다. 이제 일본 10대들은 자국 아이돌 못지않게 K팝 아이돌에게도 관심이 많다. 유튜브, SNS 등으로 실시간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 영향이 크다. 뉴진스의 경우 이번이 일본 데뷔 무대인데도 첫 팬미팅 장소로 도쿄돔을 선택했다. 어지간한 일본 가수들도 서기 힘든 무대를 이제 갓 데뷔하는 한국 가수가 선 것이다. 게다가 이틀 모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6일에는 니혼테레비(NTV)의 인기 음악 방송 ‘더뮤직데이 2024’에 출연해 다시 한번 하니가 푸른 산호초 무대를 선보였다. 일본인들이 하니의 푸른 산호초에 열광한 것은 단순히 마쓰다를 완벽히 모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니의 푸른 산호초를 들으면서 80년대 버블경제 시절 일본의 향수에 젖어든 것이다. 곡이 가진 의미와 그 시절의 향수를 일깨운 게 한국 가수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일본 사회에 임팩트를 줄 정도로 K팝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준엽 문화체육부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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