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소값 하락에 뿔난 농민과 여전히 비싼 한우고기
“소가 사료를 먹는 게 아니고, 사룟값이 소를 잡아먹고 있지요.”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한우를 키우는 윤흥배(63)씨가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이다. 그는 “사룟값은 뛰고 소값은 폭락하는데, 정부가 너무 많은 소를 수입해 농가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고 했다.
소값 하락에 대한 한우 농가의 불만은 지난 3일 폭발했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날 국회 앞에서 ‘한우 반납집회’을 열고 한우산업 정상화를 촉구했다. 전국 한우 농가가 모여 한우 반납시위를 한 것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한우 농가 1만여 명은 사룟값 즉시 인하와 한우 암소 2만 마리 시장 격리 등을 요구했다. “소 한 마리 팔 때마다 200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라는 게 근거였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을 비롯한 임원 12명은 삭발식도 했다.
한우 농가들은 통계청의 ‘축산물 생산비 조사’를 인용해 경영난을 호소했다. “2022년 한우 한 마리당 69만원의 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42만원의 손실을 봤다”라는 내용이 담긴 통계였다. 한우 600㎏ 도매가격이 2021년 799만원에서 지난 5월 603만원까지 떨어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소비자들은 이날 집회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한우 도매가가 3년 새 40%가량 떨어졌다”는 하소연과 달리 시중 한우고기는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다. 윤씨는 “한우는 농가에서 소비자까지 9~10단계 마진이 붙는 데다 인건비·물류비 등이 뛰면서 식당과 식육점 고깃값은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가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재추진 중인 한우법 제정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정부가 5년마다 한우산업 종합계획을 세우고, 한우 농가를 지원할 수 있게 한 법안이다. 한우법은 지난 5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정부는 “한우법은 돼지나 닭 등 다른 가축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한다. 또 이번 한우 가격 하락은 농가의 과잉공급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내 한우 두수는 2019년 이른바 ‘마지노선’이라던 300만 두를 넘어선 뒤 현재 350만 두를 뛰어넘은 상태다.
한우 농가 일각에선 정부가 ‘한우 축산물 이력제’ 등을 통해 한우 생산·출하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경고에도 사육두수를 늘린 게 소값 하락을 부추겼음을 사실상 자인한 입장이다. 소값 안정을 위해서라도 농가의 사육두수 감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또한 축산법 개정과 수요 조절 등을 통해 한우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유통단계를 거칠수록 소비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유통 구조도 반드시 손질해야 한다. 소값은 바닥인데 한우고기는 비싸서 먹지 못하는 상황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최경호 광주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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